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김락호

응급실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 모든 세상이 하얀색이다. 파란색 가운을 입은 간호사가 친절한 목소리로 묻는다. 성함이요?, 나이는요?, 이병원에 오신 적 있나요?, 말할 기운도 없지만 대답을  해줘야 치료를 받을 수 있기에 성심껏 대답을 해주자. 우선 피검사부터 하겠습니다. 주사바늘이 손등을 파고드는 것은 그저 잠시의 아픔일 뿐 내속에서 뭔가. 때문에 뒤틀리는 이 아픔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손과 발은 저려오고 정신은 혼미하다. 지금까지 살면서 응급실에 실려 온 것이 세 번째다. 하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고통스러운 적은 없었다. 아픔을 느끼는 것도 두 배로 다가오고. 두려움 또한 엄습해오는 것이 40대하고는 틀리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기본적인 검사를 끝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머니께 연락을 했다. 걱정 가득한 모습으로 들어오시는 어머니의 눈에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어디가 아파서 그러니....?
어머니의 이 한마디가 그동안의 아픔도 슬픔도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어머니의 손은 약손이고, 어머니의 말 한마디는 용기와 희망이기에 그러하리란 생각이 든다.
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진통제를 맞아서 그런지 아픔이 사라지고 그냥 견딜 만 할 때쯤 검사 결과가 나왔다.

아마도 요로결석인 것 같습니다.
이런 무슨 소리래요?
지난번에 요로결석으로 수술을 했는데요.
일단 전문의께서 검사 해주실 겁니다.

의사에게 무슨 요로결석이냐고 물어 보지만 의사가 하는 말이 입원하셔서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요로결석인 것 같다는 대답뿐이다.
입원 하시겠습니까?
하는 소리에 나는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요 내일 외래로 와서 상담을 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하고는 그날은 그렇게 일단 퇴원을 했다.

퇴원을 하고 사무실로 들어와 이런 저런 일을 하지만 속이 그리 편하지는 않다 약간 불편할 정도의 아픔이 있지만 그냥 지낼만한 듯 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어서도 영 잠을 편히 자질 못하고서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는데 아랫배가 또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의자에 앉아 있지만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했고, 이어 고통으로 다가왔다. 하는 수 없이 직원의 부축을 받아 병원응급실로 다시 찾아가 소독 냄새로 가득한 침대에 다시 누웠다. 다시 정밀검사를 해 보니 요로결석이라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하는 수없이 수술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지난번에 한번 해 본 경험이 있어 그리 두려움 없이 수술대에 누울 수 있었다.

수술대에 누워서 장비를 점검하는 의사와 간호사가 왜 그렇게도 과묵해 보이던지. 순간 요로를 통해 호스를 밀어 넣으며 의사가 한마디 던진다. 조금 아플 겁니다. 하는 소리와 함께 온몸에 느껴지는 고통스러움이 머릿속을 온통 하얗게 만들어 버린다. 이윽고 돌을 깨는 정 소리와 함께 내 몸을 석조물을 조각하는 석공처럼 두드리기 시작한다. 쨍, 쨍, 딱, 딱, 요로를 통해 집어넣은 호스를 통해 육신을 돌고 있던 피가 다 빠져나오자 의사는 그것을 유심히 살피며 깨진 조각이 나왔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약 한 시간을 깊은 사색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 때 의사선생님의 말이 들린다.
자 이제 다 깨진 것 같으니까 다시 진찰실로 가세요.
입원수속을 해 주세요.
네…….
입원이요?
저 입원은 안하면 안 되나요?
오늘 녹음약속이 있어서 가야 하는데요.
입원하셔서 하루 있다 퇴원하시죠.
아니요 그냥 퇴원하게 해주세요.
그럼 링거라도 하나 맞고 가세요.
시간이 없는데요.
그럼 제일 작은 거라도 하나 맞고 가세요.
네 그러겠습니다.
그럼 응급실로 가셔서 링거하나 맞으시고 퇴원하도록 하세요.

그렇게 나는 할 일이 있어 수술 후 작은 링거 하나만 맞은 뒤 그날 퇴원을 했다. 약국에 가서 약도사고 사무실로와 다시 일을 했다. 녹음이 끝나자 시간은 12시가 넘었다. 일을 하는 시간내내 긴장을 해서 그런지 별 아픔 없이 지내고 함께 했던 사람들도 다 가고 나는 시장 끼가 돌아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는 약을 먹었다. 새벽 한시 반이 돼서야 나는  피곤함이 몰려와 자기로 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배는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고, 속은 미식거리기 시작했다. 아랫배는 더부룩하니 곧 대변을 볼 것처럼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한번은 구토를 하러 또 한 번은 대변이나 올까 하며 밤새 화장실과 침대사이를 왔다 갔다 했지만 대변도, 구토도 속 시원히 하질 못했다. 밤새 얼마나 고통스러웠든지 아침햇살이 창문을 두드리는 것을 보고서야 잠시 잠이 들었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는 일어나 사무실로와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어찌된 일인지 속도 조금 편해졌고 아랫배도 조금 나아진 것 같아 하루 일을 마치고 다시 저녁시간이 되었다. 일을 마치고 친구들과 잠시 놀다 보니 다시 아파와 나는 집으로 가 쉬기로 했다. 그때부터 또 고생은 시작되었다. 같은 증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나는 지난번에 같은 증상으로 수술을 한 적이 있기에 이러다 바로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시 병원으로 가는 것을 뒤로 미루고 두 번째 날을 꼬박 새우며 고생을 했다. 정말이지 너무 힘들어 뱃속을 열어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또 하룻밤을 지새우고는 다음날 사무실로 가서 직원과 점심식사를 하려 할 때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너무도 참기 힘들어 수술이 잘못 되었다는 생각과 무엇인가 한참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의사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병원까지는 가까운 거리여서 걸어서 병원까지 가는 내내 담당의사가 원망스러웠다. 응급실로 들어서자 간호사가 달려와 이쪽으로 누우세요. 어떻게 오셨냐고 묻는다. 나는 화를 내며 날 수술한 의사를 불러달라고 이야기하다 생각하니 이곳에서 이야기 해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어 담당 의사를 찾아가기로 했다.

고통스런 몸을 의지하여 찾아간 비뇨기과 담당간호사가 잠시 기다리라는 말도, 왜 그리 짜증이 나는지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너무 아파 소리도 못 내고 그냥 기다렸다. 잠시 후 상담하던 환자분이 나오자 날 먼저 의사선생님 앞으로 인도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앉아있는 의사를 보고는 나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처음도 아니고 지난번에 수술을 했을 때는 하룻밤자고 나니까 멀쩡하더니 이번에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아픈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게 하루 입원하고 가시라니까 왜 그냥 가셨냐고 오히려 원망스런 눈초리로 날 쳐다보신다. 선생님……. 지난번에 입원해서 한 것이 뭐 있습니까. 그냥 하루 자고 간 것 밖에 뭐 있나요? 그래서 일도 있고 하여 그냥 집에 가서 자려고 그냥 간 것과 이번에 이렇게 아픈 거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하며 난 의자를 발로 차가며 화를 냈다. 정말이지 너무 고생을 해서 그런지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렇게 의사와 몇 마디 상담을 하는 순간에도 온몸이 저려오고 입도 마비증세가 와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자 일단 입원부터 합시다. 그리고 다시 사진도 찍어 보고요. 나는 하는 수 없이 입원을 결정하고 입원실로 옮겨졌다. 다시 링거 주사를 팔에 꼽고 주사를 맞고 피검사를 하고, 정말이지 너무도 싫은 것들을 해야만 했다.

입원하여 주사를 맞고, 또 이틀 동안이나 잠을 설치고, 긴장이 풀려서일까 입원 첫날 푹 잠을 잘 수 있었다. 참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집에 있을 때는 그렇게도 아프더니 왜 입원하니까 잠도 잘 자고 그 살아있음이 고통스러울 정도의 아픔이 없는 것일까…….
다음날 담당의사 선생님이 회진을 왔다. 오늘 하루 더 입원하시고 내일 퇴원하세요. 일단 약물 처리했고 다시 돌을 깨지는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하시며 푹 쉬시라는 말과 함께 입원실을 나가신다. 나는 그래 그냥 하루 더 쉬자 괜히 나갔다가 혹시라도 또 아프면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대에 몸이 아플 때와 50대가 되어서 몸이 아픔이라서 일까? 아니면 정말로 더 아픈 것일까? 왜 이리 내가 약해져 보이는 것일까……. 아무튼 이번 일로 인해 나는 많은 것을 다시 깨달았다. 의사가 하는 일 전문분야에서의 그의 진단과 처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지식도 없이 그냥 내 조그마한 지식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내 손으로 내 뱃속을 열어 보고 싶을 정도의 아픔을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