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락호
ㆍ작성일	2010-11-23 00:43

ㆍIP: 175.xxx.28

어머니는 영어가 어려워요/김락호

어머니는 영어가 어려워요.
김락호 시인/수필가

하늘은 청옥색으로 높고 구름은 수만 가지의 형상을 만들어 내며 끝도 안 보이는 커다란 무대를 채워가며 공연 중이다. 아름답다! 행복하다! 아니 너무 아름다워서 하늘을 쳐다보며 울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가을 날씨다. 이런 날이면 아무 생각 없이 카메라 하나 어깨에 둘러메고 시골로 들판으로 아니 꼭 어디라기보다는 그냥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난 오늘도 잠시 시간을 내어 시간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어디를 가도 무릉도원이니 딱히 장소를 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혼자보다는 둘이 좋아 같이 갈 사람을 찾게 된다. 하지만 나와 함께 갈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나야 특별히 시간을 지켜야 하는 직장인이 아니다 보니 아무 때나 스스로 시간을 만들어 쓰지만 다른 사람들이야 어디 그러한가. 다들 직장이다. 사업이다. 바쁜 일상들 속에서 그들만의 삶을 영위해가며 살고 있기에 자유롭지가 못하다. 해서 나는 홀로 되신 어머니와 자주 시골 구경을 가곤 한다. 오늘도 어머니와 함께 시골에 마련해 놓은 집으로 소풍을 가리라 마음을 먹고는 어머니 집으로 전화를 했다.

전화 연결음은 가는데 전화를 안 받으신다. 몇 번을 해도 안 받으셔서 나가신 것 같아 휴대전화로 다시 걸었다. 하지만 휴대전화 역시 어머니를 감추고는 내놓지를 않는다. 한참을 전화 통화 버튼을 누르고 나니 서서히 걱정되기 시작한다. 어디 가신 것인가 아니면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 아니면 혹시 집에서 낮잠을 주무시나? 별생각을 다 하다 우선 집으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사무실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라 집으로 달려 가보았다. 하지만 집에는 어머니가 기르는 애완견 치와와가 반겨줄 뿐 어머니는 안 계신다.

도대체 어딜 가신 거지.......?!! 걱정이 들기 시작한 나는 동생들 집에 가신 것이 아닌가 하여 동생들에게 전화하기 시작했다. 동생이 여섯이나 되니 전부 다 전화해서 물어보고 하는 데도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 이제는 나 혼자만의 걱정이 아니라 온 집안 식구들까지 다 어머니를 찾는 것이 우선이 되어 여기저기 전화를 하기 시작했고 어머니와 친하게 지내시는 동네 어르신들께도 전화를 걸어 이리저리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어디에도 안 계신다.

우리가 이렇게 걱정을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머니께서는 심장이 안 좋으셔서 일 년가량을 갑자기 응급실로 실려 가시곤 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많이 좋아지셔서 생활하시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지만 늘 걱정을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어머니께서 혹시나 어디를 가시다 또 갑자기 호흡곤란이 일어나서 응급실에라도 실려 가신 것은 아닌지 어디에 쓰러져 계신 것은 아닌지 별의별 상상을 해가며 우리들은 서로 전화만 해대며 가는 시간을 잡고 목말라 하고 있었다.

셋째와 막내가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와 함께 고민을 하기 시작한 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내 전화가 울린다. 번호를 보니 엄니! 라는 글자가 보인다. 순간 형형할 수 없는 생각들과 함께 전화기에 통화 버튼을 누르자 들려오는 소리 왜! 전화했냐!! 하신다. 엄니 ~~~ 어디신데? 나 오투다. 알았어요. 내가 지금 그리 갈게요 하자 어머니는 전화를 뚝 끊어 버리신다. 늘 우리 어머니는 자신이 할 말만 하시고는 상대방 대화는 안 듣고 전화를 끊어 버리시는 분이라 그러려니 한다. 나는 동생들에게 어머니 오투에 계신다고 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진정들을 시키고는 오투로 향했다. 여기서 오투란 집에서 삼 분 거리에 큰 찜질방이 있다. 어머니는 가끔 그곳에 가셔서 놀다 오시곤 하신다. 그곳에서 친구분들도 만나시고 또 이런저런 재밋거리가 많으신 모양이다. 가끔 이상한 물건을 사 오시는 것 빼고는 아주 즐겁게 애용하시는 곳이다. 나는 오늘도 그곳에 계시느라 전화를 못 받으셨구나 하며 오투로 갔다.

그런데 아무리 찜질방 이곳저곳을 다 뒤져도 어머니는 안 보이신다. 다시 전화해서 물어보려 해도 또 전화를 안 받으신다. 30분쯤을 그곳을 찾아 헤매다 보니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다. 끓어오르는 화를 삼켜가며 어머니를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으신다. 포기하고 나서 앞에서 기다리면 또 전화가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드디어 전화가 울렸다. 엄니~~~ 어디신데 여기 오투에 없구먼……. 허이구 참네. 예 나 거기 오투 말고 막내네 집이다. 하시는 거다. 아까는 여기 오투라면서!, 언제 오투 그 머시기냐 하여튼 막내네 집에 있다니까..., 난 한참을 우리 어머니의 말씀에 할 말을 잃었다. 내가 뭐라 말을 하리오……. 어머니는 영어로 되어 있는 아파트 이름이 발음하기가 힘들어 늘 대충 말씀하시면 우리가 그냥 찰떡같이 알아듣는데 오늘은 내 실수이다. (막내네 아파트 이름이 “오토그란데” 이다)

막내네 집으로 가 어머니를 만나 상황을 들어 보니 아침에 제수씨가 볼일이 있다고 손자를 봐달라고 해서 막내네 집에 오셨다는 것이다. 막내는 생필품 할인마트를 하는데 두 부부가 함께 운영한다. 그날은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세일하는 날이라 아이를 가게로 데려갈 수가 없어 어머니께 부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막내는 몰랐을까. 막내와 제수씨는 아침에 어머니께 아이를 데려다주고는 가게로 갔다는 것이다. 그러니 막내는 당연히 어머니가 집에 계실 줄 알았고 어머니는 집에 계시다 우유가 떨어져 집에 가셔서 우유를 먹이고 아이랑 같이 한숨 주무시고 계셨다는 것이다. 전화는 가방에 넣어 두시고는 잠이 들어 전화벨 소리를 못 들으신 것이다.

상황을 들어 보고는 어이가 없기는 했지만, 문제는 말도 안 되는 그 아파트 이름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어느 해였던가. 시골에 사는 부모가 자식 집을 찾아오기 힘들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영어 이름의 아파트를 선호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 그런 가정들이 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영어 이름으로 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죄 없이 눈총을 받아야 할 때도 있었다. 그 기사를 보며 그냥 기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농담처럼 흘리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요즘 사람들의 사고가 다르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르신들 말씀에 효자 집안에서 효자 난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은 부모가 하는 행동을 자식들이 그대로 따라 배우고 행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약 지금의 나 자신이 부모를 버리고, 또 찾아오지 못하도록 어려운 이름의 동네나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부모를 외면한다면, 먼 훗날 내 자식이 똑같이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니 당연히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라고 믿으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한다면 섣부른 행동으로 부모를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풍토는 부모는 없고, 자식만 있다. 아니 500년 전에도 똑같은 말은 누군가가 했을 것이다. 사회는 변화되어가고 있고, 근대화, 현대화 과정을 지나며 점점 민족주의가 가족주의가 되고, 이제 개인주의가 되어가고 있다. 그 사회풍토는 사회적 배경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한동안 정부에서는 우리 뿌리 찾기에 노력했었다. 우리의 것, 전통의 것은 촌스러운 것이 아닌 자랑스러운 것이라는 공익광고를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전통의 것을 강조하기보다는 새로운 문화, 국제화 시대라는 커다란 사명 앞에 우리의 것은 정신문화마저도 서서히 죽어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이 국제화 시대라는 것이다. 그 영향으로 새로 짓는 아파트는 모두 다 이름이 영어다. 나 자신도 읽기가 어려운 이름이 허다하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이름의 아파트를 보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행정구역도, 동 이름도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영어로 바뀔지도 모른다. 영어를 배우며 자란 우리 세대도 어려운 영어 발음을 어머니 세대는 어찌 이해하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들 집 찾아갈 때도 종이에 누군가가 적어 준 아파트 이름이 적힌 쪽지를 들고 다니셔야 할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국제화 시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의 것을 키우고, 우리의 것을 국제무대에 선보이고 우리 것을 국제적인 문화로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국제화가 아닐까? 그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한글이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에는 세계 어느 나라 문자보다 아름답고, 위대한 한글이 있는데 굳이 영어를 사용해야만 할까? 꼭 저렇게 뜻도, 의미도 없는 문자 조합의 이름을 써야 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광고 문구가 생각난다. 순수 우리말로 지으면 그것이 곧 세계의 이름이 되고 국제화 시대에 우리의 한글을 국제화시킬 수 있고, 우리나라 위상을 알리는 일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이원국 2010-11-26 17:45	한민족에게는 한글이 최고이지요 우리말을, 우리글을 사랑하지 못하면 남의 글도 어설퍼지게 받아 들여지듯이 세계는 한글을 배우려 하는데 우리는 외래어에 젖어 있습니다 참 아쉬운 순간이였는데 잘 지적해주셔 감사드립니다 한꺼번에 수필을 많이 내리셨습니다~ㅋ 천천히 잘 배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평균 2010-12-10 16:37	초반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떠올리며 읽다가 각박하게 변해가는 세태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예로부터 불변의 진리인 '내리사랑은 있으되 치사랑은 없다'라는 씁쓸한 말이 생각이 나더군요. 이사장님 잘 계시지요? 작은 흔적 놓고 갑니다.

박윤기 2010-12-20 01:22	이사장님 오늘 총회 준비 하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만나뵙게되어 반가웠고 즐겁고 행복헌 날이 였습니다. 2010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즐겁고 행복한 연말연시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최재순 2011-12-03 11:44	그러셨군요?.. 아파트 이름 때문에... 어머니를 찾아 헤메이시고... 어쨌든 다행입니다. 큰 사고는 아니어서.. 그런데요?.. 저도 간혹 시골에 계신 노 부모님께 전화하여 보면 그럴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온 종일 지나고... 밤에 걸어보면 받으시고.. 어딜가셨더냐고 물어보면, 대전에갔다왔다, 마을 회관에서 술한잔 했다, 시내 장에서 사람과 이야기하다 왔다.. 등등 매일 그냥 집에 안계시던걸요?... 선생님 말씀 처럼 쉽고 편안한 우리 말로 하면 더 좋을 텐데?... 선생님의 뜻이 꼭 이루어기질 바라며...안녕하시지요?... 다녀갑니다. 감사합니다.

이희헌 2013-04-06 14:35	시인님, 아파트 이름이 젊은 저도 어렵네요..ㅎ 얼마나 당황 하셨을까 짐작이 갑니다.. 현실을 대변하는 우리의 실상 시인님의 글을 보면서 더욱 느껴집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정찬열 2013-11-10 10:02	달라저도 너무 달라져 가는 격변기에 사는 구세대가 격어야하는 고충중의 하나네요 "오토그란데" 우리세대야 그런대로 적응 하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는 퍽 어려운 발음이네요 아무튼 아무일 없어 그나마 얼마나 다행임니까만 이사장님 께서 많이 놀라셨겠네요 시대에 아픔에 머물다 갑니다. 늘 건강 하시고 행복하세요

한유경 2020-03-01 01:26	처음 수필서재도 들어올 수 있다는거 알았습니다 슬픈 이야기 읽고 갑니다

민만규 2020-08-19 19:53	"우리의 것을 키우고, 우리의 것을 국제무대에 선보이고 우리 것을 국제적인 문화로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국제화가 아닐까? 그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한글이다. " "나 자신도 읽기가 어려운 이름이 허다하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이름의 아파트를 보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2010년의 그때 시원하게 사회를 향해 정치권을 향해 당당하게 호통치시는 모습에 덩달아 호통치고 싶은 심정이 지금도 들 끓어 오릅니다. 시원시원한 수필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억지 시간을 내서라도 29편의 수필을 다 읽어 보도록 다짐해 봅니다.

새로운 도약의 대한민국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김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