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락호
ㆍ작성일	2010-11-23 00:34

ㆍIP: 175.xxx.28

친구의 병문안

친구의 병문안
친구의 병문안 /김락호

우수 경칩은 얼었던 대동강물이 풀린다는 뜻으로 이때는 겨울이 지나고 해빙기에 접어든다는 말로 새해 농사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다. 햇볕은 따사로운데 그래도 아직은 바람이 다소 쌀쌀해서 겨울옷을 입기에는 둔하고 무겁게 느껴지고 간절기 봄옷을 몇 겹을 겹쳐 입고 밖을 나서야지 만이 옷깃을 파고드는 꽃샘추위에 감기가 걸리지 않는 날씨다. 한겨울 감기보다 꽃샘추위에 오는 감기가 더 지독하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바람은 부드러우면서도 매서웠다.

나는 오래전부터 죽마고우인 친구의 입원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병문안을 가기 위해 차를 몰았다. 평소 유독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던 친구인지라 아마도 친구들 중에서 가장 오래 살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친구의 수술 소식을 듣고 벌써 우리 나이가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 없을 만큼 빛바래져 몸속까지 서서히 고장이 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해졌다. 돈이 많으면 사람에게 권력을 갖게 하고 병은 사람을 한없이 서글프게 하니 사람이 사는 인생이 너무 단조롭지는 않은가.

동네 병원이 아닌 대학병원들은 늘 이상하게도 소독약 냄새로 병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친밀감 보다는 차가움이 엄습해 온다. 하얀 가운을 입고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의사와 간호사들, 그리고 어두운 표정의 환자들을 볼 때면 나는 왠지 나하고는 거리가 먼 세계에 와있는 착각과 함께 설마 나는 이곳에서 저들처럼 누워있진 않겠지 하는 경계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언제 이렇게 내 아이를 키웠나 싶다가도 거울 앞에서 주름이 하나 둘씩 늘어가는 것을 보면 저 아이들에게 죽음 앞에서 제발 짐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매달 나오는 건강보험료는 꼬박꼬박 납부를 하는 것이 한 달에 한번 주기적으로 하는 일이다.

친구 녀석은 병실에서 힘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팔에 꽂은 모습을 보니 언제나 씩씩하고 환하게 웃던 그 모습은 사라지고 그저 힘없고 초라한 중년남자의 모습으로 나를 맞이하여 주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의사가 뭐래?”
친구 녀석은 뚝뚝 떨어지는 링거 병을 바라보며
“ 벌써 개나리가 피었더구먼. 이젠 정말 봄이야”
하며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딴청을 피웠다.
병실은 깨끗했지만, 소독약 냄새와 퀴퀴한 음식냄새 그리고 침대시트와 환자복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피. 각종 호수와 병원기구들의 나열로 나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바쁠 텐데 어떻게 왔어?”
친구 녀석은 괜한 능청을 피우며 장난을 쳤다. 병원에 막 들어섰을 때보다는 그래도 표정이 조금은 밝아진 모습이었다.
“입원을 했으면 진작 말하지 왜 이제야 말해? 도대체 왜 그런 거래?”
나는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병명이 뭔지 왜 아픈지 꼭 나에게도 곧 일어날 일처럼 또는 내 건강도 이제는 생각하라는 빨간불이 켜진 것만 같아서 친구를 보는 나의 얼굴이 걱정과 한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걱정하지 마. 조금만 늦게 왔으면 큰일 날 뻔 했는데, 천만다행이지 뭐.”
친구는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그 말인 즉 작년 가을에 종합 검진을 받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뿐만 마음으로 회사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배가 꼭 빨래를 짜듯이 그렇게 뒤틀리고 속이 메스꺼워서 가벼운 장염이겠거니 하고 아프다가 말겠지 생각을 했는데, 계속 통증이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와이프가 안색이 좋지 않다고 병원에 가자고 재촉을 하는 바람에 왔더니, 입원까지 하고 어마어마한 병이 꿈틀거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 그래서? 그 어마어마한 병이 뭐였는데?”
“ 조금 늦게 왔더라면 대장암이 될 뻔 했어.”
암?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이 이 암이라는 이름 앞에 철저히 무너지고 만다.
“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해보니까, 글쎄 작년 가을에 했을 때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용종이 엄청나게 장에 붙어있더라고. 내가 봐도 징그럽더라.
“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나는 순간 용종이라는 것이 뭔지 머릿속으로 국어사전에서 단어를 찾듯이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 용종이 양성이 있고 악성이 있는데 나는 악성이라서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암으로 발전한대. 그래서 며칠 전에 수술했고 담 주에 또 날짜 잡아 놓았어.”
나는 순간 맥이 딱 끊어졌다. 병이라는 것이 이렇게 찾아오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종합검진 받은 지 일 년이라는 시간이 채 되지 않아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이 병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마 나 보다도 친구 녀석이 더욱 놀랐을 것이다.

친구 녀석의 혈압을 체크하기 위해 간호사가 혈압계를 가지고 왔다. 끈으로 팔을 묶고 혈압을 재고 있는 친구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가 이제 더 이상 중년이 아닌 노년의 삶을 위해 부지런히 운동하고 갑작스러운 병을 대비해야 한다는 현실에 새삼 적응이 되었다. 혈압을 체크하고 나가는 간호사의 발목을 붙잡고 ‘저도 혈압 체크하고 싶어요.’ 하고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 뻔했다. 병실 안은 몸 속 장기가 고장 난 사람 또는 화상과 사고로 인하여 붕대를 감고 있는 사람과 보호자들로 다소 북적거렸다. 모두들 얼굴에 생기가 없었다. 아마도 이 답답한 병실에서 하루 빨리 나가고 싶으리라.

"임마, 너도 이참에 종합검진 한번 받아봐“
친구 녀석이 낯빛이 어두워진 내 표정을 읽었는지 연신 옆구리를 찔러댔다. 종합검진 받았다가 일 년도 안 되어 갑작스런 병증이 생기면? 그땐 누구를 탓하지? 하늘을 원망해야 되나? 아님 바가지 긁는 마누라? 사람이 돈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 지기도 하지만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다. 우선 돈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고 마음을 편안히 하고 나 보다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사회적으로 나약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솔선수범 하는 자세를 지니는 것이 몸과 마음에 있는 작은 병부터 고쳐나가는 일은 아닐까? 이렇게 생각을 하니 이제부터라도 새삼 서둘러서 실천해야 겠다는 생각에 몸이 가뿐해지는 느낌이다. 친구 녀석의 병문안이 주는 교훈을 마음에 새기며 세상에서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것은 건강 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일이었다.

* 용종
용종(폴립 ; polyp)이란 점막에 생기는 버섯모양의 흙덩어리를 이르는 말로 흔히 대장에서 발견된다. 종류는 줄기(stem)가 있는 유경성 용종(pedunculated polyps)과 줄기가 없는 무경성 용종(sessile polyps)이 있다. 용종은 대부분 양성이지만 크기가 2cm이상으로 크거나 무경성 용종은 전암성 종양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용종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주로 장내시경 검사나 장 X선 검사 중 우연히 발견된다. 하지만 어떤 용종은 출혈, 점액성 분비물, 장 기능 변화를 보이며, 흔하지 않게 복통을 초래할 수 있다.

이희헌 2013-04-06 15:03	아~~ 친구의 병문안을 통해서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되셨군요~~ 아프고 나면 정신도 많이 성장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아름다워 진다고들 해요~ 저도 이 글을 보면서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고 가네요~~ ^^ 좋은 주말 보내세요^^

정찬열 2013-11-10 09:37	이사장님 호리한 체격이 건강한 거예요 물론 이순이 넘은 나처럼 모든게 건강 하다보니 뜻하지 않은 대형 사고에 장애자로 전락되어 월남의 미군 병원에서 백마병원에서 후송되어 대구의 통합 병원에서 그리고 대형사고로 서울의 한강 성심 병원에서 숱하게 환자들과 함께한 시간이 많은 탓인지 병원 가는 생활이 그리고 숱하게 해온 수술 탓인지 그만 환자를 보아도 둔감 뿐이니 아무쪼록 건강은 건강할때 나이가 들면서 지켜야 되겠지요 어느날 갑자기 알게되면 당황 말 그대로이지요 "친구의 병문안 " 잘 들러 갑니다. 늘 건강 하시고 행운을 기원 드림니다.

이상만 2024-03-19 19:42	절친의 입원소식이 이사장님을 많이 놀라시게 한 것 같습니다. 이미 많은 연세시니 친구의 모습에서 두렵고 건강관리 중요성도 느꼈으리라 봅니다. 암튼 늘 건강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호랑이가 살려준 아이/ 김락호

세금내면 사기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