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락호
ㆍ작성일	2008-08-05 13:47

ㆍIP: 116.xxx.160

현실과 법 그리고 세상 사는 이야기

현실과 법
그리고 세상 사는 이야기

김락호 시인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 단 한 번이라도 법을 어기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욱 많이 어길 것이고, 국민이면 지켜야 할 헌법을 자의 또는 타인에 의해 법을 위반하는 일이 많은 것은 아마도 여러 사람이 서로 부대끼며 어떠한 인연의 고리에 고리를 달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자식 때문에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일을 했다면 그건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부모한테는 정당화될 수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탈선의 행위를 보게 되면 성인으로서 그 탈선을 방조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그런 것은 그저 문서에나 나오는 옛이야기일 뿐, 상업수단, 영업의 이익을 위해 행해지는 불법의 행위가 얼마나 많이 자리 잡고 있는가.

오래전 일이다. 나는 대한문학세계라는 종합문예잡지를 발행하기 위해 당시 문화 관광부에 허가를 신청했다. 신청한 지 20일 만에 전화 연락이 왔다.

“대한문학세계 발행허가 신청하신 분입니까?”
“예, 제가 본인입니다.”
“몇 가지 질문드릴 것이 있어서요.”
“네, 말씀하세요.”
“김락호씨는 전과가 3범이시네요?”
“네? 무슨 전과요, 저 전과 없는데요!”
“폭력 전과 두 번이시고 향군법 위반 한 번이며 현재 국립 공원법 위반으로 검찰에 조사 중이시군요.”

세상에 이럴 수가? 내가 전과자? 순간 많은 생각이 두뇌의 세포를 마구 자극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왔는데, 내가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지탄의 대상이요. 본인 개인에게도 씻을 수 없는 과오를 그렇게나 많이 저지르고 살았다니...... 나는 담당자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듣고서야 왜 내가 전과자라는 기록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먼저 폭력 전과 이야기를 하자면 내 어린 조카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내 여동생 중에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혼자서 아들을 두 놈씩이나 키우며 사는 동생이 있다. 조카가 한 5~6살 적 이야기이다. 우리 형제들은 어머님을 모시고 가까운 대청댐 근처로 여름 휴가차 물놀이를 가서 생긴 일이다. 그날은 한여름이라 엄청나게 더운 날씨여서 우리는 계곡물과 큰 강이 만나는 다리 밑에 자리를 잡고 짐을 풀었다. 며칠 동안 장맛비가 내려서인지 강물은 물이 잔뜩 불어나 물살이 깊지 않은 곳을 찾아온 것이 다리 밑이었다. 그곳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어린 조카 녀석과 지금은 성인이 된 아들놈이 물놀이하기에 안전하다고 생각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쪽에 얌전히 자리를 잡고 어머니와 동생은 부지런히 아침부터 준비해온 음식으로 점심 준비를 하고 어린 동생들과 아들, 그리고 조카는 물놀이 삼매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강가에서 먹는 식사란 늘 그렇지만 왜 그리도 맛이 있는지 그때 먹었던 수박은 참 달았다. 지금도 여름철 길을 지나가다 수박을 보면 그때 먹던 그 수박이 생각나 내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한다. 우리는 그렇게 자연이 주는 풍요를 만끽하고 있었다.

식사하고 나니 배도 부르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강바람에 슬슬 졸음이 밀려와 시원한 다리 밑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며 잠깐 눈을 붙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떠보니 조카가 물속에서 발버둥 치며 울고 있고, 술을 마셨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중년 남자가 아이를 거칠게 다루면서 물속으로 마구 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여동생과 어머니는 목청이 쉬도록 힘껏 소리 지르며 당황스러운 얼굴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고 그 남자는 조카를 접근금지라고 빨간색으로 위험표시를 한, 성인도 들어가지 않은 곳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전날 폭우까지 쏟아졌으니 물살은 어린아이가 감당해 내기엔 더욱 거세고 수심은 한없이 깊었을 것이다. 남자는 그곳에 조카와 튜브를 놓고는 자기 혼자서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일단 조카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 어찌해야 좋을지 눈앞이 캄캄해져 가고 있을 때 대학생으로 보이는 날렵하게 생긴 젊은 남자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물속으로 들어가 아이를 무사히 끌고 나왔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우리 식구들은 너무 놀라 얼굴이 하얗게 변했고, 또한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 젊은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몇 번이고 두 손을 꼭 잡으며 마음을 전했다. 대충 상황을 정리하고 나니 도대체 저 남자는 누구며, 왜 아이를 물속에다 버리고 왔는지가 궁금했다. 순간 여동생이 흥분하여 그 남자에게 달려들어 따지자 남자는 아무런 잘못 없다는 듯 나사 풀린 사람처럼 싱글벙글 웃고 있는 것이다. 그러더니 이 남자가 동생을 때리려 주먹을 휘두르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술에 취해 객기로 저지른 실수라 하여도 다시 제정신을 차리고 미안하다고 사과해도 모자를 판에 나약한 여자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 모습에 순간 나도 달려갔다. 일단 동생을 뒤로하고 왜 그랬는지를 묻자, 이 부도덕한 남자가 하는 말 “내 맘이다. 왜?”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참으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표현할 수 없는 분노와 함께 나도 이성을 잃고 그 남자의 싸대기를 후려갈겼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쪽 일행들과 우리 식구들 간에 단체 폭력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물론 싸움 자체가 되질 않는 싸움이다. 그쪽은 건장한 남자 4명이었고 우리는 여동생과 어머니 중학생이었던 남동생 그리고 나뿐이였다. 인원수로 본다면 4대4이지만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서로 치고 박고 하는 싸움이라기보다는 그쪽 사람들이 술이 너무 많이 취해서 그저 과도한 술주정과 밀고 당기고 하는 몸싸움과 말싸움이었다. 그렇게 옥신각신하는 사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와 말려 주는 덕분에 진정이 되었고 동생은 너무 분한 나머지 이대로 그만둘 수 없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파출소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인데도 한 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한 경찰들을 보니 힘이 쭉 빠졌다. 그것도 몇 번을 전화해서 급하다고 추궁을 해서 온 것이다. 그 남자들은 주변 사람들이 우리 쪽 편을 들어 이야기하자 그중 한 명이 일행을 데리고 가려고 했기 때문에 동생이 경찰에 독촉 전화를 한 것이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들은 떠나버린 뒤였고, 우리는 그들이 타고 가버린 차 번호만을 가지고 있었다. 출동한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우선 파출소로 가서 조서를 꾸미자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쪽에서는 내가 대표로 동생과 함께 경찰차를 따라갔다. 그동안의 상황 설명을 자세히 하고, 동생의 타박상 흔적과 다 찢어진 옷 등을 증거로 보여주니 처벌하려면 진단서가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우리는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끊어다 제출하고 잘 처리해 달라고 거듭 부탁하며 파출소를 나왔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까. 그때의 악몽을 잊어버리고 나와 여동생은 열심히 생업에 열중하고 있던 어느 날, 파출소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그때의 사건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을 해주었다. 상대편에서도 진단서를 제출해 쌍방으로 고소가 되어 경찰서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연락 오면 가보시라는 말을 전해 왔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경찰이 오기 전에 줄행랑을 쳤던 사람들이 아닌가. 당시에는 흥분되고 형언할 수 없는 사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지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용서하고, 반성하며 그렇게 잊어가는 것이 인간사가 아닌가. 동생과 나는 별로 크게 다친 데도 없고 조카도 조금 놀랐을 뿐 잘 자라고 있으니 별일 아니었다는 듯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희미해져 가고 있을 때이다.

그러나 그 일로 인해 또다시 황당한 일을 당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느 날 일 때문에 검문소를 지나가는데 난데없이 지명수배 중이라며 차에서 내리라는 것이다.
“헉!”
내가 수배자라니? 내가 무슨 흉악범이라고 수배까지? 기가 막히고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고 차를 한쪽에 세워두고 경찰관이 가자는 대로 검문소로 들어갔다. 경찰관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인적사항을 묻는데도 아무 생각 없이 불러주고도 한참을 어안이 벙벙해 있었다.

경찰이 하는 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멀 말입니까?”
“무슨 영문인지나 알아야 뭘 하든지, 말든지 하지요.”
“아~ 네. 벌금을 내셔야겠네요. 30만 원인데요.”
“지금 즉시 다른 사람을 시켜 벌금을 내시든지 아니면 경찰서까지 가셔야 하는데요.” 하는 것이다.
“도대체 그게 어떤 벌금이랍니까?”
“전에 폭행 사건으로 인한 벌금이군요.”

이럴 수가 세상에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다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그 사건이 또 악몽으로 날 괴롭히다니 정말이지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화기를 참을 길이 없어서 담배만 목구멍에다 대고 불을 질렀다. 그렇게 한참을 말을 잃고 있는데 경찰이 하는 말이 신원이 확실하신 분이니 얼른 법원에 가셔서 벌금부터 내세요. 하며 가라는 것이다. 그날 그렇게 다급하다고 전화를 했을 땐 한 시간이 지나서야 오던 경찰이 벌금을 내라고 할 땐 상냥하고 나긋나긋한 말투로 일 처리를 얼마나 빨리하던지…. 그날 일을 보러 가던 길을 돌려 법원으로 향했고 벌금을 내고서야 폭행 법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 참으로 한심한 나였음을 깨닫게 해주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렇게 내 전과는 하나가 생겼고, 또 하나는 향군법 위반, 그 향군법 위반은 사업상 이사를 하고는 주소를 잃어버리고 변경하지 않아 통지서를 받지 못해 예비군 훈련을 못 받아서 벌금을 낸 적이 있었다. 또 하나는 계룡산에다 별장을 하나 짓다가 97년도에 "I.M.F" 때문에 중단하는 바람에 허가대로 집을 완공하지 못한 것이 국립 공원법 위반이었다. 나중에 완공하여 다 처리된 것으로 알았던 일인데 행정 실수로 수사 중으로 되어 있어 전과 기록에 남아있었다. 전과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불쑥 찾아와 나의 발목에 투명한 쇠사슬을 묶고 있었다.

요즘도 길을 가다 보면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만취한 사람들의 이해 할 수 없는 객기와 행동을 볼 수 있다. 맨정신에는 극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그놈의 술만 들어가면 사람이 180도로 변해 도덕과 윤리를 길바닥에다 뿌려대고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그다음에 후회하고, 또 술을 마시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회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개인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해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취객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이 어디 나뿐이겠는가. 우리나라 국민 정서가 그러하고, 다 같은 이웃이니 그저 술로 인한 것이라면 관대한 것이 죄라면 죄일까.

신문과 TV에서나 듣던 전과자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내가 살아온 세상, 또 지금 사는 세상이 얼마나 준법을 지키며 살 수 있는 세상인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소하게 했던 말과 실수, 그리고 행동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가슴에 남고 어떠한 자료에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또박또박 기록이 되어 언제 어느 순간에 투명한 쇠사슬이 되어 나의 발목을 잡을지, 사뭇 긴장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김단 2014-07-06 18:21	김락호이사장님 늦은 밤 잘 도착하셨는지요, 어제 이사장님의 귀하신 말씀! 늘 가슴에 담아 가며 창작 활동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사장님께서 들려 주신 말씀! 지금 수필속의 그 마음과 어제 말씀하신 현실의 마음 모두 지금 서재에서 옅볼 수가 있네요, 그리고 이사장님의 수필을 통해 많은 배움을 얻고 갑니다, 이사장님 늘 강녕하세요~^^

비 내리는 여름 갑사

팝콘과 콜라의 맛은 영화의 질과 반비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