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락호
ㆍ작성일	2010-11-23 00:37

ㆍIP: 175.xxx.28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김락호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김락호

기차여행을 해 본지가 까마득히 생각도 잘 나지 않지만, 기차여행 하면 왠지 낭만적인 느낌과 정겹고 설렘을 갖게 한다. 요즘처럼 기차라고 해도 KTX처럼 서울에서 부산까지 서너 시간도 걸리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청소년들은 결코 기차가 가지고 있는 추억과 설렘, 그리고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낭만을 모를 것이다.

참으로 오래된 이야기를 하나 할까한다. 그때가 내가 중학교 1학년 때쯤이니 70년대 초였던 것 같다.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면 큰 사건은 아니었고, 자그만 사고를 하나 쳐 놓고, 아버님께 야단맞을 것이 걱정되어 집에 들어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리저리 헤매다 생각한 것이. 그래 차라리 집 나가서 돈이나 벌자. 이런 엉뚱한 생각에 난 가출을 결심했다.

한번 쯤 가출해 본 아이들의 이야기를 주워들은 것은 있었다. 서울에 가면 취직할 곳도 많고, 돈도 많이 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었다. 그래. 서울로 가자. 하지만 주머니에 돈도 없었고, 서울까지 걸어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고민을 하면서 동내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래 역전으로 가자 결심하고는 두 시간 걸어서 대전역에 도착했다. 대전역에서 사람들한테 서울 가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서울을 가려면 대전역에는 지금 기차가 없고, 서대전역으로 가라는 이야기였다. 대전역에서 서대전역까지는 꽤 멀었다. 하지만 한 번 목표을 세웠으니 가보기로 했다. 다시 걸어서 서대전역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는 곳으로 가서 서울 가는 방법을 물었다. 우선 표를 사야 한다고 했다. 서울행 기차가 도착하려면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표를 구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가야하나? 아니면 대전에서 취직을 해볼까? 나름대로 고민을 하며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건너 편 쪽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그러니까 너는 저 아줌마 뒤에 따라 나가고,
나는 저 할머니 짐을 들어 주면서 따라 나갈게 하는 소리였다.
앗...!!!!!!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나도 그들과 같이 하기로 하고 따라 나갈 어른을 찾기 시작했다. 저쪽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를 선택하고는 그 옆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할아버지 어디가세요?
나? 응 서울 가지…….
아 네…….
저도 서울 가요.
할아버지 그럼 제가 짐 들어 드릴까요?
어이구, 고마워라…….

정말로 그 방법이 통할지는 모르지만 난 기대에 차 있었고, 벌써 서울에 무사히 온 것처럼 들떠 있었다. 열차시간이 다가오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대합실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합실은 사람들 냄새로 가득했고 이윽고 줄을 서기 시작했다. 할아버님과 나도 줄을 서서 개찰구 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정복을 입은 아저씨가 뭐라고 하더니 나가는 문을 열고 자 순서대로 나오세요. 하자 사람들은 서로 빨리 가려 아옹다옹 밀치고 난리 법석이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일순간에 모두 개찰구로 몰려드는 바람에 한참동안 몸부림을 한 끝에 할아버지가 먼저 나가고 나도 그 뒤를 따랐다. 역무원이 표 줘야지 할아버지가 가져 가셨어요. 하며 사람들에게 밀려 앞으로 나갔다. 그렇게 나는 역 개찰구를 빠져 나와 할아버님 짐을 역 플랫트홈 까지 들어드렸다.

별무리 없이 기차를 타게 된 나는 아까 나 저럼 몰래 기차를 탄 아이들을 찾기 시작했다. 한참 만에 그 아이들을 만나 서울까지 가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하자 그 아이들은 아주 능숙하게 방법을 설명해준다. 조금가다 보면 표 검사를 하니까 그때는 뒤로, 뒤로 가서 검표한 기차 다음 칸으로 가라는 것이다. 서울까지 몇 번하니까 잘보고 있다가 자기들을 따라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기차를 타기는 했으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기차를 탄다는 것에 흥분해 배고픈 줄도 몰랐지만 막상 기차를 타고 보니 이제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가진 돈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으니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배고픔을 온몸으로 겪고 있을 쯤 저쪽에서 사람들이 삶은 계란을 먹는 것이 보인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가서 먹는 것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먹는 것을 바라보며 침을 꼴딱거리며 부러운 눈초리를 계속해서 보냈다. 그러자 나를 한참 바라보던 아주머니가 너 먹고 싶니? 하나주랴? 하시는 게 아닌가. 네~~~~~!! 하나주세요. 아주머니께서 건네주신 계란을 허겁지겁 먹는 것을 보고는 하나를 더 주셨다. 얼마나 맛이 있든지 지금도 그때의 그 삶은 계란 생각만 하면 식욕이 생긴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기차 여행은 시작되었다. 내가 탄 기차는 그 유명한 대전 발 영시 오십분 기차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전발이 아니라 서대전발 이였지만 노래가사 때문에 대전발영시 오십분으로 더 유명한 대전 발 서울행 완행열차였다. 이 열차는 서울까지 가는 동안 조그마한 역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정차하여 사람들을 내려놓고 태우면서 끝도 없이 구불구불한 철길 위를 달려만 가고 있다.

그렇게 밤새 기차여행에 시달리다 보니 어느새 차창 밖은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고. 그 햇살을 이불삼아 나는 잠시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니 며칠이 지나간 것일까. 어느새 기차는 종착역인 용산역에 와 있었다. 다른 사람들 틈에 끼어 역을 간신히 빠져 나와 역 앞을 보니 어마어마한 건물, 수도 없이 많은 차와 사람들, 어리둥절한 눈동자는 이리저리 사진을 찍듯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에 오면 취직자리도 있고 먹을 것도 걱정 안할 줄 알았던 곳인데 건물들이 크다는 것과 차와 사람이 많은 것을 빼고는 내가 살던 대전과도 별로 다른 게 없다. 우선 배고픔을 걱정해야 하고 일을 할 만한 곳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눈에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집에서 걱정하고 계실 어머님 얼굴이 떠오른다. 한참을 가슴속에 속울음을 울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우선 배가 너무 고팠고, 당장 오늘 잠잘 곳을 찾아야 했다. 그래도 어린나이 인지라 처음보고 신기한 것들에 대한 호기심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며 몇 시간을 걷다보니 중국집이 보였다. 난 중국집 앞을 얼마나 서성이다가 주인처럼 보이는 한 사람에게 아저씨 저 일할사람 않 구하나요? 물었다. 한동안 내 모습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너 한글 알아? 하며 물어본다. 네 중학교 다니다 왔어요. 그래 그럼 우리 집에서 일 해볼래? 우선 씻고 옷부터 갈아입어라 하시며 씻을 곳과 옷을 마련해 주셨다.

난 중국집에 취직을 해 고픈 배도 채우고 일도 하게 되었지만 일하면서 겪는 서러움이란 참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따뜻한 밥과, 학교만 다녔던 내가 아침부터 새벽 늦게까지 배달하고 잔심부름 하며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분명 아니었다.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절대로 가출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3일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주인 몰래 집으로 전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동네에 하나밖에없는 전화가 있는 집으로 전화를 걸어 어머니께 내가 지금 서울 어디에 있다고 전해 달라고 말을 하고는 끊었다.

이틀이 지나서 어머니께서 내가 일하고 있던 중국집으로 날 데리러 오셨고, 나는 가출이란 정말이지 할 것이 못 된다는 것과 집이 얼마나 소중하며 부모님이 자식들 때문에 얼마나 노심초사 하는지, 얼마나 고생 하시는지를 어린 나이에 너무도 깊게 새겼다. 그리고 요즘 광고 카피에서 하는 말처럼 집 나 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었다

최재순 2011-12-03 11:56	ㅎㅎㅎㅎㅎ 재미난 추억입니다. 지금 생각하여보시면?.. 그런데 정말 집나가면 고생맞아요?...그것도 그냥 고생이 아닌(x) 고생이지요?... 누구나 한 번 쯤 가출 앓이를 할 무렵의 추억.. 우리 남편도 이런 추억 있는데요?... 좀 엇비슷합니다. 그런데 선생님, 무임승차 하셨습니다!~~~~지금 그 당시의 기준으로 차비를 계산하시려면 꽤 많이 되겠어요?.... ㅎㅎㅎ 참 재미난 장면 같습니다. 그 작전요?...

이희헌 2013-04-06 14:44	재밋게 읽었습니다..ㅎ 자라면서 누구나 한 번씩은 생각하게 되는 가출(?) 시인님의 가출은 그런데로 구엽네요^^* 고생을 해봐야 따뜻함을 안다고..옛 어른들이 말씀하셨는데 어느새 저희가 그 나이가 되었네요.. ^*^ 좋은 주말 보내세요~~~

염규식 2013-05-15 16:01	그래도 지금은 그때의 고생이 아련히 그리우시죠-ㅎ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옛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귀한 수필 잘다녀갑니다 늘--건필하십시요

정찬열 2013-11-10 09:24	나는 지금 수필을 쓰기위에 열심히 선배분들의 서재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사장님 께서도 가출이라는 어릴적의 시련의 추억이 있었네요 감동 깊은귀한수필에 "집나가면 고생이다" 잘 다녀 갑니다. 늘 건강과 행운을 기원 드림니다.

전병일 2019-05-24 13:01	이사장님의 옛 추억이 있었군요 옛 말이 틀린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집나가면 개고생이죠 내집이 제일 편안합니다 공감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시간 되십시요~~^^

민만규 2020-08-19 19:22	중딩 가출소년 김락호 고딩 가출소년 민만규 아련한 옛 추억이 안개처럼 피여오릅니다. 리얼하게 그린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수필 이야기에 헛 웃음이 납니다.^^ 그땐 왜 그랬는지 ㅎ ㅎ ㅎ 그래서 문학세계의 별 지금의 김락호 이사장님이 계시고 지금의 초보시인 민만규가 있나 봅니다. 많은 수필을 재미나게 읽고서는 깊은 감동에 제가 깜박 감사의 댓글을 잊고 말았습니다. 어느 수필 하나하나 감동의 연속입니다. 이렇게 훌륭하신 분을 이사장님으로 모실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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