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을 볼 수 있었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시인, 수필가 김락호

업무차 이번 여행은 캄보디아라는 유서 깊은 유적이 있는 나라다. 그것도 앙코르와트라 불리는 불가사의한 사원이 있는 시엠립이라는 도시로 가기 위해서다

나는 비행기를 타면 가능한 창 쪽으로 앉는다. 긴 시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창밖을 내다보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에는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내 좌석은 복도 쪽 가운데 자리다. 창 쪽에는 이미 배트남인 같은 사람이 앉아 있어 어찌하면 창 쪽 자리와 바꿀까 생각하다 비행기는 이미 이륙을 해버렸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아쉬운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눈만 말똥거렸다. 인천 비행장에서 베트남까지는 네 시간이 넘는 긴 시간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나는 잠이 들었다.

새벽에 인천공항으로 가기 위해 오랜만에 버스를 탔는데 멀미를 심하게 한 탓일까 한두 시간을 푹 잔 것 같다. 그렇게 피로를 풀고 나니 몸도 마음도 한결 밝아졌다. 뭘 할까 하고 책을 뒤지는데 기내식이 나오는 게 아닌가. 주는 음식을 받아 들고 고민을 했다. 이것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왜냐면 아침에 버스에서 멀미를 해 또 잘못 먹으면 멀미를 할까 두려운 마음 때문이었다.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은 그래 비행기는 멀미를 하지 않았으니 괜찮을 거다. 라는 생각에 음식을 먹는데 생각보다 먹을 만했다.

그런데 내 머릿속에는 베트남에 도착할 때는 그곳의 풍경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창 쪽의 자리를 탐내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말은 안 통하지만 한번 시도나 해보자 하고는 그 남자한테 가서 말을 걸었다. 서툰 영어로 자리를 바꾸자는 말을 하자 그는 처음에는 이해를 못 하는 눈치였지만 이내 내 바디 랭귀지가 통했는지 자리를 바꿔준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는 나는 창 쪽에 카메라를 들이대고는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운 구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지상에는 비가 오는지 구름이 많았다. 그렇게 구름과의 사랑에 빠져 한참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자니 기내방송이 들려온다. 착륙을 할 예정이니 안전벨트를 매고 자리에 앉으라는 소리다. 이윽고 비행기는 서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고 아래는 내가 바라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국적인 풍경이다. 아름답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멋진 풍경을 한 컷이라도 더 카메라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나는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도착해 간단히 식사를 하고 다시 캄보디아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을 구경하다 담배가 생각나 흡연실을 찾아간다. 내가 들어갈 때만 해도 깨끗이 정리가 잘되어 있었다. 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울 때쯤 한 무리의 한국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한국에서 온 비행기가 관광객을 싣고 온 모양이다. 그러려니 하고 나는 그곳을 나와 한참을 돌아다니다 다시 흡연실을 찾았다. 그런데 내 눈에 펼쳐진 광경은 참으로 한심함 그 자체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깨끗하던 흡연실이 한국 사람들이 왔다간 이후 여기저기 담배꽁초에 쓰레기, 그리고 웬 침들을 그리도 많이 뱉어 놓았는지 담배생각이 살라질 정도로 더럽혀져 있었다.

에구, 이러니 욕을 먹지.........

3시간 동안을 하노이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는 캄보디아 시엠립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앙코르와트(AngkorWat)앙코르는 왕도를 뜻하고 와트는 사원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사원의 뛰어난 미술적 건축양식은 인도의 영향도 받았지만, 건물의 형태나 석조장식 등을 살펴보면 앙코르 왕조의 독자적인 양식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앙코르 왕조는 13세기 말부터 쇠망하기 시작하여 15세기경에 완전히 멸망함에 따라 앙코르와트도 정글 속에 묻혀버렸다고 한다. 그 후 1861년 프랑스 박물학자가 표본을 채집하다 발견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하는 곳 업무도 중요하지만 나는 이곳의 여러 곳을 들러 보고 싶은 게 내 여행의 목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나의 사원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한데 이런 사원이 수백 개라니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구경을 하던 중 왜 이렇게 많은 사원이 생겨는 지가 궁금하여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이유인즉 사원 축조 당시 전쟁을 하여 승리를 할 때마다 사원을 하나씩 만들어 전쟁에서 죽은 자의 넋을 달래고 힘이 있는 국가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천 년도 넘은 그 시기에 이만은 돌들을 어떤 방법으로 옮겨 왔을까? 현대의 자동차로 가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에서 저 많은 돌을 가져다 축조한 거대한 조형물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루를 사원 구경하는데 투자를 하고 나는 다음날 관광객들의 코스가 아니라는 쁘놈 꿀렌 (Phnom Kulen) 산이라는 곳을 가기로 했다. 현지인들의 유명한 기도 도량이라고 한다. 끝도 보이지 않은 벌판, 산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는 곳에서 산을 간다니 삼은 기대가 크다. 호텔에서 차로 두 시간 가야 한다니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일찍 준비를 해 우리는 꿀렌 산을 가는 도중 중간 중간 들려 원주민들의 생활도 구경하고 먹을거리로 허기도 달래며 여행의 참 묘미를 만끽했다. 그러던 중 이상한 걸 발견했다. 길거리에 솥단지를 걸어놓고 불을 때고 있기에 저거는 뭘 하는데 날씨도 더운데 집집마다 불을 때고 있는 거냐고 물어보니 천연 사탕을 만든다는 것이다. 궁금하여 하나 사 먹어보니 맛이 천연적인 사탕 맛이다. 일행 중 한 분이 당이 약간 있어 올 때마다 저 사탕을 사간단다. 당이 내려가면 하나씩 먹으면 좋다는 거다.

한참을 가다 우리는 길거리에서 바나나를 파는 원주민들을 보고 차를 세웠다. 바나나 하면 노란색, 녹색, 이런 색인데 붉은색의 바나나가 있다. 안내원이 하는 소리 일반 바나나보다 맛이 좋다는 이야기에 우리는 한 덩어리를 3불을 주고 샀다. 양이 너무 많아 하나씩 먹어도 우리끼리 다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는 호텔을 출발한 지 두 시간 조금 더 걸려 목적지인 프놈꿀렌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프놈은 크메르어로 산, 꿀렌 산은 크메르 왕조가 탄생된 신성한 곳이라 고한다. 서기 802년 첸라국의 왕자 자야바르만 2세가 이곳에서 모국인 쟈바에서 독립하여 크메르 왕조를 건국함을 선서했다고 한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강물 아래 널찍한 사암 바위를 깎아 각종 형상을 새겼는데 바위의 모습이 마치 평상 침대와 같아 River Bed라 불린다고 하는데 이것은 꿀렌 산이 왕조의 탄생지임을 기념하여, 또 크메르 산천을 적셔주는 강물의 원천이 이곳에 있음에 의미를 두고 11세기에 만든 물속 신전이다. 심연에서 솟구치는 물은 요니(Yoni, 여성의 자궁으로 쉬바 신의 상징인 남근 링가에 대조되는 것)이며 생명의 근원인 링가와 합체되어 생명을 탄생시키고 살찌우는 신성한 물이다. 수면에서 널찍한 바위에는 수많은 형상과 힌두교의 신들이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보지는 못했다. 비가 온 뒤라 물이 불어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산꼭대기에 누워서 열반하신 부처님의 형상을 참배하고 소원을 빌기 위해 원주민들의 순례지로 유명하다는 곳, 우리도 한참을 산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내려오던 중 관광객들을 상대로 구걸하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었다. 어느 나라나 다 있는 풍경이라 별로 대수롭지는 않았지만, 그들 중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30대쯤 돼 보이는 여자인데 한쪽 다리가 없고 가슴에는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내 눈을 사로잡는다. 나는 주머니에서 일 달러짜리 한 장을 건네주었다. 달러 한 장을 손에 들고 합장을 하며 감사의 표현을 하는 그 아낙네의 모습에서 작은 행복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 여인네의 해맑은 모습을 뒤로하고 내려오던 중 한 무리의 아이들을 만난다. 열 명 정도는 되어 보이는 아이들. 우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또다시 순수함을 볼 수 있었다. 산에 오르기 전에 사놓은 바나나를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하나를 더 얻기 위해 내미는 손에 빠짐없이 나눠주고 나는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 어린 시절을 볼 수 있었다. 뭘 더 줄 게 없나 하고 생각하다 나는 주머니에서 껌 한 통을 꺼내 한 아이에게 주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한통을 다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만을 빼 가는 것이다. 나는 그 아이의 순수함에 다시 한 번 놀라고, 나머지 아이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욕심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껌을 건네주는 내 모습이 하나씩만 가져가라는 의미로 보였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탐욕에 찌들지 않은 순수함을 볼 수가 있었다. 나는 오늘의 여행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