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적정거리

인간은 태어나면서 가족의 일원이 되고 성장해가면서 또래들과 어울리게 되며, 더 나아가 사회적 구성원으로 일생을 살아갑니다. 싫든 좋든, 사회적 무리 속에서 많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이렇듯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우연히든 필연이든, 부모와 자식으로 부부로, 형제 그리고 친구 및 동료로,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 속에서 만남도 이별도 공존하며 울기도 웃기도 합니다. 같은 부모의 뱃속에서 나온 형제일지라도, 의견 투합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사람입니다. 하물며, 사회에서 어떠한 목적으로 만난, 사람과의 의견 일치를 일사천리로, 한 번에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얻을 건 얻어가며, 공생하는 지혜를 취득해 가면서 우리는 살아갑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간관계는 복잡 다양합니다. 때로는 인간관계가 실타래처럼 엉켜버려 영영 풀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사소한 일이 눈덩이처럼 굴리고 불려서,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르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옆에서 삼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별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견해차 그리고 개개인의 성격이 다르므로 모두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의 지혜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관계의 적정한 거리 유지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말과 같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천하려는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 듭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백번을 잘해주다가 한 번 소홀히 대하면 섭섭해 하는 것이 인간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다 마지못할 사정으로, 간혹 오차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변했다고 하면서 비난하기 급급합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우선인데 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테두리 안에서 기준점을 잡아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인간관계를 가정해볼 때, 갑과 을이라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갑이라는 사람은 자기 마음을 모두 열어, 을에게 100을 주었는데, 을이라는 사람은 80에도 못 미치는, 60밖에 마음을 안 열어 준다고 갑이 느낀다면, 갑은 차차 섭섭함을 넘어 분노로 치달아, 둘의 관계는 영원히 요원해질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서로 견해차라는 게 있는데, 일방적으로 자기가 준 것만 생각하지, 상대의 입장에 서서 고려하지를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을의 관점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방우달 시인의 글, 관계의 적정거리에서 “간격은 통로다. 둘 사이에 간격이 있다고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글귀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간격이 있어야 바람도 햇살도 물도 정(情)도 이야기가 되어 흐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것이 없다면 무의미한 관계라 했습니다. 적정한 간격이 있어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의 가교 구실을 합니다. 적정한 거리를 너무 벗어나면, 무관심이요. 너무 가까이하다 보면, 지나치게 격이 없어져, 욕심과 집착, 그리고 시기와 질투가 따르게 됩니다.

태양계에 속하는 행성들은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공전합니다. 그중 지구라는 행성 안에, 우리가 누리는 자연도 인간과의 적정한 거리 유지가 있어야 아름답습니다. 신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적정거리를 설정해 놓았습니다. 우리네 삶도 그러합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뜻이 통하면, 흔히 “사이 좋게” 지내자는 말을 합니다. 여기서 “사이”는 한곳에서 다른 곳까지, 또는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까지의 거리나 공간이라고 국어사전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이”는 두 사람 간의 거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좋게”는 말씨나 태도 따위가 상대의 기분을 언짢게 하지 아니할 만큼 부드럽고 원만하거나 선하다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두 낱말의 합성어인 “사이 좋게”는 사이를 좋게 하다. 즉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서로 간 조화로운 적정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가까운 사람일수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 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주위에 너무 가깝고 친하다고 해서, 고마운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우리네 삶에서 인간관계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정한 거리를 가질 때, 원만한 인간관계가 조화롭게 펼쳐지리라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