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머무는 뜨락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명을 가진,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기 몫의 삶이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사연의 향기를 뿜으면서 말입니다. 해가 뜨고 지고 달이 뜨고 지고 하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또다시 봄이 찾아옵니다. 이렇게 세월의 톱니바퀴는 알아서 돌아갑니다. 우리네 삶도 자신만의 고유 영역인, 햇살이 머무는 뜨락에 갖은 사연을 심고 가꾼 다채로운 향기를 지닌, 저마다의 사연들이 어우러져, 사람 사는 세상은 여울지며 흘러갑니다.

우리가 사는 삶은 흔히 행복과 불행의 조건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한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불행한 것 또한 아닐 것입니다. 불행과 행복, 행복과 불행은 교차하며 돌아가거늘, 굳이 하나만을 독차지하려 한다면, 그 몫은 오로지 자신의 몫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시대는 남들보다 뛰어난 자기만의 창의적인 재능이 있다면, 좀 더 값진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에게만 주어진 재능이 있습니다. 그 재능을 우리는 때때로 망각하고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할 거야. 너 하는데 나라고 못 할 리가 없어.” 마음만을 앞세우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누구에게나 도전 정신은 필요하지만, 그것도 자기 능력 밖의 일이라면 무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일반 성인 남자의 신체조건으로 제아무리 노력해본들, 100m, 200m 세계 신기록자인 자메이카 출신 우사인 볼트의 기록을 능가할 수 있을까요. 노력도 중요하지만, 하늘이 준 신체적 조건 그리고 타고난 재능이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인 만큼, 그가 얻은 명예와 부(富)는 당연하다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실망하거나 부러워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남이 지니지 못한 재능 하나씩은 있으니 말입니다. 자신만의 재능을 찾아내어 가꾸고 노력하며 산다면 그보다 값진 삶은 없을 겁니다.

누구나 수많은 외로움과 방황과 두려움을 안고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그 험한 바탕의 땀방울에 피어나는 행복이 있어 살맛 나는 세상일 겁니다. 세상은 혼자만 살 수는 없습니다. 싫든 좋든 사회라는 굴레 안에서 서로 몸으로 부대껴가며 살아갑니다. 한 사람일 때는 문제가 될 리 만무하지만, 둘 이상이면 원칙이 있어야 삶이 평화롭습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의 문제점 또한, 자꾸 양산되는 실정입니다. 세상 안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고, 그 문제점을 법이라는 잣대를 적용하여 될 수 있는 한, 공평하게 들이대려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인간 세상에도 법이 있듯이, 동물의 세상에도 그들만의 법칙이 있을 겁니다. 사회가 무탈하게 굴러가려면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꼭 반칙하는 무리가 있습니다. 원칙 즉 법이라는 테두리를 교묘히 벗어나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얄팍한 속셈을 들어내거나,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기도 합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슨 의미인지는 모두 익히 알지만, 일반 상식으로 도저히 용납이 가지 않은 범법행위를 일삼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는 많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어느 원시 부족 이야기입니다. 이 부족에게도 법이라는 잣대가 당연히 있습니다. 이 부족사회에서 누군가가 죄를 지으면 처벌이 경이롭습니다. 마을 광장에 죄를 지은 사람을 중심으로 부족 사람들이 둥글게 모인답니다. 그리고 죄를 지은 부족의 죄수에게 욕설과 돌을 던지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살아온, 지금까지의 선행에 대해서만, 부족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칭찬을 해준답니다. 인간 본연의 마음으로 말입니다. 부족 사람들 모두가 참여하여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죄수는 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의 진정성을 읽어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저지른 죄를 뉘우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때 묻지 않은 인간 본연의 순수한 심성을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세상을 사노라면 뜻하지 않은 일들이 불어닥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에 대들지 마세요. 세상을 거스르지도 마십시오. 정도를 밟으며 물이 흐르듯 순리대로 살아가세요. 우리에게 삶의 지표가 될만한 제가 좋아하는 러시아의 위대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세계적인 명시(名詩) 구절을 옮겨놓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 기쁜 날이 오고야 말리니 / 마음은 미래에 살고 / 현재는 우울한 것 /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라는 시의 구절입니다. 이시는 누구에게나 공감을 주는 시이기에  세계인의 사랑을 받습니다. 우리네 삶의 뜨락에 속속들이 피어나는 저마다의 사연과 같은 시입니다. 그대 그리고 나의 햇살이 머무는 뜨락에는 오늘은 어떠한 사연의 꽃이 피어날까요? 은은히 꽃향기 피우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