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커피 한잔에 담아보는 여유가 있어 좋은 나절이다. 문득 하늘을 찬찬히 둘러 본다. 파란 가을 하늘 참 넓기도 하다. 마음이 뻥 뚫린 듯 편안해진다. 언제나 볼 수 있는 하늘이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하늘이건만, 글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하늘을 찬찬히 쳐다 본적이 언제였는가 싶다.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 또한 그러하리라 생각해본다. 잠시 만이라도 잡다한 생각을 떨치고, 넓은 하늘을 품는다면 속박된 삶에서 벗어난 느낌이 절로 들 것이다. 이 짧은 시간조차 누릴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에게 묻는다. 우리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삶에 쫓겨, 허둥대면서 자신의 고유 권한인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자유마저 빼앗기며 구속당하며 산다는 느낌이 든다.

현실이란 굴레에 갇혀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하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특정 범위를 벗어나면 왠지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다수의 사람은 마음을 졸이며 심적으로 여유가 없다.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사람들이다. 누군가가 손 내밀어 다가서면 지레짐작으로 해코지하지나 않나 하고 과민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서로서로 못 믿는 불신 풍조가 점점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 같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서는 것도 의심이라는 병폐로 장막을 씌운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공격성으로 돌변한다. 마음의 여유가 그만큼 없다는 뜻일 게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 몸과 마음의 치유가 절실히 필요하다. 요즘 힐링 붐이 일어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날마다 반복하는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이 드는 건, 비단 나만의 생각만은 아닐 게다.

현대인들은 스스로가 쳐놓은 굴레에 갇힌 일상의 포로 같다. 하루하루 되풀이하는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행동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늘 같은 틀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 머물러 있는 생활도 병들기 마련이다. 우리에겐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아니 건강을 위해서라도 틈을 내어 일탈을 권하고 싶다. 가끔은 일상의 틀을 박차고 콘크리트 굴레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에 안겨보시라. 프랑스의 작가 장 그라니에는 행운의 섬이란 글에서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라 말했고 “여행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해서 한다.”라고 했다. 여행은 자신을 버림으로써 새로운 자기 자신을 만나는 여정이라는 그의 해석이 마음에 와 닿았다. 아무리 바쁜 일상일지라도 틈을 내어 여행하며 살라고 권하고 싶다. 정녕 시간이 낼 수 없다면 주말을 맞아 야외로 나가 자연의 품에 안겨 힐링하시라. 마음의 여유를 찾아드리고 싶다. 자신의 활력을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의 생동감 있는 활력을 위해서라도 때때로 일탈을 권장한다. 닫아 놓았던 마음의 빗장을 풀어 단절하고 살았던, 마음의 여유를 찾으시라 당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