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人에게 퇴고(推敲)는 글쓰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중국 송(宋)나라 때 완열(阮閱)이 지은 『시화총구詩話總龜』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오고 있다. 중국 당(唐)나라 시인 가도(賈島)가 젊었을 때의 일이다. 시인 가도(賈島)는 과거에 여러 번 응시했지만, 번번이 낙방하여 크게 낙심하고 승려가 되었다가 다시 과거에 응시해 장가주부라는 말단의 벼슬을 하였다. 시인 가도(賈島)가 과거를 보기 위해 장안으로 나귀를 타고 가던 중에 시상(詩想)이 떠올라 시(詩) 지었는데, 이 시(詩)가 「제이응유거(題李凝幽居)」라는 詩이다.

일화로 더 유명한 이 시가 완성되기까지 가도(賈島)는 詩의 결구(結句) 부분에서 시어(詩語)의 선택을 두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깊은 고심을 하게 된다.

“조숙지변수(鳥宿池邊樹): 새들은 연못가 나무 위에 잠들고

승고월하문(僧敲月下門):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

라는 구절(句節)에서 ‘승고월하문(僧敲月下門)’ 중, '밀 다의 퇴(推)'로 할지, '두드리다의 고(敲)'로 해야 할지를 두고 시어(詩語) 선택에 고심을 거듭하였다.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미네’와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 밀 퇴(推)'로 할지, 두드릴 고(敲)'로 할지를 가도(賈島)는 나귀 위에서 고심하다가 정신이 팔려 결국 자신을 향해오는 고관(高官)의 행차를 피하지 못하고 부딪히게 된다. 이 고관이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의 한 사람인 당대의 문인 한유(韓愈)였다. 가도(賈島)는 머리를 조아려 길을 피하지 못한 이유를 자초지종을 말하고 정중히 사과하였다.

한유(韓愈)는 가도(賈島)의 뜻밖의 말을 전해 듣고는 꾸지람보다는 가도(賈島)의 창작 태도를 가상히 여기며, 가도(賈島)의 시구절을 듣고 한참이나 생각에 잠기더니

‘내 생각에는 밀 다의 퇴(推)보다는 두드릴 고(敲)가 더 좋을 듯싶다’고 말을 하였다.

'문을 밀고 들어오기 전에 두드리는 게 예의가 아니겠는가?'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 말을 듣고 시인 가도(賈島)는 한유(韓愈)의 권유대로 두드릴 고(敲)를 택했다고 한다.

글다듬기의 ‘퇴고(推敲)'라는 말의 유래가 여기서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한유(韓愈)의 말을 간단히 정리하여 적었지만, 가도(賈島)의 거듭되는 고민의 까닭이었던 “퇴(推)와 고(敲).” 시어(詩語) 한 자의 선택이 주는 詩의 뜻과 의미는 깊고도 넓기 때문이다. ‘퇴고(推敲)’란 문인이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문맥을 고심하여 다듬고 거듭 고치는 것을 말한다. 글을 쓰는 문인에게 推敲(퇴고)의 중요성을 몇 번이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글은 다듬을수록 빛이 난다고 하였다.’ 우리에게 알려진 모든 명작은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여 탄생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명작은 결코 쉽사리 명성을 얻은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적인 문장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그의 대표작 『무기여 잘 있거라』를 39번이나 새로 고쳐 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요즘 같은 온라인(on line)인 시대를 사는 우리는 날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글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중, 다수의 글이 즉흥적으로 쓰여 온라인상에 버젓이 올려진다는 사실이다. 퇴고(推敲)는 접어두고서라도 철자, 맞춤법, 띄어쓰기조차 엉터리로 올려진 것을 보면, 문인으로서 민망할 때가 많다. 글을 쓰는 문인이라면 독자에게 최소한의 예를 지키며 다가서야 한다. 문인에게 推敲(퇴고)의 중요성을 백 번이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文人에게 퇴고(推敲)는 글쓰기의 시작이자 끝이다.”라는 것을 명심하고 문인은 글 창작에 있어 항상, “퇴고(推敲)를 즐기시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