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영웅

남을 배려하는 훈훈한 소식을 접하는 것보다, 우리는 네 편 내 편 나누어 싸우는 소식을 접하고 사는 빈도가 훨씬 높습니다. 아니 익숙해져 있습니다. 정치가 그렇고 노동계가 그렇고 사회 전반에 걸쳐, 실리 다툼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이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풍경이라지만, 그래도 너무 각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만의 고유한 향기가 사라져 갑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인지, 아무나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게 스스로 악취를 뿌리며 경계합니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흑백논리에서 한 걸음도 못 나가는 현실의 답답함에 숨통이 막힐 지경입니다. 이권 다툼 앞에서는 국가 간에도 한치의 예외를 두지 않고 전쟁도 불사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안에서도 정치권을 선두로 당파 싸움이 힘없는 국민을 볼모로 잡아두고, 자기네끼리 실리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앞뒤를 재고 말고 할 겨를 없이, 오직 이기기 위해 투쟁하는 모습입니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도 바라보는 눈은 판이합니다. 오로지 자기들 만의 전쟁에 국민이 피를 흘립니다. 이러하다 보니, 우리 사회의 개인주의 현상은 이웃 간에도, 심지어 형제도 예외가 아닌 세상이 되었습니다. 재산 다툼으로 형제간 살인까지 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돈 앞에서는 부모도 자식도 없는, 참으로 살벌하고 희한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갑니다. 하루해는 지고 뜨기를 반복해 가며, 상처를 아물게 하기에 간간이 들려오는 우리 사회의 사람 냄새 나는 소식은, 그나마 훈풍으로 우리네 가슴을 향기롭고 따사롭게 합니다.

우리가 사는 인간 사회에서는 어느 시대에서나 영웅이 존재합니다. 그 영웅들은 한 시대를 이끌거나 아우르며 후대에까지 추앙을 받습니다. 영웅들을 국가마다 민족적 영웅으로 길이 후세들이 기립니다. 우리나라도 수많은 영웅이 나라의 숱한 고비마다 자신을 희생해 가며 나라를 이끌고 지켜냈습니다. 이러한 영웅들은 역사적으로 기록이 되어 역사책을 통해 후대가 배워 가기에 잊히지 않고 길이길이 전해오지만, 잊혀 간 무수한 시대의 영웅들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삽니다. 사람이 사는 시대마다 자신을 희생하여 자신이 아닌 남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고 자신의 목숨을 던진 사람이 많습니다. 고귀한 자신의 생명을 과감하게 던지는 사람이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직무 외의 행위로 타인의 생명 또는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제하다 사망한 사람을 의사자, 다친 사람을 의상자라 우리는 부릅니다. 이러한 시대의 영웅들이 있기에 메말라 가는 사람들의 가슴을 일깨우는 본보기가 됩니다. 남을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가감이 버린다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희생정신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도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한 의로운 이들, 의사자 의상자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세월호 참사에서 자신의 목숨을 아낌없이 희생해, 어린 학생을 구하고, 잠든 이웃을 구하려 불길 속을 뛰어들어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자신은 사망한 젊은 청년의 안타까운 소식이 그러했습니다. 이외에 우리가 사는 곳곳에서 남을 구하고 진작 자신은 의로운 죽음을 택한 이 시대의 영웅들이 많습니다. 우리 이웃이 곤경에 처한 위험한 상황을 방관하지 않고, 자신의 고귀한 생명을 바쳐서 많은 생명을 살린 의사자 및 의상자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위인입니다. 이러한 영웅들은 어느 시대에서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네 가슴에서 쉽게 잊히는 게 안타깝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눈을 뜨고도 코를 베인다 할, 정도로 세상은 참으로 무섭습니다.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있습니다. 서로서로 속이고 속으며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남이야 죽든 말든, 나만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는 극에 달해서 살벌하기까지 합니다. 상대적으로 조금만이라도 손해 볼라치면 두 눈에 쌍심지를 켜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갑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제쳐놓고서라도 제발 선량한 사람에게 해코지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의사자 나 의상자에게 마음의 빚을 지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합니다. 자신의 생명을 바쳐 남의 생명을 살리는 거룩한 희생정신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의 진정한 영웅인, 의사자 나 의상자를 길이 추모하고, 그 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의사자 의상자 추모관을 지어, 후대에 이르기까지 그 정신을 보전했으면 합니다. 현시대와 미래세대의 인성교육의 장(場)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를 주장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