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서 여사와 홍 여사

우연히 회사 탁상용 달력에 모임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세 명이 만나기로 한 날인데 약속을 잊고 있었다. 희원이에게 전화했다.

“희원아 오늘 우리 만나는 거 맞나?”

“뭔 소리야 12일 만나기로 했잖아?”

“나 원~ 오늘 12일이거든, 바쁘면 나중에 만나고” 잊고 있었나 보다.

그제야 자경이 에게 전화해 본다고 야단법석이다. 한 달 전쯤인가 보다. 전화기에 희원이 의 부재중 전화번호가 찍혀있는 것을 일주일이나 지난 후에 발견하고, 전화했더니 안부 인사차 했다며 조만간 만나, 밥 먹자고 하기에 내가 약속을 정한 날짜가 12일이었다. 한참 후 카톡이 날아왔다. 자경이가 계산동에 있는 모 가든에 7시 예약했다는 내용이다. 내가 바로 카톡을 날렸다.

“7시? 난 5시 퇴근이야 바붕아~” 다시 카톡이 왔다.

희원 카톡:”네가 자경이에게 전화해서 시간 조정해봐” 난, 답을 하지 않았다. 한참 후 다시 희원이에게서 카톡이 날아왔다.

“자경이가 6시에 만나 자네” 사실은 둘 다 사업을 하는 친구들이라 갑자기 한 시간씩이 나 앞당겨 주는 것은 나에 대한 배려였다. 그리고 희원이가 톡이 왔다.

“너 혼자 올 거지? 이 말은 우리 회사 앞까지 날 데리러 안 와도 되지? 라는 말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능청스럽게 되받아쳤다.

“헐~ 나 혼자면 되지 뭘 더 바라 “ 희원이는 놀라는 이모티콘으로

“그게 아니라 회사 앞으로 데리러 안 가도 되냐고 이 바붕아”라고 왔다. 내가 통근버스를 타고 다니는 걸 알고 있는 작은 배려가 고맙다. 퇴근하는 직원 차를 얻어 타고 약속 장소로 행했다. 먼저 도착해 있으니, 자경, 희원 순으로 왔다. 모처럼의 만남만큼이나 음식 맛도 좋다. 밥값은 자경이가 냈다. 만나면 셋이서 알아서 차례를 밥값이나 술값 커피값을 낸다. 밥을 먹고 모처럼 노래방에 가자고 한다. 모처럼 셋이서 간 노래방, 노래도 정말 수준급이다. 내가 모르는 현대식 노래를 줄줄이 한다. 한 시간만 놀다 가지고 했는데, 보너스 시간까지 사용하고도 모자라는 눈치기에 30분을 더 추가했다. 자경이의 흥에 겨운 멋진 춤은 아무나 볼 수 없으리라. 자경이의 성격상 조금은 내성적인 성격이라 편하지 않은 자리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호사다. 어머니 생전 18번 곡이라며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부르며 눈물 흘리는 자경, 여자의 일생을 부르며 눈물 흘리던 희원이의 모습이 인간적이었다. 노래방을 나와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인증 삽을 찍자는 제안에 셋이서 사진을 찍었다.

이틀 전, 일 년 여만에 만난 12년 지기 친구, 나를 포함해서 셋이서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 생각나 카톡으로 두 친구 희원, 자경에게 보냈다. 한참 후, 희원이가 먼저 카톡이 왔다. 요란한 이모티콘과 함께 “오늘 하루 응규니도 행복 만땅해라,” 나도 스마일 이모티콘으로 답례했다. 그리고 한참 후 자경이도 카톡이 왔다.

“응규야!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우리 참! 편안한 사이가 너무 좋다.”

“매년 한 장씩 사진 남겨둬도 좋을 듯~”

내가 보낸 카톡 “헐~”

자경 친구: “싫음. 말고” 그리고 카톡은 계속 이어졌다.

응규야 네 시 “넌 대체 누구인 거니” 친구들 방에 올렸더니 반응이 뜨겁다.

친구들이 “자경이 너 요즘 바람 피우나보다 그러네~ ㅎ

내 카톡: ㅋㅋ 누가? 자경이 더러 바람 피우나 보다 그런다고? 그럼 그 시, 분명 각인시킨 좋은 시네. 그치~

자경 친구: 음~ 글쿤 ㅎ 한참 후 또다시 자경이의 카톡이 왔다.

응규야! 마~ 응규가 누구냐고 야들이 난리 났다~ ㅎ 그리고 너 시 “그대에게 전하는 연서” 인터넷에서 찾아 좋다고 친구가 밴드에 올린 시라며 자경이가 복사해 보내왔다.

내 카톡: 의성 촌놈들 밴드 말하는 기가? 자경이도 경북 의성 출신이라 지레짐작으로 말했다.

자경 친구: 아니고~ 대구 촌놈들 대학 동기 밴드에 올렸는데 반응이 뜨겁다.

내 카톡: 우짜노? 하하하~

자경 친구: 그라고 머스마들이 주응규 그 시인 자경이 좋아하는 스토커 아이가 한다.

완전 잼나다 ~ ㅎ 응규야! 그동안 못했던 친구 노릇 오늘 제대로 한 거 맞제?

내 카톡: 그래 맞다. 잘했다~

여기까지가 간단히 카톡 한 내용이다.

내가 이 친구들을 만난 건 12년쯤 되었다. 동갑내기 모임에 갔다가 나도 처음이라 조금은 어색한 터에 처음인듯한 희원이와 자경이 친구를 만났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보다가 차차 사는 게 바쁜지 만나는 빈도가 벌어지더니, 이제는 안부 인사를 가뭄에 콩 나듯이 아주 뜨문뜨문 문자나 전화로 한다. 가끔 문자나 전화로도 일상적인 안부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누구랄 거 없이 “언제 밥 먹자” “그래” 이 말이 통상적인 인사치레이다.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도 일 년 만에 본듯하다. 솔직히 나라도 나서서 모이자고 하면 쉽사리 볼 수도 있지만, 시간 여건상 쉽지 않다. 그리고 이 친구들을 이성으로 보고 만났다면 지금까지의 만남이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만나거나 전화상으로도 소소한 이야기까지 공유하는 허물없는 친구다. 만나면 스스럼없고 자질구레한 집안이 회사일 하물며 자신이 집 짓는 이야기까지 그리고 가족 이야기까지 소상히 공유하는 친구이다. 자경이는 166이나 되는 키에 서글서글한 인상이지만, 50여 명에 가까운 직원을 거느리는 중소기업 대표답게 이따금 러더적 기질의 카리스마가 엿보인다. 처음 만났을 때 동향에 가까운 고향이 경북 의성 출신이고 대구 K대를 졸업한 친구라 정감이 갔다. 희원이는 예나 지금이나 고등학생 같은 외모에 인천 출신의 깍쟁이 갔지만, 친해지고 보면 마음이 더없이 따뜻한 친구다. 인상 깊은 희원이의 모습은 어떤 모임에서 귀엽다고 머리며 목을 만지는 남자 친구에게 따귀를 내리친 강단 있는 친구다. 모임의 리더격인 덩치 큰 친구도 아무 군소리도 못 할 만큼 분위기를 제압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는 S 자동차를 다녔는데 지금은 퇴사 후 모 골프복 판매점을 경영한다. 미대를 나와 그림 솜씨가 일품이다. 둘 다 흠잡을 곳이 없는 똑 부러지는 친구들이다. 그리고 성격상 허례허식이 없는 수수한 친구들이다. 이번에 만나 좀 더 자주 만나자고 약속은 했지만, 글쎄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더 잦은 만남을 노력해 보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래도 자경이 희원이 두 친구는 가끔 만나 골프도 치고 밥도 먹는다. 골프는 내가 못 치니 앞으로 수준급인 이 친구들에게 골프 교섭을 받아야 할 처지다. 그리고 밥 먹을 때 가끔 나에게 연락하면 항상 바쁜척한다나 뭐라나 하면서 너무 빼지 말라고 나무란다. 모처럼 만나도 서로가 허물없이 너무 편하다. 40대 초반에 처음 만났을 때는 건강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는데 이제는 서로의 건강을 걱정해주는 말속에 따스한 온기가 가슴을 파고든다.

우리 사회는 아직, 이성 간의 친구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그리고 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나이가 들면서 이성 간에도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셋이 만나면 밤 12시 이전에 집에 도착하기가 일종의 약속처럼 굳어져 있다. 헤어지면서 희원이가 두 팔을 벌려 포옹하면서 또 일 년 후에 보는 거야! 라는 말이 긴 여운을 남기며 귓가에 차랑차랑하게 들리는 듯하다. 자경이와 집이 같은 방향이라 자경이 차로 집 앞까지 바래다준다. 집 안 이야기까지도 스스럼없이 나누는 친구들이다. 1년 만에 봐도 힐링 되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이제는 잦은 만남이 되도록 나 또한 노력해 보련다. 내 친구 홍 여사, 서 여사 우리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오래오래 만나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