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문화 근절

오늘날 우리가 사는 첨단시대는 부산에 사는 사람이 방귀를 뀌면, 서울에 사는 사람이 듣는 시대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우리네 삶의 일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날마다 보도되는 뉴스 속에 단골 메뉴로 올라오는 것이, 사회의 특권층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의 문제점을 뜨겁게 다룬다. 힘 있는 자들이 약자를 울리는, 꼴불견 현상들이 언론의 도마 위에서 난타를 당한다. 얼마 전, 어느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으로부터 호되게 당하고, 자신이 지방대학교 흙수저 출신이라 수모를 당했다는 취지로 인터뷰한 후, 야당 국회의원으로부터 거센 후폭풍을 받았다. 우리 조국 대한민국 내에서는 언제부터인지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와 같은 수저론이 국민의 서열로 자리매김 하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갑질 횡포가 언론매체를 뜨겁게 달구면서, 우리나라 대한민국 국민의 민낯을 드러내는 듯하여 씁쓸하다. 갑질이란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甲)이 사회적 약자인 (乙)을 대상으로 부당행위를 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요즘 들어 갑질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슈퍼 갑질, 울트라 갑질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서민들 차지다.

우리 사회의 갑질의 형태도 참으로 다양하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적인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갑질 논란이 일어나지 않은 곳이 없다고 단언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사회 지도층이 솔선수범을 보여, 국민의 존경을 받아야 할 것인데, 국민의 신뢰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행동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실망을 넘어 분노에 찬 불신이 팽배해 있다. 우리 국민 또한 집단이기주의에 영합하는 오늘날이 심히 염려스럽다. 권력을 손에 쥐면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기중심적 안하무인 성향이 강화된다는 것이, 심리학적인 이론이다. 왜곡된 우월의식을 갖는 사람이, 자기가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징표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큰 병폐이다. 갑질은 위, 아래를 확연히 구분 짓고 나보다 약한 사람, 만만한 사람에게는 함부로 해도 된다는 무례한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는 남들이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한없이 굽실거리면서, 자신보다 약한 약자에게는 군림한다. 갑질 근성은 어느 사람 누구에게나 존재할 것이다. 다만 권력이나 명예를 거머쥐지 못했기 때문에 드러내지 못하고, 저마다의 가슴에 숨겨놓은 것은 아닐까? 세월이 더해 갈수록 갑질 행태의 확장이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 리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그 해법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찾아 개선해 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우리의 과제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라 할 수 있는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음으로 양으로 경쟁하는 것만 가르치지, 주위의 약자에 대한 배려와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교육은 뒷전인지 오래다. 오로지 공부 잘하는 것만이 최고다. 교육의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지식보다는 무릇, 남을 배려하는 인품을 우리 사회는 필요로 한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약자에 대한 갑질의 행태가 상상을 초월한다. 유, 무형의 폭행과 폭언을 행사해, 을의 서러운 처지를 헤아리지 못하고 오히려 즐기는 비정상적 행태가 못내 기가 차, 말문을 막히게 한다. 갑질을 하는 사람은 갑질을 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모른다. 자신이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자기중심적 사고관념에 사로잡힌, 이분법적 사고에서 갑질의 행태가 시작된다. 갑질 횡포는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독버섯과 같다. 독버섯은 식용과 혼동하기 쉽다. 독버섯은 보기에 화려할지 모르나, 곤충이나 벌레는 물론이거니와 사람과도 공생을 못 한다. 이 독버섯 같은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갑질의 행태를, 우리 사회에서 뿌리 뽑아야 한다. 갑질의 시대 정신을 논하지 않더라도,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과, 사회의 소외된 약자를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우리 사회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높이자는 취지의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으로 말미암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의 행태가 조금이나마 줄어들기를 빌어본다. 배려와 존중으로 갑질 없는 사회를 꿈꾸는 것이, 우리 모두의 염원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 행태를 근절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정부만의 경찰만의 몫일 순 없다. 우리가 모두 팔을 걷고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갑질 행태를 부리는 사람에게는, 우리 스스로가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갑질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타협이 있어서도 안 된다. 법의 힘을 빌려서라도 뿌리를 뽑아야 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명일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알게 모르게 갑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도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