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먹거리 문화

“식사하셨습니까?” 우리가 흔히 건네는 인사말 중의 하나다. 옛날 보릿고개 시절 일반 서민들은 끼니를 거르는 것이 예사였다고 한다. 한 끼 한 끼를 때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던, 그 시절이 있었다. 모두가 어렵게 살던 때, 상대방에게 식사했냐고 걱정해 주던 우리 이웃의 마음씨가 고스란히 엿보인다. 배고프던 시절 누구에게나 배불리 먹는 것이 소원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요즘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끼를 먹는다. 물론 살을 빼려고 한 끼를 굶는 사람도 있다. 바쁜 일상에 아침을 못 챙겨 먹는 이도 적잖다.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이 하루 세끼를 챙겨 먹는다. 조선 시대 나온 문헌을 보면, 조선 시대는 두 끼가 기본이었다고 한다. 아침저녁으로 두 끼를 먹었는데, 그래서 식사를 조석(朝夕)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궁중에서도 백성의 배고픔을 함께하고픈 마음이었을까? 왕도 수라상을 아침저녁에만 올리고 점심은 간단한 다과를 올렸다고 전한다. 뒤집어보면, 그만큼 먹을 것이 부족했다는 방증 자료일 것이다. 배고프던 시절, 누구나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었을 것이다. 옛날에는 먹을 것이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순종형 사회였다. 잘 차려진 밥상을 받아보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기도 했었다. 배고픈 삶을 살았던 이야기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 민족의 삶이었다.

이제 한 끼 한 끼를 걱정하던 시절의 이야기는 옛 전설 속으로 묻혀 버렸다. 급속한 경제성장의 발전으로, 우리나라의 의식주 문화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변했다. 입는 옷도 명품 브랜드를 쫓아가고, 집도 한옥에서 양옥집으로 바뀌었다. 그중 우리의 먹거리 문화양식도 변화가 생겼다. 먼저 아궁이 문화에서 가스레인지 문화로, 밥상문화에서 식탁문화로 바뀐 지 오래다. 그만큼 음식 준비도 간편해진 것과 동시에 편리해졌다. 현대식 주방문화로 음식도 다채로워졌음은 물론이겠거니와, 음식도 적정하게 만들어 그때그때 먹는다. 예전과 비교하면, 누구나 손쉽게 인스턴트 음식을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좋은 먹거리가 있으면 멀어도 찾아가서라도 먹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몸에 좋은 제철 음식을 찾아다니며 챙겨 먹는다. 음식도 양보다 질을 따지는 시대가 되었다. 오늘날의 먹거리는 차고도 넘친다. TV 채널을 돌리면 어렵지 않게 음식을 다루는 방송이 봇물이 터지듯 한다. 음식을 먹으면서 방송을 하는 것을, 젊은 세대들은 먹방 방송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먹방 방송으로 시청자를 은근히 먹거리를 찾게끔 유도한다. 인류의 등장 이래 어느 시대보다 풍요로운 먹거리를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 현시대다. 하지만 곳곳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그것은 넘쳐나는 그릇된 음식 문화이다. 하루속히 우리 체질에 맞게 개선되어야 할,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다. 음식물 쓰레기 이것은 낭비이면서 동시에 처리비용도 사회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식생활문화 개선으로 음식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운동도 활발히 전개되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세상에 살아가다 보니, 당연히 새로운 문화를 많이 접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물질과 문화를 소유하고 싶은 충동이 당연히, 우리 자신을 지배해간다. 우리 것은 제쳐놓고, 어느 틈엔가 음식 문화가 서서히 서구화 음식 문화에 잠식되어 가고 있다. 도시는 물론 농촌까지도 외국 음식점이 속속히 자리를 차고 들어와, 우리 음식점을 밀어내고 버젓이 터를 잡고 주인행세를 한다. 우리 속담을 인용하자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격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맛본 서구 음식이 전반적으로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버렸다. 요즘 같은 세계화 시대에 무조건 배척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전통성을 상실해 가면서까지, 맹목적으로 서구 음식 문화를 지향하는 것은 문제다. 주객이 전도되어 버렸다. 전화 한 통이면 배달되는 패스트푸드 음식이, 서서히 우리 먹거리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양 가득한 식단에 각종 영양 보조재까지 먹거리가 넘쳐나 이제는 과다한 음식 섭취로 과체중과 각종 성인병이 늘어나고 있는 심각한 현실에 당면했다. 음식을 앞에 두고 비만과 다이어트 사이에서 고심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이 또한 현대인들의 아픔이다.

사람이 살면서 먹는 재미를 빼라면 무슨 낙으로 살아가냐고 되묻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요즘은 먹거리 문화도 변해가는 추세이다. 맞춤형 웰빙 음식으로 자기 몸에 맞게끔 건강식단을 짜는 것이다. 암, 당뇨병, 심장병, 신장병, 고혈압 등, 성인병을 예방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먹거리 문화가 이제 새로운 먹거리문화로 서둘러 정착하려 한다. 우리가 배고픈 시절에 먹던 1960, 70년대 잡곡, 산나물, 들나물 위주의 식단이 건강식품으로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소식(小食)이 건강에 좋다. 음식의 유혹 앞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현대인들은 체질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이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고도 많다. 맛있는 음식은 뇌 속에 깊이 각인되어있다. 많고 많은 음식 중에서 지금 무엇이 먹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단연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손맛일 것이다. 길들어진 그 입맛이 그리운 것은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 들어간 정성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눈물 나도록 고마운 어머니에 대한 향수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