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우리나라 담배의 발원은 찾으라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어릴 적 즐겨 듣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속에는 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로 시작되었다. 그만큼 담배는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이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자라났다. 자연스레 담배에 대한 악감정도 없이 20대부터 무단히 피워온 담배가 30년이나 된다. 애연가 중의 한 사람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우는 습관은 하루에 한 갑 이상, 두 갑을 피우는 날도 종종 있었다. 담배가 떨어지면, 괜히 불안해지고 항상 미리 준비해야만, 안심이 되곤 하였다. 일명 골초였던 셈이다. 몇 년 전부터 내심 마음을 다잡아 먹고 금연을 시도했건만, 번번이 유혹의 달콤한 손길을 쉽사리 뿌리치지 못했었다. 금연에 좌절을 겪은 것이 수차례 나 된다. 날이 더할수록 집사람과 두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올 초에 또다시 야심 차게 작심을 하고, 계획적으로 금연을 시작해, 지금까지는 잘 참고 있다. 쉽사리 배운 담배가 이렇게 끊기 어려운 마약이라는걸, 몸서리치도록 실감을 한다. 담배를 쉽사리 끊지 못하는 이유는 금단증상이다. 담배 속에 들어있는 니코틴 때문에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는 것인데, 니코틴이 중독을 일으키는 마약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2015년 정부의 담뱃값 인상으로 일시적인 현상으로 줄어들었던, 흡연자 인구가 작금에 와서는 다시 원위치에 다다른다고 한다.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을 유도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던, 복지부의 정책은 한때 반짝 현상에 그쳤다. 담배를 끊으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금연에 성공한 사람 또한 늘어난 게 사실이긴 하지만, 금연을 성공한 사람보다는,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문제다.

십오 년 전만 해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버젓이 피우거나, 물고 다니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집안에서는 물론이고, 회사 사무실 책상 위에도 재떨이가 마땅히 자리 잡고 있었다. 예전에는 비행기나 고속버스 좌석에도 재떨이가 달려 있었다. 흡연석, 비흡연석으로 좌석 표시가 되어있긴 했지만, 그 당시 담배는 기호식품 정도로 사회가 받아들였었다. “식후 연초는 불로초”라며 애연가 사이에서 애써 담배가 몸에 나쁘지 않다고 자위하며, 빗댄 말을 입버릇처럼 한 적도 있었다. 담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은 담배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인식이 각종 매체를 통해 그리고 사람의 입으로 차차 전해지면서, 급속도로 사회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 되면서, 흡연 족은 설 자리를 잃었다. 간접흡연이 몸에 더 나쁘다 하여, 비흡연자들의 싸늘한 눈초리도 이제는 매섭다. 삽시간에 변화한 사회적 인식은 흡연자의 입지를 줄이고 있다. 어디를 가도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 흡연자들이다. 흡연장소도 이제는 찾기조차 어려울 만큼 줄어들었다. 담배로 인한 이웃 간 마찰도 잦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보통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열어 놓는다. 아파트 아래층에서 담배를 피우면 윗집에 담배 연기가 위층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이것이 결국은 이웃 간에도 분쟁이 일어난다. 그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식당이나 유흥장소에서도 금연을 법제화해 애연가들은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어디가 하소연을 해본들 응석 꾼 취급이나 받기 일쑤다. 길모퉁이에 몰래 숨어서 피우는 애연가들이 처량해 보인다.

요즘 TV에 금연광고는 섬뜩하다. “흡연은 질병입니다. 치료는 금연입니다.”로 시작해 “후두암 1밀리 주세요.” “폐암 하나 주세요.” 등 듣기에도 오싹한 용어들이 금연 광고로 방영된다. 그리고 앞으로는 담뱃갑에도 담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혐오스러운 사진이 실린다 한다. 담배 연기 속에는 4천 여종의 독성 화학물질이 있고, 43종의 발암물질이 있다고, 세게 보건기구(WHO)가 밝힌 바 있다. 담배의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유해 사항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것이다. 그리고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기에, 간접피해마저 피하려 흡연자를 멀리한다. 담배 흡연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3만 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회적 추세를 반영이라도 하듯 금연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금연을 결심하였다면 절반은 성공했다는 말이 있다. 나머지 절반의 성공을 위해 지역 보건소에서 금연치료 프로그램인, 금연 클리닉을 운영해, 금연참여를 유도한다. 정부도 공격적으로 금연정책을 올해부터 시행하여, 병원에서도 금연을 원하는 흡연자를 등록을 받아, 금연에 드는 비용을 정부가 보조하는 정부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금연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한번 이용해 금연에 꼭 성공하기를 빌어본다. 금연보조 제품이 금연에 도움은 상당히 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다.

담배를 끊는 사람을 “상종 못 할 사람”이라고 우스개 삼아 말을 한다. 맞는 말이다. 그만큼 독하게 마음먹어야 담배를 끊는다. 그만큼의 불굴의 의지가 있어야, 담배의 유혹에서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인내심이 생긴다. 요즘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 나가봐도, 담배를 끊은 사람이 확연히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주위의 건강을 위해서도, 금연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라 여긴다. 담배를 끊은 후에야 담배 냄새가 그렇게 독하다는 것을 알았다. 피우는 흡연자 본인은 몰라도 비흡연자에게는 담배 냄새가 역겨운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고통이라는 것을, 금연 후에야 비로소 알았다. 담배를 피울 때, 나만 몰랐던 역겨운 악취는 비흡연자인, 가족과 지인들에게, 그동안 얼마나 큰 피해를 주었을까 생각하니, 미안해진다. 흡연하는 애연가는 자신의 흡연이 삼자에게도 직간접으로, 막대한 불편을 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금연 광고가 주는 의미가 가슴을 친다. “흡연은 질병입니다. 치료는 금연입니다.” 흡연자에게 지금 바로 치료를 받으시라 권하고 싶다. 지금 나는 치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