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이른 봄이면,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진달래는 3월 말에서 4월 중순까지 붉게 피어나 봄의 서곡을 알린다. 진달래는 가녀린 듯 질긴 삶 속에 꽃을 피운다. 엄동설한 품어 온 사랑의 징표를 터트린 것인가? 예나 지금이나 급하기도 하지. 푸른 잎이 돋기 전, 잿빛 산을 불살라 붉게 타오른다. 꽃샘바람에 베인 사랑 빛깔인가! 온 산을 붉게 물들여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불을 질러 놓는다. 우리의 머릿속에 각인된 대표적인 봄꽃 중의 하나가 진달래일 것이다. 진달래는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널리 분포되어있다. 우리나라 꽃, 우리 민족의 꽃이라 해도 누구 하나 토를 달지 않을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정서에도 깊이 뿌리를 내린 꽃이 진달래이다. 진달래는 우리에게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으로 사랑받는다. 진달래꽃을 찬찬히 바라보노라면 정겨우면서도 가련하여 눈물이 맺힌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익히 아는 동요, 고향의 봄 첫 구절에 나오는 가사다. 봄꽃을 대표하는 꽃 중에 진달래를 뺀다면 누구나 고개를 저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봄이면 막연히 진달래꽃을 보며 자라온 우리다. 그만큼 진달래꽃은 우리 민족의 내면에 피어나는 꽃이기에 우리네 몸의 일부분같이 친숙하기만 하다. 우리네 고향의 봄을 떠올리면 으레 진달래가 떠올려진다. 진달래는 고향의 그리운 얼굴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필자의 머릿속에 진달래꽃이 처음 머릿속에 각인된 것은 필자가 초등학교 갓 들어가기 직전 무렵으로 기억된다. 어느 봄날 오후 동네 산골 아이들 열댓 명이 마을 앞산을 붉게 물들인 진달래꽃을 꺾으러 앞산에 가서 참꽃을 꺾을 무렵일 것이다. 때마침 마을 중학생 형이 하굣길에 조무래기들을 놀래주려 얼굴에 가면을 쓰고 풀숲 덤불에 숨었다가 “참꽃 문둥이다”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놀란 조무래기들은 검정 고무신을 벗겨둔 채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면서 마을이 떠나갈 듯이 고래고래 울부짖으며 고즈넉한 마을을 흔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어린 마음에 당시 얼마나 놀랐으면 평생 잊히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돌아오는 봄이면 친구같이 자리를 함께하는 진달래꽃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 신작로 길을 걸어 등하교하는 순수한 시골 여학생들이 꺾어와 교실 화병에 곱게 꽂혀있던 어느 시골학교 풍경이 새삼 그립게 다가온다. 한국 현대 시인의 대명사 명실공히 우리의 한과 상처를 보듬어 안은 민족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감성이 예민하던 사춘기 시절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여린 가슴으로 피운 진달래꽃은 지천명(知天命)에 이른 오늘에 이르기까지 피우고 있다.

진달래는 이른 봄, 우리나라 전 지역, 온 산을 붉게 수놓아 봄의 정취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아름다운 꽃이다. 진달래는 꽃 중의 꽃이라 하여 참꽃이라고도 불린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기에 이리 불렀을 것이다. 어릴 적 먹어본, 진달래 꽃잎을 따서 씹어먹었던 쌉싸래한 맛과 향기가 풍기는 봄의 진미가 뇌리에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한번 인식한 그 맛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다. 진달래는 맛은 시큼하면서도 달고 독(毒)이 없다. 예로부터 화채 또는 술로 빚어 먹기도 했다. 또한, 진달래꽃은 약재로 사용하기도 한단다. 진달래는 해수와 기관지염에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감기나 평소에 두통에 시달리시는 분들에게 완화를 시킬 수 있는 효과와 이뇨작용에서도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는 꽃이라고 한다. 이밖에 진달래는 고혈압, 천식, 기관지염, 코피, 류머티즘, 생리불순, 관절염, 타박상, 감기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단, 진달래 꽃술은 독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조심을 기울여야 한단다.

진달래를 우리는 흔히 두견화(杜鵑花)라고도 부른다. 이는 두견새가 밤새워 피를 토하면서 울어 그 피로 꽃이 분홍색으로 물들었다는 슬픈 전설을 간직한 꽃이기도 하다. 진달래는 소박한 우리네 삶을 닮은 꽃인듯하다. 여느 꽃처럼 열정적이지도 유혹적이지도 여느 꽃처럼 깜찍하지도 않다. 그리고 향기도 여느 봄꽃처럼 남달리 진하지도 않다. 어느 오솔길을 함께 걷듯 은은한 향기의 정을 주는 진달래는 산골 소녀같이 순수하다. 나는 여러 꽃 중에 진달래꽃이 참 좋다. 진달래꽃의 꽃말이 “사랑의 기쁨”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진달래꽃을 머릿속으로만 떠올려도 가슴 한편이 짠하게 저민다. 우리네 어머니의 마음같이 따사로우며 우리네 고향 인심처럼 빛 곱게 마음을 붉게 물들여 놓는다. 내 머릿속에 각인된 진달래꽃은 고향의 얼굴이요, 고향의 색깔이요 고향의 내음이다. 진달래꽃처럼 살다 한둘 사라져 간 고향의 아련한 얼굴들은 떠나가고 없는데, 눈물겨운 사연마저도 침묵에 잠겼는데, 진달래는 어쩌자고 봄이면 내 가슴을 이리 붉게 물들여 놓는지 슬프디 아린 가슴은 그저 먹먹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