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人의 자세 (문학칼럼)

요즘 스마트 기기의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를 사용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SNS의 사용도 일반화되었다. SNS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빠른 속도로 많은 사람에게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대에 스마트 기기의 보급의 확산에 발맞춰 이제는 문학도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선 지 오래다. SNS를 통해 수없이 쏟아지는 시, 수필, 소설 등, 침묵하던 문학은 휴화산에서 이제 분출하는 활화산처럼 다양하게 대중화되어 현시대는 문학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문인이라면 문학이라는 미명(美名)하에 쓴 자신의 글에 대한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 독자에 대한 기본 예의이다.

문인이라면 자신의 작품에 글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한 번쯤 깊은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요즘 들어 일부 문인은 글을 너무 가볍게 그리고 쉽게 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작가의 고뇌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는 글 또한 차고 넘친다. 즉석에서 글을 써서 퇴고도 없이 여려 매체에 버젓이 올리고 “좋아요” 을 뜻도 없이 눌러주는 것에 도취해 자신이 글이 좋은 양, 잘 쓰는 양, 착각에 빠지는 문인들을 더러는 본다. 기성 문인이라면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여 최소한 철자, 맞춤법 등은 어긋나지 않게 수정하여 올려야 한다. 문인은 자신의 글에 대한 성찰과 자성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글에도 격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문인이라면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문인에게 다작도 중요하지만, 단 한 편을 쓰더라도 최소한 문학의 기본 가치에 어긋나지 않는 문학 요소가 가미되어야 한다.

독자들은 글을 쓸 줄은 몰라도 읽을 줄은 안다. 글을 생각 없이 쓰고도 문인이랍시고 거들먹거린다면 독자로부터 조소 거리가 될 것이다. 문인이라면 남들이 통상적으로 쓰는 표절이나 인용에 가까운 글을 쓰기보다는 남들과 다른 개성적인 글을 써야 한다고 권하고 싶다. 문인이라면 산고에 가까운 진통을 겪고 옥동자 같은 글을 순산해야 한다. 이 말은 안일하게 글을 쓰기보다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끝없이 깊은 고뇌에 찬 글로 독자에게 다가서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은 대중과 함께 공감하고 호흡하는 글이라야 한다. 일부 문인 중에는 난해한 글을 써야만 좋은 글이라는 인식을 가진 문인이 있는 듯하다. 문인만의 착각 속에 갇혀 글을 쓴다는 것은 시대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작금의 시대는 아날로그(analogue) 시대를 지나 디지털(digital) 시대이다. 바로바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문인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글을 써야 한다. 가장 좋은 글은 독자와 호흡하는 것이다. 가장 쉬운 말로 가장 공감대를 얻는 글이라면 이보다 좋은 글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진부(陳腐)한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심혈을 기울여 문인 자신만의 개성적인 글을 창작해야 한다. 문인은 독자에게 한편의 글을 내놓을 때 위로와 희망 그리고 행복을 안겨준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문인은 기본 상식과 도리를 지켜야 한다. 일부 시인 중, 비평이 아닌 비판을 일삼는 시인이 더러는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이제 갓 등단한 시인의 시를 트집 아닌 트집을 잡아 얼토당토않은 말로 생채기를 내는 일 따위는 문인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제 막, 시인의 길로 접어들어 부푼 가슴으로 시를 쓰고자 하는 문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주어 펜(pen)을 부러뜨리는 일은 죄악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그러할 자격이 주어진 것은 절대 없다. 우리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다. 자기의 더 큰 흉에 대한 성찰 없이 남의 작은 허물을 애써 들춰 커다란 상처를 남기는 일은 문인이라면 절대 하여서는 안 된다. 이런 일을 하는 시인은 분명히 자신의 시 또한 어설픈 시인이다. 문인 자신의 글이 소중하면 다른 문인의 글도 소중하다는 것을 새겨야 할 것이다. 문인은 같은 주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감성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시는 완전한 문학 작품이 아니다. 제아무리 명시(名詩)라 할지라도 흠을 잡을라치면 끝이 없다. 참다운 시인은 다른 시인의 창작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존중하는 자세로 음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인이라면 글을 즐기며 쓰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항상 겸손한 자세로 글을 쓰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문인은 문인 서로 간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또한 문인에게 있어 노력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즐기는 문인보다는 좋은 글을 창작해 내지 못한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글도 중요하지만, 문인의 기본자세부터 익혀야 한다. 예부터 문인의 이력에 학력을 표시하지 않고 사회적 직위를 쓰지 않고 문인 서로 간 경애하고 존중하는 것이 문인의 기본 예의라 했다. 문인은 글로써 말하고 글로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현재 많고 많은 문학단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그리고 각종 단체에서 명목도 없는 상을 만들어 문학상을 내걸고 돈과 지연이나 인맥을 이용해 유혹하고 있다. 필자에게도 수없이 유혹해 온다. 문인은 오직 작품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절대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좋은 작품은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언젠가는 빛을 발한다. 진정한 문인은 흔들림 없이 문학인의 바른길을 걸어가기를 당부한다. 소금의 고유 기능인 짠맛을 잃으면 소금이라 할 수 없듯이 문인이 순수함을 잃으면 진정한 문인이라 할 수 없다.

2018년 대한문학세계 가을호 문학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