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따라 흐르는 삶

아침에 눈을 뜨면서 오늘 하루가 있음에 감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시나요? 아마 사람 대부분은 그럴 겨를도 없이, 시간에 쫓겨 바쁜 아침을 맞이할 겁니다. 우리의 삶은 영원할 거 같아도, 누구에게나 종착점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날마다 달리기를 하듯이 앞만을 향하여 뛰어갑니다. 초침은 부지런히 뜀박질하여 분침을 돌리고, 분침은 시침을 돌려 하루하루를 돌리며,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어, 가쁜 숨을 몰아쉴 즘이면, 새로운 계절을 맞아, 멈추는 일 없이 계절 속을 질주하여, 일 년이 지납니다. 이렇게 반복하며, 세월은 흘러가고 사람도 흘러가다, 어느 계절의 모퉁이에서 모월 모시에, 시간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납니다. 그러고 보면 시간과 시간 사이 계절과 계절 사이의, 순간순간이 영화를 찍는듯한 인생입니다. 그중 특히 소중했던 순간을 추억이라는 액자에 담아, 가슴에 걸어두고 오래 기억하며 살아갑니다.

계절 안에 머무는 사람도 계절에 적응하려 계절 따라 변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치면서 계절마다 색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먹는 음식이 그렇고, 입는 옷도 계절에 따라 달리 입습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계절이 있을 겁니다. 꽃피어나는 화사한 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정열의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낙엽이 물들고,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어, 수확하는 풍요로운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냉혹하리만큼, 차디찬 것 같지만, 품을 넌지시 내어주는 따뜻한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합니다. 봄은 꽃들이 피어나고 싹트는 것처럼 사람도 태어나서 성장기를 거치는 소년기입니다. 여름은 초록빛 신록이 짙어지고, 작열하는 태양이 불길같이 타오르고 때로는, 폭우를 동반하는 태풍이 휘몰아칩니다. 사람을 여름에 비유하자면 한창인 나이인 청년기입니다. 태양도 삼킬 듯이 무서울 것이 없는 시기이지요. 과일로 따지자면 꽃잎이 갓 떨어져 열매를 맺는 시기입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입니다. 잎새들도 한둘 단풍 들어갑니다. 땀 흘려 일구고 때로는 시련을 맞아도 슬기롭게 극복해 빛 좋은 열매를 거두어들이는 시기입니다. 성숙한 시기인, 이 시절이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장년기입니다. 겨울은 매서우리만큼 냉혹한 추위와 하얀 눈이 내리는 계절입니다. 하얀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어 놓지요. 추위에 활동이 움츠러들고, 따스한 곳을 찾습니다. 사람의 겨울은 노년기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노고에 몸은 늙어져서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시기입니다. 그렇게도 분주히 초침을 따라 달려왔던 인생길의 종착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기입니다. 

사계절 안에 우리의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봄은 희망을, 여름은 정열을, 가을은 진실을, 겨울은 침묵을 가르쳐 줍니다. 계절은 그냥 오고 가는 것이 아니라, 계절 안에 내포한 심오한 뜻이 있습니다. 그 뜻을 헤아리며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중요합니다. 해마다 맞는 계절은 닮은 듯 다른, 계절 안에는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계절 안에는 피고 지고 하는 계절의 순환은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사람은 계절에 더부살이합니다. 계절의 색깔을 채색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계절에 더부살이하는 사람이 가끔은 사람이 계절을 거느리는 주인인 양 착각을 합니다. 계절의 순풍을 타고 순항하시는 당신은 지금 인생의 어느 계절에 머물러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인생은 긴 듯싶지만, 돌아보면 짧은 것이 인생이라 했습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일깨워주는 좋은 시구(詩句)가 있습니다. 우리가 예전에 배운 권학문주자훈(勸學文 朱子訓)의 시(詩) 구절(句節)에 지당미각춘초몽(池塘未覺春草夢) 계전오엽기추성(階前悟葉己秋聲) 이라는 시구(詩句)가 가슴에 울림을 줍니다. “못 가에 풀들은 아직 봄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는데, 뜰 앞의 오동잎은 벌써 가을을 말하누나!” 영원히 머물 것 같은 우리네 삶의 계절이지만, 사람은 어느 해 어느 계절 모월 모시에 태어나, 꽃피우고 잎을 달고 사랑을 하고 튼실히 열매를 맺은 후, 단풍 들어, 어느 해 어느 계절 모월 모시에, 홀연히 바람같이 사라집니다. 사람은 영원할 수 없습니다. 영원히 피우는 꽃은 없습니다. 피웠으면 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입니다. 사람이 필 때 아름다운 향기를 뿜는 꽃이었다면, 질 때는 삶의 향기로운 자취를 남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