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뢰 가로수

시월이 되면, 은행나무 가로수가 심어진 인도를 지나는 사람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쟁터 지뢰밭을 지나듯이,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아무리 능숙 능란할지라도, 촘촘히 뿌려진, 지뢰밭을 무사히 통과하기란 쉽잖다. 도리 없이 밟고 지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은행 지뢰이다. 은행을 밟은 발로 차를 타거나 엘리베이터를 타면, 구린내로 오해받기에 십상이다. 쳐다보는 눈길에 민망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푸르르게 높아져 가는 가을이오면, 샛노랗게 물들이는 은행나무가 가을의 정취를 물씬 드높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가로수가 아마, 은행나무일 것이다. 은행나무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공기 정화 효과가 탁월하다. 병충해에도 강해 가로수로 많이 심어졌다. 도심 속의 은행나무 가로수는 봄부터 여름까지, 푸르름으로 쾌적한 느낌과 녹색이 주는 안정감을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가을에는 도심 속의 가을 전령이다. 노란 은행잎과 탐스러운 은행 열매는 도심 속의 가을빛이다. 은행나무 가로수 길은 금빛을 뿌려 놓은 듯 찬연하다. 단풍 든, 은행나무 길을 걸으며, 가을 낭만에 취한 적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어릴 때, 책갈피 사이에 노란 은행잎을 꽂아두었던 추억도 새롭다. 도심 속의 숲, 관심도가 차차 높아지면서, 가로수가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간다.

가을이 오면 은행나무 가로수는 어느 순간부터 시민들의 불쾌감을 주는 도심의 골칫덩어리가 되어있다. 원인은 은행 열매껍질에서 나는 악취 때문이다. 은행을 감싸고 있는 과육 질에 빌리볼(Bilobol)과 은행산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빌리볼은 옻나무에도 들어있는 성분으로 피부염을 일으킨다. 이 같은 독성은 자기를 보호하는 기능으로 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종자를 지켜낸다. 은행의 고약한 냄새가 자기방어적 수단인 셈이다. 이러한, 은행이 예전에는 노인분들이나 일부 시민들이 몸에 좋다고 해서, 은행을 대놓고 털어가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이러하던, 은행이 2012년 도로변 과실수 중금속 함유량 측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부 가로수 은행에 납, 카드뮴이 먹는 물 수준 기준을 초과했거나, 기준에 달한다고 발표하였다. 도로변 자동차 배기가스에 날마다 노출되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던 이후, 이제는 가로수 은행을 줍는 풍경을 쉽사리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도로 가로수에 은행이 떨어져, 사람 발이나 자동차 바퀴에 짓밟힌, 은행 냄새로 민원이 증가하자, 공무원까지 나서서 수거하지만,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 민원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다. 어떤 지방자치에서는 은행나무 열매가 익기 전, 사전에 따낸다고도 하니 가로수 은행 열매가 천덕꾸러기가 된 셈이다.

은행은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된다. 은행의 효능은 성욕감퇴, 신경쇠약, 전신피로 등을 개선해주며 은행에는 단백질, 지방 칼슘, 인, 철분 등, 영양가도 높다고 한다. 특히 기관지에 좋고, 위를 보강하는 효과까지 있단다. 이 밖에도 몸이 찬 사람이 은행을 먹으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소변을 잘 보게 하는 효능이 있으며, 또한 은행잎에는 플라보노이드라는 성분을 가지고 있다. 이 성분은 혈액순환을 좋게 하여, 피부와 혈색을 맑게 해주는 효과도 있단다. 혈관에 관련된 질환이 있는 분들에게 은행효능은 정말 좋단다. 치매에도 도움이 되며, 기력회복에도 좋은 건강식품이란다. 그렇지만, 제아무리 좋은, 이 모든 것이,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은행에는 메틸피리독신이라는 독성물질이 함유되어있기 때문에, 과하게 먹으면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단다. 어른 1일 섭취량은 10알 미만, 어린아이는 2~3알이 좋다고 권장한단다.

은행나무 가로수가 도심 속의 가로수로 자리매김하면서, 공기를 정화해주고, 쾌적한 녹색의 안정감을 주며, 도심 속에 가을의 정취를 쏟아낸다. 하지만 은행나무 열매는 차량과 행인들의 발에 짓눌러서 나는, 악취는 시민들의 불쾌감을 주고, 도로가 얼룩져 도시의 미관을 저해한다. 은행나무가 이렇게 애물단지가 되었다. 은행나무는 심은 후, 15년이 지나면 열매를 맺는다. 농민들은 모든 과실나무에 많은 열매를 달기 위해 혼신의 땀을 흘린다. 하지만, 도심 속의 은행나무만은 열외다. 열매를 맺지 않게 하는 수단을 취하기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은행나무 가로수 열매의 낙과로 인한 악취 등으로 매년 되풀이되는 민원이 거듭되기에 이르자, 앞으로는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등 사람의 통행이 잦은 곳의 은행나무 가로수는 은행을 맺지 않는 수나무로, 순차적으로 교체한다고 한다. 이 또한 많은 예산이 소요되어 쉽사리 해결하기란 만만치 않다. 은행나무 암수 구별은 커가면서 알 수 있다. 옆으로 넓게 뻗친 것은 암나무이고 위로 쭉 뻗은 것은 수나무이다. 앞으로는 DNA 검사를 통해 수나무만 골라,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는단다. 은행나무는 우리의 삶에 유익한 나무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로수 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실생활에 주는 악영향 또한 적잖아, 문제점 해결을 위해 장기적으로 도심의 가로수는 은행이 열리지 않는 수나무나 다른 나무 종으로 심어져야 한다. 은행나무 가로수의 이러한 문제점 이야기도, 먼 훗날에는 옛이야기가 되어있으리라. 그때 그 시절의 영상 필름에 소중히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