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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2-25 15:31
ㆍIP: 211.xxx.107
기적시리즈
-기적(4-3)

   권영심

피아노 반주가 흘렀으나 노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여성 파트와 주고 받는 솔로가 이어졌지만 테너의 노래는 없었습니다.
두 손에 얼굴을 파묻은 그의 어깨가 들먹였습니다.
한 번도 그는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피아노의 음 하나 하나가 마치 그의 심장을 때리는 망치 같아서 그는 도저히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가야 했습니다.
막 몸을 일으키려는데 누군가의 손이 그의 어깨에 닿았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노래 불렀던 두 명의 친구가 그의  뒤에 서 있었습니다.
-네가 부를 차례야.
교회안의 모든 성도들이 기다리고 있어.
들어봐 ,가장 중요한 테너 파트가 다시 반복되고 있어.
네가 부르지 않으면 오늘의 찬양 대회는 끝나지 않고 밤새도록 계속 될거야.
아기 예수님은 탄생하지 않고, 동방 박사들은 길을 잃게 될거야-
두 친구의 눈빛은 따듯했고 목소리는 간절한 진정으로 떨리고 있었습니다.
-난...나는 한 번도 연습조차 안했어.
나는 부를수가 없어.
나는 노래를 잃었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그럼 서 있기만 해!
네 가슴으로 부르는 축복의 노래를 모두 들을수 있을거야.
네 입을 통해 나오지 않아도 모두 들을 수 있어!-

그는 성가대실을 통해 나가지않고,
성가복으로 갈아입지도, 않고 방사선 형으로 갈라진 교회의 가운데 길로 비척 비척 걸어 갔습니다.
여기 저기서 낮은 흐느낌 소리가 들리고 그를 위해 기도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성가대가 서 있는 곳으로 올라가 한 가운데 섰습니다.
소프라노 솔로가 다시 자기의 파트를 처음부터 불렀습니다.
그는 자신의 앞에 놓여진 마이크를 멀찍이 치웠습니다.
소프라노 솔로가 끝나고 그의 메마른 입술이 달싹거렸습니다.
오로지 피아노의 반주만이 흐르고 교회 안은 숨 막힐듯한 정적에 휩쌓였습니다.
처음에 그의 노래는 성가대조차도 잘 들을 수 없었답니다.
그럴 수 밖에요.
그는 입술만 달싹거렸을뿐 노래는 나오 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마치 그의 노래를 듣는 듯한 느낌이었답니다.
눈물에 젖은 얼굴로 서서 입술만 움직거 리는 그의 모습은 자신있게 드높이 노래 부를 때 보다 더 아름다웠고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감동에 젖어 눈시울을 닦았습니다.

솔로 파트가 끝나고 다시 합창이 되었을 때 모두의 귀에 그의 목소리가 정말로 들렸습니다.
성가대의 모든  노래를 삼켜 버리는, 파도같았던 목소리가 아닌, 마치 뒤에서 밀어주고 포근히 안아주는 듯 그의 목소리는 그렇게 울려 퍼졌습니다.
그 목소리 안에서 각자의 노래는 한 줄 에 이어진 진주 목걸이 처럼 따뜻하게 어우러져 빛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솔로 파트가 되었을 때, 그의 노래는 천상의 천사들이 목 안에 숨어 있다가 튀어나와 저 높은 곳으로 날개짓 하는 듯 수 천 수 만 가지의 빛으로 울려 퍼졌지요.
그토록 아름다이 !
그토록 간절하게...
그토록 절절한 기도로 울리는 노래를 성도들은 처음 들어 보았습니다.

찬양 대회가 끝났을때 온 교회는 환호 하고 기쁨과 은총으로 넘쳐 서로를 끌어 안고 축복하고 위로했습니다.
그의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야단 법석이 났지요.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사람들 을 더욱 놀라게 하고 눈물 흘리게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손을 잡는 사람마다에게
-고맙습니다.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답니다.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과의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피아노 뒤에 조용히 앉아 있는 반주자에게로 걸어 갔습니다.
그녀는 말없이 그를 바라 보았습니다.
그는 그녀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녀도 일어서서 그에게 고개를 깊이 숙였습니다.
주변에 섰던 사람들의 우렁찬 박수 소리 가 깊은 겨울밤의 하늘을 울렸습니다.


에이... 무슨 기적이 이래?
기적이 어딨어?
그러실까요?
그래도 할수 없지요.
저에겐 소녀 시절에 본, 너무나 아름다 운 기적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알고싶은 분을 위해 나머지 이야기를 말하자면요.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신학교에 들어가 목사님이 되었고, 그녀는...그의 반려가 되어 지금은 미국의 한인 교회에서 사목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이름아이콘 염규식
2021-12-25 19:51
회원사진 		기적이군요--대단한 필력입니다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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