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2-11 15:34

ㆍIP: 58.xxx.124

부모되고 자식된다는 것

부모되고 자식된다는 것 1

권영심 ( 2021 , 12 , 11 )

옛날 옛날 아주 옛날에 젊은 사냥꾼 부부가 깊은 산 속에서 살았다.
사냥이 업이었으나 그는 보통 사냥꾼과
좀 달랐다.
두 식구 먹고 입을 것 외엔 함부로 생명
을 죽이지 않았고, 특히 새끼를 가졌음 직한 짐승은 올무에 잡히더라도 바로 놓아 주었다.
어느 해 겨울,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며칠
이나 사냥을 못해 끼니가 간 곳이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보리 한 줌을 겨우 삶아 죽으로 연명해
나갔다.
사냥꾼은 눈이 쌓인 골짜기를 헤메면서
토끼라도 잡을까 했으나 번번이 허탕이 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올무를 놓은 곳에 사슴 이 잡혔는데 기막히게도 새끼를 낳아서 이미 한 마리는 죽고, 어미와 또 한 마리 는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사냥꾼은 정신없이 올무를 풀어 사슴 두
마리를 들쳐 업고 동굴을 찾아 눈바람을
피하게 했다.
집으로 뛰어 와서 한 줌 남은 보리를 삶
아 동굴에 넣어주고 짚단으로 새끼를
덮어 주었다.
그리고 죽은 새끼를 다른 짐승이 먹기
전에 ,어미 사슴이 있는 동굴 앞을 깊이
파서 7묻어 주었다.
-인자는 산신령님이 너거를 살펴 주실낑
게 나는 모리겠다.
죽은 새끼는 안 됐지만 부디 살아서 니
집으로 돌아 가거라... -

모진 겨울이었으나 사냥꾼은 그래도 살
았고 봄이 되자 아내가 아기를 가졌다.
- 참으로 싱기하제라. 뿔이 너무나 훌륭
한 사슴 한 마리가 내게 무릎을 꿇는
꿈을 꾸었지 않겠소?
그라더니 아기가 생겼소야 .
십 년이나 무자했는데 이거시 무슨 일인
지 몰리겠소 -
사냥꾼의 아내는 붉게 상기된 얼굴을 갸
웃거렸고 사냥꾼은 그 길로 사냥을 접고 마을로 내려와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
자식이 없는 것도 짐승의 목숨을 빼앗는
죄 값이려니 여겼기에 그는 설흔이 넘어
생긴 자식을 위해 더 이상 사냥을 해서
는 안 되었다.
더구나 아내가 꾼 꿈이 심상치 않았다.
뿔이 훌륭한 사슴이 절을 했다는 것은
산신령님의 계시가 분명했다.
이 아이는 비록 천한 몸에서 태어나지만
뭔가 훌륭한 일을 할 아이가 분명하다...
사내아이가 태어났고 아이는 관옥같은
외모와 함께 세 살에 동몽선습을 읽는
선재였다.
그 뿐만 아니라 아이가 태어나면서 마치
거짓말처럼 가세가 불어나고 땅이 생기
고 집이 생겼다.

아장아장 걸을 때 부터 아이는 그럴 수
없는 효자였고 그런 아이를 부모는 상전
모시듯 했다.
아이를 위해 주변을 돌아 보았고 끼니가
간 곳 없는 사람들을 구휼했으며 언제나
공손하고 근검 절약했다.
이것이 내꺼이 아니고 뭔가를 위해 잠시
주어진 것이야... 부부는 그런 말을 나누
면서 가끔 절에 가서 지난 날 사냥으로
생명을 많이 죽인 것을 참회했다.
아이는 자라서 무과를 보았고, 천인이기
에 문과는 볼 수 없었으나 장원을 했으 며 후일 판서의 자리에까지 올라 부모의
평생의 한을 씻게 했다.
아들 내외의 지극한 효성을 받으며 온갖 복록을 누리다가 사냥꾼은 죽기 전 꿈을 꾸었다.
어린 사슴 한 마리가 침상에 다가와서
넙죽 절을 하면서 말하기를 ,
- 저는 그 옛날에 아버님께서 얼어붙은
땅을 파고 묻어 준 사슴입니다.
태어나자마자 얼어 죽은 저를 다른 짐승 들의 먹이가 되지않게 묻어주시고, 제 어미와 형제를 살려주신 은혜를 갚고자
상제께 아뢰어 당신의 자식으로 태어
났습니다.
이제 가옵시면 좋은 곳의 귀한 자제로
태어나실 것이니 부디 만복을 받으소서.
언젠가의 생에 다시 아버님의 자식으로
태어나기를 빌고 비나이다 -

꿈에서 깨어난 사냥꾼은 자신의 손을
잡고 우는, 아들의 얼굴을 하염없이 쓰다듬으면서 편안히 눈을 감았다.
부모 자식간의 인연을 말할 때 이런 류 의 이야기는 버전이 다르지만, 무수히
많다.
효자는 그렇게 전생의 은혜의 인연이라
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어느 깊은 산의 샛길 초입에, 조그만 주막을 열어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부부
가 있었다.
마음은 그리 모질지 않았으나 워낙 인적
이 드문 곳의 주막이어서 겨우 입에 풀 칠이나 할 정도였다.
그래도 다른 방도가 없었기에 부부는
화전도 함께 일구면서 호구를 이어갔다.
어느 바람부는 가을 날 ,비단 옷을 입은
선비 한 사람이 찾아왔고 그는 꽤 무거 워 보이는 등짐을 지고 있었다.
저녁을 지어주고 모주를 함께 마시면서
부부는 선비의 무거워 보이는 등짐의
내력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인연으로 인해 한양에서 살게 되었
고 집과 세간을 구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선비는 모주 몇 잔에 곯아 떨어졌고 부
부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누가 먼전
지도 모르게 봇짐을 열어 보았다.
봇짐 가득 들어있는 것은 돈이었고 그
돈이면 새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
을 부부는 동시에 했다.
그 뒤의 일은 일사천리로 벌어졌다.
남편은 선비를 끌어내어 낫으로 죽인 뒤
산꼴짜기 깊은 곳에 묻어 버렸다.
아내는 선비의 봇짐을 꽁꽁 묶어 뒷 마당을 깊이 파고 묻었고 그 위에 솥을
걸었다.
선비의 겉옷과 짚신과 갓을 모두 불태워
없애버렸고 아무 일 없는 듯이 주막을
계속 했다.
돈을 가지고 도망가면 반드시 뒷 탈이
생길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끔찍한 범행을 모의도 없이 너무나 자연
스럽게 저지른 부부는 그렇게 마음이
잘 맞았다.
부부의 생각대로 두 계절이 바뀐 봄 날,
새각시와 총각 하나가 주막을 찾아왔다.
바로 그들이 죽인 남자의 아내와 동생
이었다.
두 사람은 눈물 바람으로 하소연하면서
남편이 이 주막에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한양가는, 다른 길을 두 번이나 오르내 리면서 남편의 행방을 찾았으나 행적을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아무도 남편을 본 사람이 없는데, 이 샛
길이 지름길이며, 몇 달 전에 남편과 같은 사람이 이 길로 갔다는 이야기를
아랫 마을에서 들었다는 것이다.

염규식 2021-12-11 19:37	작가님의 구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단숨에 읽었습니다. 2편이 기다려집니다 작가님 좋은 한편의 감동시 배람합니다 시인님 건안하시죠 곱게 지피신 글향에 잠시머물다 갑니다. 이제 12월도 20일 밖에 남지 않았군요 가는해 마무리 잘하시고 오는해 더욱 좋은 작품으로 문운 창대하시길 기원합니다.

부모되고 자식된다는 것

니들이 끝까지 책임지는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