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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2-08 16:32
ㆍIP: 223.xxx.122
휴지가 마스크 속에 들어있는 까닭은?
휴지가 마스크 안에 있는 까닭은?

          권영심 ( 2021 , 12 , 8 )

친 오라비보다 더 가까운 지인 부부의
부부생활 전선에 ,시베리아 한랭기운
보다 더 싸늘한 냉전이 새파란 불꽃을
뿜다가 일단 멈추었다.
마스크 안에 곱게 접혀져 있는 한 장의
휴지 때문이다.
오빠 부부는 둘 째 친손자를 케어하기 위해 주말부부로 살고 있지만 부부 금슬
이 유난하기도 했다.
오빠는 말 그대로 백 점 짜리 남편이라 고 할수있는데, 굉장한 미남이어서 젊
어서부터 언니의 애를 태웠다.
외모도 미남이지만 매너가 너무 좋은
데다가, 웃음소리와 바리톤의 음성이 참
듣기 좋아서 누구에게든지 호감을 느끼
게 했기 때문이다.
아마 본인이 바람을 피우고자 했으면
여러 여자를 울렸을 것이다.
그러나 오빠는 부인을 사랑하기도 했지
만 ,가정이라는 것에 삶의 가장 큰 무게 를 두는 사람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본보기로 세 자녀도 너무
잘 살고 있다.

단 한 가지, 언니의 고질병인 질투심이
한 번 발동하면 오빠는 너무 큰 괴롭힘
을 당해서 그것만이 큰 병통이었다.
언니의 질투병이 유발한 사건은 굉장히
많은데 나이가 칠순이 넘어가면서 거의
사라졌다고 보았다.
그런데 대형사고가 터진 것이다.
금요일이면 오빠가 언니를 서울에서 데
려 오고 주말을 함께 보낸 뒤, 월요일이
면 다시 아들네에 데려다 주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서울에 거의 도착 했을 때 언니가 마스크를 찾았고, 오빠 는 아무 생각 없이 데시보드 밑 사물함 을 열어서 꺼내 쓰라고 했단다.
그런데 마스크를 꺼낸 언니가 괴성을
지르며 난리가 났는데, 정말 기막히게도
접힌 마스크 안에서 루즈  자국이 선명
한 휴지가 나온 것이다.
어느 여자를 태우고 다녔길래 이런 것이
나오냐고 아파트 마당에서 언니는 움직
이지 않고 집요하게 따지고 들었단다.

오빠는 너무나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그대로 당했는데, 아이를 케어하는 일이
급해서 일단 휴전.
바쁜 시간이 지나고 오빠가 둘 째 손자
를 데리러 간 사이에 언니가 내게 전화 를 했다.
위의 내용을 물 쏟아 붓듯이 다 이야기
하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하소 연했다.
나는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했고,
언니가 쓰고 넣어 둔 것이 아니냐고
잘라서 말했다.
휴지가 자기 집에서 쓰는 것이 분명한데
여자를 집에 끌어 들여 그런 것이 아니 겠느냐는 기막힌 소설을 쓰는 언니가
너무 황당했기 때문이었다 .
오빠가 얼마나 당했을 지 눈에 보이는
듯 했다.
그러니까 언니의 말의 요지는 오빠가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거시기 머시
기를 하고 차에 태우고 다녔다는 것이다.

오빠의 일에는 이성을 잃는 언니이기는
했으나 그래도 정말 심했다.
부인이 아들 집에서 손자를 보느라 애쓰
는데 ,딴 여자를 집에 끌어들이는 짓을
할수있는 오빠가 아님을 누구보다 언니
가 제일 잘 알고있을 것이다.
나는 언니가 범인일 것이라고 말했더니 난리가 났다.
자기는 절대 그런 짓을 안 한다면서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언니는 항상 휴지를 넣고 다니며 입술이 나 얼굴을 잘 닦고, 뭐든지 버리지 않고
아끼는 습성이어서 틀림없이 마스크를
벗고 닦은 뒤 무의식적으로 넣어 두었을
것이라는 내 말에 잠시 말이 없어졌다.
오빠 차엔 크리넥스 통이 있었지만 언니
는 가방에 휴지를 잘 접어서 넣어 다니 는 것이 습관이었다.
아마 마스크를 벗고 입술을 닦은 뒤, 그대로 넣어두고 까먹었을 것이 분명했
다.

뭐든지 무척 아끼는 언니는 루즈만 묻은 휴지가 아까웠을 것이고 나중에 한 번 더 쓰기 위해 그랬을 것이다.
그것조차 기억이 안 나서 루즈 자국만
보고 애먼 오빠를 잡은 것이다.
놀라워라!!! 오빠가 올해 75세인데 아직
도 그런 상상이 가능하다는 것에 정말
놀라고 말았다.
암튼 언니는 내 말을 납득한 듯 했는데
오늘 오빠가 와서 그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그런 말을 해서 일단 접지만 더 조사해 보겠노라고 말했다는 언니가 너 무 귀여워서 크게 웃고 말았다.
언니도 74세인데 ,그 나이에도 남편을
그렇게 연모하는 모습이 오히려 사랑스
럽기조차 했다.
그러나 오빠는 머리를 흔들면서 아마
내 말에 수긍하지 않았으면 오래 괴롭
혔을 거라고 했다.
원수 보듯이 서로를 외면하는 부부들이
많은 세상에서 참 부러운 부부이다.
이름아이콘 염규식
2021-12-09 12:00
회원사진 		작가님 건안하시죠
사랑싸움 얘기 잘 배독하고 갑니다
항상 고운 작품으로 교분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매일 행복하시고 승리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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