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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2-22 17:27
ㆍIP: 58.xxx.21
산티아고- 기적의 길
산티아고-기적의 길

      권영심 (2021 , 12 , 22 )

산티아고.
마치 계시처럼 머리에 공명되는 지명,
그리고 많은 기적과 감동의 이야기들....
내 기억이 맞는지 자신이 없지만
산티아고를 처음 만난 것은 아주 오래 전 여중생 때였다.
금요일 밤에 방영해 주던 명화극장에서,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지명, 산티아고 를 만났다.
어느 도시의 소방관이 아이를 얻었는데 그 아이는 아홉 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 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아버지는 절망했고 성당의 신부를 찾아
가서 아이를 살려 달라고 매달렸다.
그러자 신부는 산티아고의 대성당에 가서 기적을 구하라는 말을 들려 주었고 아버지는 굳게 결심하고 반드시 그렇게
할 것으로 기도의 서원을 세운다.

아이가 아홉 살을 몇 개월 남겨 두고 입원하자 ,아버지는 기도의 약속대로 자신의 도시에서 산티아고까지 뛰어서 대성당에 가기로 한 것이다.
너무나 먼 거리여서 사람들은 미친 짓 이다라고 조롱했으나 아버지는 자신의 마을 성당에서 신부의 축복을 받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의 비양거림을 뒤로 하고 뛰기 시작한다.
소방관 친구 하나만이 차에 물과 음식을 싣고 친구의 뒤를 따를 뿐이다.
아버지는 오로지 딸을 살려 달라는 간구 만을 안은 채 태양과 바람과 비의 공격 에도 굴하지 않고 거친 길을 달렸다.

발이 온통 터져 피고름으로 범벅이 된 아버지가 쓰러져 고열에, 헛소리를 할 지경이 되자 의사가 달려오고 의사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 고 경고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다시 일어났다.
-지금 멈추면 나도 죽고 딸도 죽어요-
아버지는 달리고, 걷고, 쓰러지고, 또 뛰고...그가 산티아고에 이르기 전, 이제 그의 이야기는 온 도시에 알려져 그의 뒤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기도의 여정 을 함께 하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기도의 행렬이
이어지고 찬미가는 천지를 뒤흔들었다.
드디어 대성당이 보이고 이제 도저히 뛸 기력이 없는 아버지는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사람들이 그를 들것에 실어 대성당으로 옮겨 놓으려 했으나 그는 거절하고 무릎 과 손으로 기어서 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마다 핏자국이 꽃잎 처럼 새겨지고 있었다.

어느새 그 뒤로 수많은 무릎 행진이 시
작되었고 수녀들과 신부들도 함께
기도하면서 대성당으로 향했다.
장중한 음악 소리와 함께 제대 앞에 무릎 꿇은 아버지의 딸을 위한, 한 대의 생미사가 바쳐진다.
그 시간 딸은 생사의 기로에 있었다.
의사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한다고 고개
를 저었다.
미사가 끝나고 아버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그가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 딸이 무사히 살아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의사는 결코 십 삼세는 넘기지 못할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 년 후 아버지는 다시 딸의 생명 연장 을 위해 산티아고를 향해 달린다.
그러나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수많은 순례객들이 그의 뒤를 따라 뛰고 걷고 ...그 딸은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영화의 자막을 보면서 나는 전율이 일 정도의 감동을 받았다.
그 때 부터 산티아고는 나의 별이 되었다.

언젠가는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걸으며 기도의 여정을 떠나리라...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며 깊은 내면의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 갑의 나이가 되었고 산티아고는 여전히 도달할 수 없는 별
이다.
살아오면서 나름 재미나고 행복한 시간 많이 보내었으니 나 자신에 대한 미련은 없다.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나
모든 것을 정리하며 살고 싶다.
모우고 더하는 삶이 아니라 빼고, 나누 면서 허락이 된다면 산티아고로 기도의 여정을 떠나고 싶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이 지명을 마음에 품고 나는 오늘도 순례길을 꿈꾸고 있다.
이름아이콘 염규식
2021-12-22 20:06
회원사진 		작가님 수필중에서 압권입니다 -수고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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