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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2-02 16:59
ㆍIP: 58.xxx.124
기적시리즈
-기적-   1-2

      권영심

깊고 깊은 잠에서 여인이 깨어났을 때는 벌써 점심이 지난 시각이었습니다.
여인은 평생 그렇게 오래 자 본 적이 없어서 ,어리둥절했으나 머리가 너무 맑아 오히려 두려워 졌습니다.
-청소와 빨래 ,밥은 할줄 압니까?-
식사를 하고난 여인에게 나이든 수녀가 엄격한 목소리로 물었지요.
여인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여기서 두어시간, 들어가는 시골에 작은 공동체가 있습니다.
수사를 하시다가 개인 사정으로 그만 두신 분이 운영하는 곳인데 수사 지망생 들과 또 ,이런 저런 일로 함께 사는 남자 들이 십여명 모여 농사와 기도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일은 힘들고 고될 겁니다.
월급도 없으며 겨우 잠자리와 식사 제공 이 고작일 겁니다.
몇 분이 가셨다가 얼마있지 못하고 그만 두었지요.
그 곳에라도 가겠습니까?-
여인은 마치 고장난 인형 처럼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수녀님 ,아무리 힘들어도 좋아요.
몸을 팔지않고 먹고 잘 수만 있다면...
입 안에서 맴도는 말은 하지도 못하고 여인은 오후에 수녀원을 떠났습니다.

그 곳은 몹시 낡은 시멘트 건물로, 초라 하고 음산했습니다.
수녀님은 바로 돌아가고 수염이 덥수룩 한 남자가 아주 냉정한 표정으로 여인을 조그만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작은 침대와 옷장 하나.
그것이 전부인 방에 가방을 놓자마자
수염남자는,
-나를 부를때.는 그냥 선생님이라고 부르시오
다른 사람들은 이름을 알게 되면 이름을 부르면 되고.
여긴 방이 모두 다섯 개요.
내 방은 들어오지도 치우지도 마시오.
다른 방은 사람들이 작업하거나 기도실 에 있을때 청소하고 식사만 준비해주면 됩니다.
저녁 준비부터 할수있겠소?-
여인은 또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선생님이 안내한 주방은 식당을 겸하고 있어 아주 컸고 따뜻했습니다.
여인은 주방에 딸린 창고에서 이것 저것 꺼내어서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습 니다.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랬던 것 처럼 여인의 몸은 재발랐고 거침이 없었습니다.
흥겨워서 춤 추는 것 같이 보이는 여인 의 뒷모습에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하며 주방을 나갔습니다.
실제 음식을 만들며 여인은 자신도 알수 없는 신바람이 났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것을 아주 예전에 잊어버린 그녀었으나 아침도, 점심도 그 곳에서 만든 사람같이 그렇게 재미났습니다.
사랑하는 아들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 는 엄마처럼요.

주방에 모인 남자들은 모두 아홉 명.
얼굴은 무표정하고 태도는 이상하게 조용했습니다.
긴 식탁에 앉은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여인의 얼굴은 상기되고 눈은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병들고 늙었다고 그녀를 쫒아낸 포주가 보았다면 당장 도로 데려갔을 겁니다.
소개도 없이 기도가 시작되고 여인은 주방 한 켠에 서서 두 손을 모았습니다.
남자들의 음식 먹는 소리와 함께 간간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맛있다..이렇게도 만드는구나-
-와...행복해-
-이런 것도 있었어?-

여인은 온 몸을 가득 채우는 행복감에 눈물이 솟아 구석으로 몸을 더 숨겼습 니다.
식사를 끝낸 아들들(그녀는 맘 속으로 그냥 아들들이라고 부르기로 작정 했답니다)이 그릇들을 개수대로 가져오 며, 그녀에게 한 마디씩의 말을 건넸습 니다.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엄마가 해주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진심의 감사의 목소리에 여인은 쏟아지는 눈물 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리 죽여 흐느끼는 여인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눈에 따뜻한 빛이 번졌습니다.
그것 또한 기적일까요?

여인은 잠 자는 시간 외에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했습니다.
방들은 윤이 나도록 반짝이고 아들들의 옷은 정갈하게 세탁되어 옷장에 걸려 주인을 기다렸습니다.
주방은 맛있는 음식 냄새로 가득해지고 조금 수척하게 보였던 아들들의 얼굴에 도 윤기가 흘렀습니다.
사실 식재료는 별 것이 없었는데 여인의 손이 닿은 재료들은 마법처럼 맛있는 음식으로 변했지요.
어느새 아들들은 여인을 맘이라고 부르 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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