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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2-24 13:14
ㆍIP: 211.xxx.107
기적시리즈
-
기적-(4-2)


        권영심

그는 성탄이 다가오기까지 교회에, 예배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어디 나 없이 성가대가 꾸려 지는지 두고 보자...
지휘자에게 반주자를 바꾸어줄 것을 요구하고, 그렇게 될 때 까지 교회도 나가지 않겠다고 알렸기에 그는 가고 싶어도 갈수 없었습니다.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두어번 왔을 뿐, 반주자를 내보냈다는 소식은 오지도 않고 용서를 빌며 데리러 오는 성가단원 들도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별다른 말이 없었고 그는 일요 일이면 혼자가 되었지요.
이미 오랜 세월 ,일요일은 교회가 그의 세계였기에 다른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주중의 다른 날들도 부흥회니 청년회등, 교회에 관계된 일들로 저녁 시간은 분주했는데 갑자기 많은 시간들 이 그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는 그런 시간에 자신의 노래를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며 옛날의 일을 기억해 내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 합장단에 들어갔으나 그는 몇 번이나 그만두었습니다.
그 이유...
-왜 너만 노래 부를려고 하니?
합창은 모두의 화음을 맞추어야 해.
아무리 뛰어난 목소리라도 너 처럼 혼자만 크게 부르면 합창은 망가진단다-
선생님의 꾸짖음은 어린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고 그후 교회 성가대에서만 활동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나 성악 레슨 도 받고, 본격적으로 성악가의 길을 가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답니다.
그러나 성악 레슨은 재미도 없는데다가 칭찬도 없이 엄격하고 같은 것의 반복, 끝없는 발성 연습 뿐이어서 그는 그만두 고 말았습니다.

교회 성가대에서 성가를 부를 때 그의 목소리는 찬란히 빛났습니다.
그는 다른 곳에서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 교회에서, 부흥회에서, 노방선교에서 불렀습니다.
그럴 때 자신에게 향하는 찬사와 탄성은 그에게 살아있는 기쁨을 넘치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테이프들을 반복해서 들으 며 뭔가를 느꼈습니다.
노래를 부를 때는 절대로 알수 없었던 그 무언가.
모두가 조용히 기도할 때의 그의 커다랗 게 울리는 목소리는 자신의 귀에도 거북 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른 성가단원들의 노래를 없애버리는 그의 목소리...
그는 큰 혼란을 느끼며  테이프들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습니다.
너무나 큰 부끄러움과 분노,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숨조차 막히게 했습니다.
결혼식 축가 부탁들도 모조리 거절하며 그는 굳게 입을 다물었습니다.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
오기와도 같은 감정이 북받히며 그는 이를 앙다물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성탄이 다가오고 있을 즈음,한 통의 초대장이 그의 책상 위에 놓였습니다.

퇴근해서 책상 위의 초대장을 본 그는 그동안 억눌렀던 수많은 감정들이 폭발하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습니다.
그의 교회에서 그를 성탄의 찬양대회에 초대한 것입니다.
초대장의 뒷 장에서 테너 파트의 장으로 그의 이름이 맨 위에 있는 것을 본 그는 분노가 폭발해 온 몸이 떨렸습니다.
더구나 찬양의 곳곳에 ,그의 솔로가 지정되어 있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성가단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성가단장은 기다렸다는듯 ,그의 전화를 받았고 그가 쏟아내는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 들였습니다.
-우리는 기다릴겁니다.
연습하지 않아도 당신은 잘 해낼 것이고 우리는 그동안 기도하며 기다렸답니다.
특히 반주자님은 연습 때 마다, 성가를 시작하기 전 마다 ,당신을 위한 간절한 기도를 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당신의 자리를 비워 두었 고 당신의 솔로 파트를 아무도 부르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오지않으면 언제까지나 그 자리 는 비워둔 채로 그대로일 것입니다-

그는 절대로 가지않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갔습니다.
노래 부르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자신이 빠진 성가대가 과연 어떤 찬양을 해내는지 보고 듣고 싶었습니다.
그는 성도들이 꽉 찬 교회 이층 구석에 조용히 자리잡았습니다.
두터운 외투를 입고 머플러로 얼굴을 반쯤 감싼 그를 아무도 못 알아보는듯 했습니다.
예배와 함께 찬양은 시작되었고 성가대 의 합창은 우렁차고도 가슴 떨리게 감동적 이었습니다.
백여명이 넘는 성가대의 합창은 그 누구 의 목소리도 튀지않은 채 ,마치 하나의 물줄기인양 어우러지며 교회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고요하고도 드높게,
우렁차고도 부드럽게...
그리고 솔로의 파트가 시작되고 소프라 노의 노래가 아름답게 울렸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테너.
그의 가슴이 무섭게 요동치며 옥죄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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