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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2-01 21:40
ㆍIP: 58.xxx.124
기적시리즈
-기적-  1-1

     권영심

12월입니다.
일 년의 마지막 달, 그리고 추위가 본격 적으로 시작되어 이런 저런 이유들이 많아서 몸도 마음도 시린 달...
성탄절이 12월에 있다는 것이 때로는 참 좋기도 합니다.
추위 속에, 반짝이는 설레임과 기대를 가지게 하니까요.
단지 시간이 흐를 뿐, 아무것도 변함이 없건만 우리들은 시작이니 마지막이니 떠들어 댑니다.
그렇다면 일 년 열 두 달, 365일 중에 가장 간절하게 기적이 필요한 때는 언제일까요?

기적이 무엇입니까?
우리는 무엇을 기적이라고 부를까요?
이 춥고 황망한 12월을 지나면서 기적 을 이야기해 보렵니다.
내가 말하는 기적들이 기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 그 또한 어쩔수 없는 일.
내가 쓰는 글이니, 내가 기적이라고 생 각하는 글을 몇 편 쓰면서 모두가 바라 는 기적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어느 작은 도시에서, 한 여인이 수 십 년 동안 몸 담아 있던 창녀촌에서 빈 손으 로 쫒겨 났습니다.
어릴 때 팔려와서 이십여년이 넘도록, 창녀촌에서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못 하고 몸을 팔았건만, 추운 겨울에 쫒겨 난 그녀의 몸은 늙고 병들어 더 이상 쓸 데가 없었고, 가진 것은 몇 가지의 옷이 들은 낡은 가방 하나 뿐이었지요.
그녀는 이제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심정 으로 무작정 도시를 헤메었습니다.
거리는 온통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눈부 셨고 ,너무나 오랜만에 그런 광경을 본 여인은 자신의 처지도 잊은 채 들떠서 마구 걸어 다녔습니다.

여인의 발이 멈춘 곳은 어느 성당 앞.
왜 그 곳에 여인이 가게 되었는지는
글쎄요... 그것도 기적일지도.
성당 입구의 성모상 앞에, 여인은 자신 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신심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니라 ,여인은 너무나 춥고 힘들었으며 정신마저 혼미 해졌습니다.
성모상의 화단에 가득 쌓인 흰 눈이, 여인의 눈엔 차라리 포근하게 보였습니다.

여인은 어릴 적,성당에서 배운 교리를 희미하게나마 기억해내었고 성호를 기억하며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손으로 서툴게 성호를 그렸습니다.
여인이 올려다 본 성모상은 그렇게 슬퍼 보였습니다.
마치 어릴 때 자신을 낯선 이의 손에 보내던 엄마의 슬픈 얼굴 같았습니다.
-성모님, 저는 나쁜 여자입니다.
오랜 동안 몸을 팔다가 이제 병들어서 쫒겨 났어요.
이제 40살이 되었는데, 80살 먹은 할머 니보다 더 몸이 늙었어요.
이제 쉬고 싶어요.
저는 지옥에 가겠지요?
그래도 지옥에서는 몸 파는 일은 안 시키겠지요?
성모님 용서해 주세요.
지옥에 가도 좋으니 제발 이 세상에 더 머물게 하지말아 주세요-

여인의 중얼거림은 , 정신을 잃음으로 그렇게 눈 속에 묻혀 버렸습니다.
그 때 성당의 수녀님 두 분이 외출을 하고 돌아오다가 성모상 앞에 쓰러져 있는 여인을 발견했습니다.
여인은 서둘러 수녀원 안으로 옮겨지고, 살았지요.
이것이 기적일까요?
그 시간에 수녀님들이 외출을 마치고 돌아왔으니 말입니다.
수녀원의 작은 방에서 깨어난 여인은, 검은 옷을 입은 두 여인이 자신을 돌봐 주고 있음을 알고 기겁을 하며 침상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었습니다.
검은 옷의 여인들이 수녀라는 것 쯤은 여인도 알수 있었습니다.
수녀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울면 서 쫒아내주기를 간청했습니다.

- 이 밤에 당신을 여기서 머물게하는 것 이 우리의 할 일입니다 -
나이 든 수녀의 엄격한 목소리에 여인은 할 말을 잃었고 ,곧 세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았습니다.
너무나 간소한 식사였으나, 여인은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정결한 음식을 먹는 기쁨을 허락해 주신 누군가에게 깊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깨끗한 풀내가 나는 침상에서 꿈도 없이 깊이 깊이 잠들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기적은 한 번에 말하기엔 너무 오묘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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