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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1-04 15:08
ㆍIP: 119.xxx.38
기적시리즈
-기적 -    9-3

      권영심

왜 이러지.?
왜 이렇게 힘이 빠지고 몸이 아프지?
그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나 몸의 이상을 느꼈습니다.
팔과 다리의 힘이 없어지며, 계단 오르 기가 벅찼습니다.
너무 무리하게 일을 했나 보다...
좀 쉬어야겠다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피곤해서 그렇다고 여기며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몹시 피곤해하는 그를 알뜰히 보살피며 보양 음식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어느날 아침.
함께 식사를 하는데 숟가락을 떨어트리 는 남편을 보고 당장 병원에 가자고 야단이 났습니다.
그는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갔지요.
마흔이 넘긴 지금까지, 병원과는 그 어떤 연고도 없었던 그였기에 모든 과정 이 생경했습니다.
무리한 탓으로만 생각한 그였으나 입원 해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루게릭 병인것 같습니다 -무겁게 떨어 지는 의사의 말에 부부는 어리둥절해서 서로를 쳐다 보았습니다.
루게릭 병이라니?
생전 처음 듣는, 생소한 병이었습니다.
-그럼 암이나 그런 나쁜 병은 아니지요? 그렇지요? -
아내의 말에 의사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습니다.
-루게릭병은 ,몸의 전체 골격근이 점차 마비되면서 운동세포신경도 함께 마비 되는 병입니다.
현재로는 어떤 치료 방법도 없고 원인 규명도 안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빨리 진행될지, 증상들이 어떻게
어느 곳으로 진행될지도 모릅니다.
점차 온 몸의 기능들이 마비되면서...-
그는 의사의 말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머리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느낌...

그럴리가 없다면서 아내는 그를 끌고 여기 저기 병원을 다녔습니다.
그러나 한결 같았습니다.
이미 남편은 많이 진행된 상태이며 길어 야 오륙년을 넘기지 못할거라고 다들 말했습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사무실 에서 쓰러져 다시는 걷지 못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서 돌아온 그를 보고 딸이 뛰어와 아빠를 안았습니다.
-아빠!  걱정하지마  !
내가 하나님께 기도할꺼야.
하나님이 내 소원을 들어 주셨잖아?
아빠를 낫게 해주실꺼야 -
그는 너무나 사랑하는 딸의 말에 심장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습니다.
아직 중학교도 못가고 ,아들은  유치원 생인데...
차라리 결혼을 안했으면 아내에게 이런 무거운 짐을 얹어주지는 안 했을텐데...

그는 루게릭을 진단받고 확정이 된 후 부터 치료를 위해 루게릭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기에 자신이 어떻게 되는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겪게 될 일이 무언지를 알기에 그냥 세상을 떠나고 싶었습니다.
지금 떠나면 그래도 아내는 두 아이를 데리고 살수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 다 .
그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아직은 몸을 움직일수 있을 때 떠나자...
휠체어를 타야 움직이는 몸이기에 그는 한 가지 방법을 택했지요.
깊은 밤 ,아내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방바닥으로 조용히 내려 앉았습니다.
아직은 바닥을 짚고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숨 조차 참으며, 걸으며, 기어가며 주방으로 가서 과도를 찾았습니다.
욕실까지 갔을 때 그의 몸은 땀으로 젖었고 숨이 턱 턱 막혔습니다.
욕실 문을 잠그고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지요.
행여 물소리가 날세라 ,샤워기를 작게 틀어놓고 온수가 차기를 기다렸습니다.
온수가 반으로 찼을 때 그는 몸을  움직 여 욕조 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아무런 두려움도 고통도 없는 듯한 기분...
비록 지금 떠나지만 그는 이 세상에 대해 원망도 바램도 없었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육체의 감옥에 갇혀, 아내와 주변 사람들에게 영원한 짐이 되느니 이 길이 옳았습니다.
그는 과도를 들고 왼 손을 꽈악 주먹 쥐었습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할수없음을 알기에...
이를 악물고 그는 과도 끝을 왼 쪽 손목 에 대었습니다.
오늘도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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