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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2-28 17:06
ㆍIP: 211.xxx.107
부적
5400000원 짜리 부적

         권영심( 2021 , 12 , 28)

외곽길이긴 하지만, 버스도 다니는 길에
위치한 우리 가게는 그동안 손님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스님들이 가장 많았고 소소한 물건을 판
매하는 사람들과 외국인들, 적선을 바라
는 사람들 등등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가장 나를 힘들게 하고 화나게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일종의 사교
전도인들이다.
정말 희안한 사교의 이름을 들고 오는데
그 가운데 도사들이 있다.
여도사, 남도사 ,성별을 가릴 것 없이 들어 오는데 반드시 두 사람이 다닌다.
들어와서는 한결같이 나를 복이 너무
많다고 치키면서 물을 한 잔 청한다.
나는 물뿐 아니라 커피도 주고, 사탕도
권하고, 달걀이나 고구마도 준다.
참 맛있게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이
가짜 도사라는 것은 대번에 알 수 있다.
장사하는 사람이 작은 호의를 베풀면서
미소 짓는 것이, 예사 내공이 아닌 것을
알고 공손히 나간다면 그래도 그들은
뭔가를 깨친 사람들이다.

그러나 나의 그런 내공을 전혀 알아보지
못 하고, 그저 마음 착한 말랑한 여자로
보고 덤비니 참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오늘 강적을 만났다.
씩씩하게 문을 밀고 들어 오는데 반듯한
양복 차림새가 썩 훌륭하고 외모도 그럴
듯한 중년 남자 혼자였다.
그는 또 명품 구땡의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친절하게 맞이했더니 그는
테이블에 앉았다.
뭘 드릴까요? 메뉴판을 내밀었는데 그
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손님이 아니구나... 느낌적인 느낌이 쌔
하는데 그가 입을 열었다.
5400000원짜리 부적 하나 하셔야겠
습니다.
그 명쾌한 목소리에 순간 내 귀를 의심 하면서, 나도 모르게 얼마짜리요?
되물어지는 것이었다.

그는 다시 한 번 가격을 말했고 나는 그
의 앞에 앉았다.
540000원도 아니고, 54000원도 아니 고, 이 힘든 시기에 5400000원짜리
부적이라니?
우리는 서로를 치열하게 바라보았고 그
는 너무 자신만만했다.
-그런 비싼 부적을 팔아서 구땡 서류 가방을 사나 보지요?
그 부적은 어디서 나왔으며 누가 그 가격을 검증하나요? -
그는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끝까
지 토 달지 않고 들어주었다.
그 긴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 나는 하늘궁의 사자이며, 하늘궁의 주인인 허경영님이 다음 대통을 이을
것이고 ,그것에 동참하는 5400000원
짜리 부적을 구입하면 자손 만대 복락을
누릴 것이다.
아무에게나 이 부적을 권하지 않으며,
부적이 자신의 발걸음을 인도하기 때문
에 이 인도를 받은 사람은 반드시 구입
해서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해야 한다.
장사는 대박이 날 것이고 자손은 귀해지
며 복록이 끝이 없을 것이다... -

참으로 달콤한 권유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 듣고 난 후
말했다.
-어쩌지요?
지금 돈이 54000원도 없어요 -
그는 카드도 되고 차용증만 써 주면
매달 약정 금액을 갚아 나가면 된다고
하면서 서류 가방을 열려고 했다.
나는 손을 뻗어 제지하면서 내년에 허경
영이 당선되면 오라고 했다.
그는 나를 한껏 비웃으면서 말하기를,
선택을 거부한 사람은 자격이 없다.
이런 기회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줄
알면 오산이다 , 무궁무진한 복을 받는 데 절대 비싼 돈이 아니라고 했다.
나는 허경영의 전번을 내놓으라고 했다.
직접 물어보고 하겠다고 했더니 하늘궁
의 주인이 아무나의 전화를 받는 줄
아느냐면서 그대신 너튜브를 보여 주겠
다고 했다.
나는 일어섰고 다른데 가 보시라고 정중
하게 말했다.

그는 계속 말을 했으나 나는 주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정말 어지간한 일엔 눈도 깜박하지 않는
나지만, 오늘의 하늘궁의 사자의 행각은
정말 압권이다.
아무리 돈 가치가 없는 시대라지만,
5400000원짜리 부적을 거침없이 내밀
수 있는 것을 뭐라고 해야 할까?
하늘궁의 사자라니?
요즘 각종 사자가 유행이긴 하지만 정말
기가 막힌다.
허경영이 관계되어 있건 허경영의 허명
을 사칭하는 것이든 서글프기는 매일반
이다.
성공하는 예가 있기 때문에 저러고 다니
지 않겠는가?
차용증을 받아 놓으면 법적으로 돈을 받
는 것도 가능할테니 서류는 얼마나 잘
구비했을지 안 봐도 버킹검이다.
부적을 보여줬는데 허경영이 옥황상제
같은 옷을 입은 사진 네장이었다.
대단한 허경영이다.
돈이 없어서 못 산 것이 아쉽다. ㅠ ㅠ
이름아이콘 염규식
2022-01-04 00:07
회원사진 		좋은경험 하셨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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