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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2-30 17:04
ㆍIP: 58.xxx.35
새벽에 걸려오는 전화의 시그널
새벽에 걸려오는 전화의 시그널

           권영심 ( 2021 , 12 , 30 )

하루는 24시간이지만 그 시간들은 각자
의 형편에 따라 많은 것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그 중에서 우리가 통화를 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어느 시간대에 통화를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것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누구라도
공통적으로 전화를 삼가해야 되는 시간
이 있다.
아침 9시에서 밤 9시 정도가 일반적으 로 통화가 허락된 시간으로 본다.
그 시간이 아닌 경우엔, 가족이나 일가
친척의 급한 통화이거나 사고나 부고의
내용이기 십상이다.
특히 새벽에 걸려오는 전화벨소리는
자는 사람을 깨우면서 공포감마저 들게
한다.
그런데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새벽에
전화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느 누군가가, 나를 아는 누군가가, 열심히 입력 된 전번을 찾다가, 내 이름 에 머물러서 번호를 눌렀을 때 내가 받 게 되면 전혀 엉뚱한 사람인 경우가 있다.
새벽에 나에게 전화를 할 사이가 아닌데
그들은 내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저, 저, 미 미안해요. 너무 늦은
시각이죠? 주무시는 것을 깨웠어요?
당황하고 미안해 하고, 그래서 끊을께요
할 때 나는 아니오! 소리친다.
괜찮아요. 이런 새벽에 왜 전화 하셨을 까요? 잠을 못 잘 만큼 많이 힘든가요?
저도 안 자고 있답니다.
글도 쓰고, 티비도 보고, 가끔 바깥을 내다보면서 바람도 쐬면서, 혼자 놀고
있답니다. 뭐든지 이야기해 보세요.
이야기하노라면 뭔가 풀리는 것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내 말을 들으며 하염없이 운다.
다 울고 말하도록 나는 놔 둔다.
울음이 잦아 들면서 두서없는 이야기들
이 연결되는데 나는 한 마디도 꺽지 않
고 들어준다.
가끔 네에 , 그랬군요. 어쩜... 들어주고 있다는 표시를 하는 것 외엔 들어주기만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는 들어주었을 뿐
인데, 어느새 그녀는 해결책을 찾았고
목소리도 훨씬 밝아지면서 고맙다고 하
면서 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얼마 후 문자가 온다.
너무나 고마웠다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죽을 만큼 힘들었던 것이 풀어지더
라면서 그저 감사하단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저 전화를
무시하지 않고 받아서 열심을 다해 들어
주었을 뿐이다.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것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걸 못 하는
것을 많이 본다.
휘말리는 것이 싫어서, 감정 이입이 되 는 것이 싫어서, 또는 귀찮아서,그래서
사람들은 위기의 시그널을 곧잘 무시
한다.
그러나 나는 너무나 잘 안다.
내가 그래봤기에, 너무나 간절하게 그랬
던 적이 있기에 나는 안다.
새벽이란 시간은 때로 사람에게 넘을 수
없는 절벽이 되기도 한다.

어둠과 빛의 경계의 시간은 때로 인간의
문제를 더 확대시키기도 해서 순간적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만든다.
그 선택은 후회의  순간도 허용하지 않 고 인간을 덮쳐, 절망이라는 올무로 묶어 버린다.
그 바로 전, 순간, 사람은 절박하게 자신 을 도와줄 누군가를 찾게 되는데 그 시
그널을 감지할 때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도와주어야 한다.
귀찮음을 누르고 ,애써 잠을 쫒아내고,
무슨 일이세요? 하고 되물어주어야
한다.
몹시 힘들고 때로 지치기도 하지만, 생 의 신비는 바로 그 순간 기적으로 이어 짐을 알았으면 좋겠다.
인간의 목숨은 너무나 질기지만 때로는
꽃잎보다 연약한 시간이 있다.
그 연약한 때 내미는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나도 그랬었다.
그 순간, 나와 별로 친하지도 않은 지인 이 내 울음을 들어주었고, 미친듯이 쏟아 내는 내 말을 그저 들어주었다.
나중에 함께 밥을 먹으면서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다.
미친 ㄴ 헛소리를 어쩌면 그렇게 들어
주었냐고.
그녀의 대답이 나를 또 한 번 크게 각성
하게 했다.
- 그러니까네, 그 전화를 그냥 끊어불믄
니가 꼭 죽겠다는 생각이 듬시롱. 말을
많이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막 들드라니
께. 참말로 이상하제. 을매나 속이 망가
졌으면 저 점잖은 사람이 저럴까이 싶응
게, 날이 새더라도 전화를 붙들고 있으 믄, 무신 일이 지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쁜께 나도 참 이상스러븝네-
그녀가 그날 나를 온전히 받아 주었기에
내가 살았다.
물론 다른 방도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절박한 울음을 받아 줌으로,
나 역시 다른 이에게 그렇게 한다.
고마운 일이다.
이름아이콘 염규식
2022-01-04 00:03
회원사진 		좋은글 배람합니다
수고하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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