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2-18 18:35

ㆍIP: 58.xxx.42

내가 먹을 것

내가 먹는 것

권영심 ( 2022 , 2 , 18 )

내가 먹는 것으로 부모님을 괴롭힌 것은
아주 어릴 때 부터라고 들었다. 특히 엄
마는 먹을거리 때문에 나와 징글징글하
게 싸워서 치를 떨었다. 엄마가 즐겨 먹
고 좋아하는 것은 내가 거의 먹지 못하
기 때문이다. 전라도가 고향인 엄마의 음식은 걸고, 탁하고, 곰삭고, 진했다.
게다가 설탕을 무지 좋아했던 엄마는 정말 지독하게 달디단 음식들을 만들기
도 했다. 설탕국수, 단팥죽, 설탕토마토,
등 정말이지 그 음식들은 나를 괴롭히는
주범이었다. 게다가 엄마는 생선을 허 발하며 좋아했고, 특히 젓갈은 최애 식 품이었다. 김장을 하면 갈치,조기, 명 태, 굴이 짝으로 들어와서 김치 속으로 들어갔다. 젓갈도 몇 가지나 되었고 , 그 냄새는 지금의 젓갈은 도저히 못 따라간다. 엄마는 그런 음식을 먹지 못 하는 나를 시도때도 없이 구박할려고 했 으나 아버지의 철통같은 보호로 그러지 못 했다.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나는 어 떤 유년을 보내었을지 모골이 송연할 때가 있다. 그런 아버지도 내가 너무 많은 것들을 못 먹는 것에 대해서는 근 심을 감추지 않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먹는 것을 먹으며 자
라기 마련이고, 그것이 집안의 내림 음 식이 된다. 그러나 나는 어릴 때 부터 안 먹는 음식이 너무 많고 분명했다고 한다. 비린 생선류는 입을 다물고 숟갈 도 들지 않았고 고기도 안 먹었다. 멍게 해삼 등, 온 식구가 잘 먹는 것을 나는 냄 새도 못 맡고 싫어했다. 김,콩나물,단무 지,장아찌,오뎅볶음, 멸치볶음,오징어채 무침, 백김치,오징어뭇국, 고추장,매운고 추 ,말린생선 몇 가지, 미역, 곰피,두부, 톳,우묵 ...이런 정도의 음식이면 나는 되었다 . 김장 때는 나를 위한 김치를 따 로 담아야 했는데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구워주 는 소고기는 조금 먹었고, 닭고기도 아 주 조금 먹기도 했으나 돼지고기는 결혼 전까지 전혀 먹지 않았다 . 아버지는 겨울에 콩비지를 큰 솥에 몇 번이나 끓 였는데, 돼지 등뼈와 우거지를 넣고 이 북식으로 끓인 그 맛을 나는 재현해내지 못 한다 . 콩비지를 그렇게 맛있게 먹 으면서도 돼지고기를 다 건져내어 버리
는 나를, 엄마를 기막혀 했다.
나물 종류는 미나리를 빼고 다 먹었는데
그렇게 먹어도 나는 좋았다.

비리고, 뭔가 비위가 상하면서 씹기 싫
어지는 고기류는 평생 안 먹어도 되는
음식들이었다. 절에 가서 살 거냐고 엄 마는 지청구를 해대었지만 나는 그것만
으로도 충분했다 . 금정산에 자주 놀러 갔었는데 염소불고기가 유명했었다.
식구들은 맛있게 먹었으나 나는 파전만
먹었다 . 맛과 냄새를 떠나 본능적으로 거부되는 음식들이 내겐 분명히 있었다.
아버지는 나의 무병때문이라고 나름의
이해를 했었고, 내가 거부하는 음식은
누구든지 억지로 먹이지 못하도록 막아
주었다. 시골에 갔을 때 어른들의 강요 에 의해 싫은 것을 한 조각이라도 먹으 면 곧 바로 토하면서 물도 못 넘기는 못 된 습벽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먹어
본 후 싫은 것이 아니라, 그 음식과 대하 면 바로 알아진다. 내가 먹지말아야할 음식이란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되니 먹을 도리가 없다. 어른이 되고 술을 마 실줄 알게 되면서 돼지고기 종류도 잘 먹게 되었으나 못 먹는 음식은 여전히 너무 많다. 그러나 나는 아쉬움이나 불 편이 없다. 지금 먹는 것만으로도 너무 나 충분하다.

부산에선 갈칫국도 끓여 먹고, 고등어로
국을 끓여 먹는 사람들도 있었고 우리
집에서도 엄마가 끓였었다. 그런데 나는
냄새조차 맡지 못해서 함께 밥을 먹지
못할 정도였으니, 엄마가 얼마나 속상했
을지 지금은 너무나 잘 알겠다. 굴비,
오징어, 말린대구,명태,납새미 외의 다 른 생선을 먹지 못 했다. 꽁치가 가장 흔했는데, 저녁마다 집집에서 꽁치 굽는 냄새가 골목길에 머물러 황혼빛에 어우 러졌다. 그 냄새가 그렇게 좋았다. 그런데 정작 먹질 못했다. 붕장어며, 장어 굽는 냄새는 또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몸에서 거부하는 것을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정말 간곡하게 회를 먹어 보기를 권하며 쌈을 싸서 내밀어서 거절 하지 못 하고 입에 넣어 우물거리다가 결국 토한 일도 있었다. 내 의지나 노 력으로 되는 일이 아님을 나는 알고 있 는데 주변의 사람들이 포기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 먹어 보면 먹게 된다고 하는데 아니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가 못 먹는 것을 가지고 나보다 더 안
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전 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이해해주지 않는 것이 내겐 더 부담이다. 나는 어느 누구라도 못 먹는 음식이 있는 것을 공 감하고 이해한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 는 오이를 끔찍해하는 지인이 있는데, 나는 그녀에게 농담으로라도 오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우리 모두 그러지 않을까? 이 세상의 어떤 것이라도 먹을 수 있다는 사람들도 있으나, 제한된 음 식 외엔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이유는 갖가지이겠으나 모두 존중되어 야 한다. 아픈 탓도 있지만 갈수록 고기 와 비린 것이 더 싫어지는 것에 대해 많 은 생각을 하게 된다. 풀만 먹고 산들 어떠랴? 세상의 모든 곡물과 과일과 나 물이 다 맛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 지 않을까? 묵은지를 씻어서 들기름만 넣어서 푹 졸이고, 오이지 무치고 옥수 수와 양배추,견과를 넣은 샐러드와 잡곡 밥을 지어 저녁을 천천히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행복하다. 내가 먹을 것은 이 정도면 충분하고 고맙다.

염경희 2022-02-18 23:51	존경하는 작가님! 작가님 서재에 들러 추억의 음식들 많이 맛보고 갑니다 지금은 채소종류의 음식이 최고 밥상이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단백질을 필요로 한답니다 우리 몸이~~ 건강식 고루 챙기시어 건강한 삶이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아버지의 자전차

수수께끼 놀이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