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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1-24 15:03
ㆍIP: 58.xxx.42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권영심 ( 2022 , 1 , 24 )

자비,봉사,베품...이런 단어들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계절이 추운 겨울이라는 것은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듯 하다.
자신에게 와 닿는싸늘한 겨울 바람이  타인을 돌아보게 하는지도 모른다.
더우기 우리 나라는 겨울과 연말이 함께
있어 베품의 지수가 추위를 녹인다.
유명인과, 있는 사람들의 통 큰 베품도
기분좋은 일이지만 우리 주위의 아주 작은 사람들,도움을 받아야하는 사람들 의 베품은 감동의 시너지를 더해준다.
오랜동안 함께 하는 작은 봉사단의 일원 인 김씨 할머니는 십 년이 넘은 시간 동안, 한 번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기지 않았고 언제나 웃음으로 사람들 을 대해 주었다.
나는 처음에 김씨 형님  (우리들은 서로 형님,아우님, 그렇게 호칭한다)이 싫고 이상했다.
어쩌면 사람이 그렇게, 한결같이 밝고 행복한 얼굴로 한마디의 불평도 하지 않고 봉사를 할수 있는지, 좀 수상한?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싫은 사람은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못된 습성이 있어 오랜동안 -가식덩어리 -같은 김씨 형님을 쳐다보지  않았다.

칠 년전 봄 날.
무료 합동 결혼식을 계획하는 긴 과정 에서 나는 두 명의 보조자를 데리고 웨딩플라워를 맡게 되었다.
결혼식 전 날, 식장에는 이미 오브제와 꽃들이 도착해 있었고 꽃을 본 순간부터 나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어느 꽃 상가에서 기증한 것인데 부피는 어마어마했으나 쓸수있는 꽃을 일일이 다 골라내야 했다.
그 양은 두 사람의 보조자가 시간내에 할수있는 분량이 아니었다.
하객 주빈에게 달아줄 코사지에서 신부 부케 18개.
단상의 사방화와  양 쪽의 오브제 데코 레이션. 신랑신부가 걸어오는 꽃 길 .
그 많은 장식과 만들기에 보조자는 그 일을 같이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적어도 꽃을 종류 별로 골라서 쓸수 있도록 다듬어 분류해주는 사람이 꼭
필요했다.
그 때 지원자가 왔는데 바로 김씨 형님 이었다.
나는 속으로-아..오늘 큰일났다..-왜냐하
면 꽃꽂이는 최고의 기쁨속에서 해야만 되는거라고 , 더구나 웨딩플라워는 만드 는사람의 마음이 행복해야 된다고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김씨 형님은 환하게 웃으며 일
을 시작했고, 나는 한 마디의 말도 없이 보조자에게만 지시를 하고 이것 저것 설치하기에만 마음을 쏟았다.
오브제만 제대로 설치해도 반 일을 했다
고 할수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시든 꽃과 싱싱한 꽃은 구별하겠 지..그런 마음으로, 가끔 고까운 눈으로 김씨 형님을 바라보았는데 ..이 형님의 꽃을 다루는 손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신문을 바닥에 깔고 꽃을 종류별로 놓는 데  그렇게 정성스러울 수가 없었다.
가령 장미 한 가지를 그냥 놓는 것이 아니라 ,시들어보이는 꽃잎을 일일이 따 내고 가시를 떼어낸 뒤 잎까지 한 두개 남기고 놓는, 그러니까 작업하는 나는 가지 길이만 쓸 만큼 잘라내면 되겠끔
그렇게 하고 있었다.
늦어 보이는 것 같지만 그렇게 해주면 작업하기가 얼마나 수월한지 모른다.
몸피가 작은 사람인데, 쓰레기까지 가위 로 다 잘라서 봉투에 넣어가며 일을 하 는 그 모습을 보는 내 마음속에 충만한 기쁨과 감사와 뉘우침이 회오리바람 처럼 몰아쳤다.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치고 절대 나쁜 사람이 없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더구나 힘든 일, 표시도 안나는 일을 다 른 사람의 손이 두 번 가지않도록 해내 는 사람은 진솔한 인간이라는 것도 경험 으로 알고있는 나에게  김씨형님의 일하 는 모습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좋은 기운은 일을 흥겹게 만들었고 많이 버려야 될 것 같은 꽃들은, 김씨 형님의 섬세한 손 끝에서 새로 태어나서 모든 장식을 끝내고도 많이 남아서  식장의 입구까지도 화려하게 치장할 수 있었다.
그 후 김씨형님과 나는 사대가 맞는 짝꿍이 되었고 그 형님의 사연도 알게 되었다.
간병인의 직업을 가지고 요양원에 있는 아들을 돌보며 혼자 살아가는, 정말 기구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었다.
남편을 일찍 보내고 아들과 홀로 살다가 교통사고로 아들은 전신마비가 된 채로 십 수년.
어떤 행복도 김씨형님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형님은 행복하단다.
건강해서 행복하고 자신을 알아봐 주는 아들이 있어 행복하고 한 달에 두 번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일을 할수있어 행복하고...

그리고 이 형님이 매년 연말마다 백만원 씩 우리 단체에 기부한다는 사실을 나는 작년에 알게 되었다.
대체 이런 삶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하느님은 가끔 천사를 지상에 보내신다 고 한다.
세상이 너무 악해지지 않기 위해.
그래도 세상을 밝혀주는 빛이 있음을
깨닫기를 바라면서 천사는 우리들 가운
데 있다고 한다.
내일도 우리는 만나 수다를 떨며 몇  시간-김씨형님의말에 의하면 -가장 행복
한 시간-을보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기도한다.
주님.자비를 베푸소서...
그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그녀에게 합당한 자비를.
그런데 나의 기도는 벌써 이루어진 것 같다.
그녀는 진심으로 너무나 행복해 보이니
말이다.
이름아이콘 염규식
2022-01-30 00:31
회원사진 		저녁에 작가님의 섬세한 글과 감동어린 작품으로
편한 잠을 잘 수 있겠습니다 작가님 수고많으셨어요-
설 명절 행복하시구요 다복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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