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1-28 16:19

ㆍIP: 58.xxx.42

기적시리즈

-기적 - 10-3

권영심

타고난 미모도 있었지만 한 남자의 사랑 과 그가 해주는 모든 것으로, 눈부시게 피어난 언니가 그 남자와 우리 시장에 나타났을 때의 일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처음에 언니를 몰라 보았습니다.
-오메! 영화배운갑다,영화 찍는게비다 !-
-그란데 와 마리야 아버지랑 같이 있노?-
나는 마치 친언니이기라도 하듯 너무나 자랑스럽게 ㅅㅁ언니임을 말했지요.
울아버지와 그 남자가 언니를 철통같이 보호했고 새엄마는 어리벙벙하게 인사 를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무어라고 떠들어대려는 그녀 앞에 각서를 내밀었습니다.
ㅅㅁ이를 딸로 인정 안하고 차후의 어떠 한 일에도 어머니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뭐 그런 내용의 각서였습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다리를 약간 절었으나 언니의 모습은 시장을 훤히 밝힐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언니는 간결한 인사만 마치고 그 남자와 돌아갔고 ,새엄마는 우리 아버지에게 딸 을 빼돌렸다고 미친듯이 난리치고 대들었습니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의 엄청난 욕설과 독설만 여러바가지 뒤집어 쓰고 집으로 쫒겨 갔습니다.

언니는 유월의 신부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그토록 아름다운 신부는 본 적이 없지 싶습니다.
울아버지가 신부 아버지를 대신했습 니다.
울아버지의 품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던 언니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지요.
울아버지의 엄명으로 새엄마는 예식장 에 오지도 못했습니다.
언니의 신랑은 국제시장에서 알아주는 상인이었고, 돈을 가마니로 쓸어 담는다 는 말을 듣는 사람이랍니다.
용두산 공원 뒷길의 고풍스런 신혼집은 풍경 자체가 예술 이었습니다.
나는 그림그리러 그 곳에 많이 갔고, 그 때 마다 언니의 환대는 지극했습니다.
신랑은 언니를 절대로 가게에 불러내지 않았고 마치 공주를 보호하는 기사처럼 그렇게 사랑하는 모습이 지금도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사랑받기 위해 그랬을까요?
언니는 겨울에 이미 배가 불러와서 신랑 은 마치 신부를 앙꼬빵 만지듯이 아까워 했습니다.
ㅎㅎ 무슨 말이냐구요?
옛날 앙꼬빵은 단팥빵을 말하는 것인데, 피를 얼마나 얇게 만드는지 그 안에 팥 앙금을 가득 채워 구워내면 잘못 만지면 터졌습니다.
그래서 신랑이 신부를 아끼는 것을 보면 어른들이 -아이고 ! 앙꼬빵 만지는 것맨 끼로 아끼는구마 -그랬답니다.

그런데 새엄마는 결국 잡화점도 유지 못 하고 망해먹고 도망가다시피 시장을 야밤도주해서 떠났습니다.
그 소식을 전하자 언니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입술만 깨물었습니다 .
그런 후 반 년도 못되어 세 동생들이 우리집을 찾아 왔습니다.
엄마가 행방불명.괴정의 하꼬방에서 어쩔줄 모르다가 울아버지를 찾아 온 것이었습니다.
완전 거지의 행색으로 그 먼 곳에서 우리 시장까지 굶으면서 걸어 왔다고 하
는 세 아이를 보고 모두들 말을 잃었습
니다.언니를 한 번만 보게 해달라는 애 원에 모두들 안된다고 했으나 아버지는
-니가 가서 말해주라우.그러나 ㅅㅁ이가 안 본다면 어쩔수 없는 거이야 -
나는 전령사로 언니를 찾아 갔습니다.
동생들이 우리집에 찾아 왔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언니는 한 마디의 말도 없이 손가방을 챙겨 들더니 바삐 길을
나섰습니다.
그즈음 언니는 운전을 배워 차를 가지고 있었고 우리는 집으로 갔습니다.
그들의 상봉을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우리집에서 밥을 먹고 가게방에서 널부 러져 자고있던 세 아이들은, 이름을 부르며 방으로 들어오는 언니를 보고 울음보를 터트렸습니다.
언니는 두 팔을 벌려 그 아이들을 끌어 안았습니다.
마치 엄마가 자식들을 안듯이...한 명씩 이름을 부르며 얼굴을 어루만지고 등을 두드리며- 우리 집에 가자,이제 우리 집 에서 살자.엄마가 제 갈길을 갔으니, 너희들은 내 꺼야-그렇게 아이들은 언니의 자동차를 타고 사람들의 환송을 받으며 시장을 떠났습니다.

신랑이 내쫒으면 어떡하냐는 우리의 걱정에 아버지는 웃었습니다.
결혼하기 전 이미 약속이 되어있던 일 이라고 말하면서 -그래도 저렇게 떠안을 줄은 몰랐지비...천심이야,암.천심이고 말고!-그렇게 흐믓하게 웃었답니다.
이제 이야기의 끝이 다 되어 갑니다.
ㅅㅁ언니가 자식같이 떠맡은 세 동생은 참 훌륭하게 성장 했습니다.
여덞 살 때 부터 업어 키운 큰 동생은 사관학교에 들어가 장교로 임관했고, 둘째 여동생은 수녀가 되었습니다.
엄마의 죄를 평생 대신 빌겠다면서 그렇 게 말렸는데도, 기어이 봉쇄 수도원에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막내 남동생은 매형을 도와 어엿한 상인 으로 성장했고 언니는 다섯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 새엄마는 행방불명 이었는데 어느날 행려병자로 사망해서 소식이 왔습니다.

ㅅㅁ언니는 정성껏 장례를 치루었고 매년 아버지의 기일에 친 엄마와 함께 제사를 모신답니다
자기를 낳은 생모와 ,그 모진 학대를 받은 새엄마의 제사를 함께 모시며 행복 하다는 언니...울아버지 말대로 천심은 하늘도 감복시키나 봅니다.
울아버지가 돌아가신 소식을 받고 뛰어 온 언니의 통곡은 세 딸의 울음보다 절절하고 길었습니다.
딸은 멍하니 서 있는데 언니는 너무나
울고 또 울어서 신랑이 결국 업어서
데려 갔는데 며칠 동안 그렇게 앓았다는
소식을 뒤에 들었습니다.
울아버지의 산소에 아마 딸인 나보다도
많이 찾아 갔을 겁니다.
심중에 간직한 심지가 꺼지지 않고 천심
으로 타오르면 반드시 복을 받는다는
사실을 나는 믿습니다.
나는 언니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어
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야 했을 때 언니
는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의 공덕으로 내가 너무나
염치없는 사람이 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 스스로 인연을 끊었습니다.
그러나 ㅅㅁ언니는 언제나 내 기도중에
있습니다.

아까징끼만 바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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