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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1-31 16:51
ㆍIP: 58.xxx.42
그 옛날의 단대목
그 옛날의 단대목

         권영심 ( 2022 , 1 , 31 )

명절 앞 약 보름 정도를 대목이라고 했 고 상인들은 그 준비에 전력을 다했다.
추석과 설날의 대목은 굉장했었고 시장
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번잡했
다.명절 앞 이삼일동안을 특별히 단대목
이라고 했고 그 단대목 동안은 정말이지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한 달 전부터 물
건을 사들여서 방방마다 가득 차는 것도
모자라서 가게 앞에도 산처럼 쌓였다.
옷가게가 그렇게 잘 되었던 것은 설빔의
개념이 남아있었고 서민들의 선물이 양
말,내복, 버선 등이어서 그랬었다.
가게를 빙 둘러서 알전구를 밝히고 나를
비롯한 동생들도 구석구석에 서서 물건
을 지켰다. 그럴 수 밖에 없었고 우리들
은 당연히 그래야하는 줄 알았다.
돈통에 돈이 넘치면 아버지는 방에 들어
가서 케비넷 안에 있는 포대에 쏟아 붓
고 나왔다. 어쩌면 그렇게 많은 손님들 이 왔을까? 우리들은 튀김이나 호떡,국 수 등 시장 음식으로 식사를 대신했고 남동생조차도 투정부리지 않았다.
단대목의 절정은 명절 바로 전 날이었고
엄마는 다른 일로 더 바빴다. 다른 집처 럼 음식을 만드는 것은 불가했지만 명절
동안 먹을 식재료는 사놓아야 했다.

지금처럼 마트나 수퍼가 있지도 않았고
명절이 되는 아침부터 시장은 철시하고
식당들도 전부 문을 닫았다. 음식 재료 라도 사놓지 않으면 맨 밥만 먹어야할 판이었다 .엄마는 고기며 생선이며 여러 가지 재료들을 엄청나게 사들였고 우리 는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다른 집들은 명절 아침에 제삿상으로,
또는 명절상으로 맛있게 먹었겠지만 우
리집의 명절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방안 가득 돈을 쏟아 놓고 돈
정리를 했고,그렇게 해야 도매상의 물건
값을 줄 수 있었다. 집에 식모가 있었을
때도 많았지만 정지언니조차 음식을 못
하고 엄마와 함께 가게에서 물건을 팔아
야 했다. 명절 새벽부터, 미처 선물이나
빔을 장만하지 못한 상인들과 사람들이
오전내내 물건을 사러 와서, 그 복잡함 이 말도 못 했다. 다른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아서 우리집만 장사를 했고 그것은 엄마가 쓰러질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매일 새벽에 문을 열고 명절 오전에 문 을 여는 것은 엄마만의 장사 전략이었 다.오후 한 두시에 가게 문을 닫고 엄마 는 그 때부터 음식 장만을 했다.
도매 상인들이 찾아오는 것은 오후 느지 막이었는데 손에 손에 선물을 들었다.

아버지가 맞이했는데 도매상인들은 과 일,청주,설탕,고기등을 두세가지 들고 왔다 .누구든지 두 가지 이상의 품목이 었는데 설탕은 꼭 끼여 있었다. 명절에 받은 설탕 포대가 창고방에 항상 쟁여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엄마 의 선물이었다. 아무리 좋은 소고기나 과일을 짝으로 가져와도 설탕이 빠지면 엄마가 싫어했기에 도매상인들은 두 가 지를 들고 올 수 밖에 없었다. 명절 대목 에 팔았던 모든 물건값을,그렇게 지불 하는 것이 관례였는지 모르지만 서로 기 분좋은 거래를 마치고 크게 웃는 아버지 를 보는 것이 행복하기도 했었다.
그 많던 물건들이 매대가 휑할 정도로 다 없어졌으니 얼마나 장사가 잘 되었는 지를 짐작할 수 있다 .추석은 일주일 정도 문을 닫은 것 같은데, 설명절은  보름이 지날 때까지 문을 닫고 쉬었다 .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는 무조건 쉬
었고 그동안 여러 곳을 다녀오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과 온갖 놀이를 하면서 놀았
다.그렇게 놀고 나서 또 생업에 열심을
다했다.

세월이 흘러 명절도 사라지고 대목도 사
라지고 철시도 사라지고 놀이도 사라졌
다. 시장 안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왕래를 하지만 예전의 명절 대목에 비하
면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명
절의 판매 품목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 명절에 가장 한가했던 집은 반찬
집이었다. 제사를 지내지 않거나 아주 가난한 사람들이 명절 동안 먹을 찬을 조금 살 뿐, 반찬집은 대목이 없는 가게
였다. 아무리 조촐하게 제삿상을 차리는
집이어도 타인의 손으로 만든 음식은 절
대로 올리지 않았었다. 북어나 과일, 과
자 정도만 구입할 뿐, 전부 재료를 사서
만들어서 올렸다. 귀신은 기름 냄새를
맡고 찾아오기에 집집마다 배추전을 굽
더라도 기름냄새를 푸지게도 풍겼다.
그러나 오늘날 시장에서 가장 바쁜 집이
반찬 가게이다. 삼색 나물부터 각종 구 이며 전까지, 전부 사서 메와 탕만 만들
면 되게 되어있다. 줄을 선 집들은 찬
가게 뿐이었다.

삼색나물과 전, 잡채, 산적, 만두. 식혜. 갈비찜, 생선찜,튀김까지 돈을 내고 사기만 하면 되는데, 그중 전은 계속 부쳐내고 있었다.갈대자리를 넓게 깔고 두 여자가 계속 부쳐내는데 값이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도 포장하기가 바쁘게 사가지고 갔다.전을 부치기가 그렇게 힘 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쓸쓸하기 이를 데 없다.이제 모든 음식을 사 먹는 시대가 왔으니 조상님들도 시속을 따라 야할 것이다.나는 몇 년 전만 해도 전을 그렇게 많이 부쳤다 .아홉가지 전을 한 접시 씩만 부쳐도몇 채반이 되었다. 아들은 전을 좋아 해서 명절이 지나서도 먹었고 그래도 남는 것은 얼큰하게 전찌게를 끓여 먹었다.잡채도 남은 것은 밥과 함께 매콤하게 볶아서 먹고, 명절 음식으로 일주일은 너끈하게 잘 보낸다.
대목이 없어지고 손님이 없는 옷가게를
보는 마음이 남다른 것은, 어릴 때의 기 억 때문일 것이다 .생태적인 문화 풍속 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사라지는 나 라가 우리나라라고 한다.
그것이 좋은 일일까?
이름아이콘 염규식
2022-01-31 22:08
회원사진 		아직 작가님 연배는 차례상은 직접하고있는줄압니다
긴- 작품 갑사히 배독하고갑니다 -설명절 다복하시구요
즐건 설날 되십시요 -수고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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