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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2-03 17:18
ㆍIP: 58.xxx.42
남는음식,버리는 음식
남은 음식 ,버리는 음식

         권영심 ( 2022 , 2 , 3 )

요즘 성업중인 업종이 있는데 제삿상 차
림을 대신 해주는 곳이다.
돈에 맞추어 상까지 준비해서 가져 오는 데, 요즘은 더 나아가서 그 음식까지 되
가져 간다고 한다. 식구가 없기도 하고 또 제사 음식을 먹지 않기에 가져가 달
라고 미리 부탁한단다. 놀라운 시대라고
해야 할까 ? 아니면 음식물쓰레기 값이
몇 조원이 넘는 우리나라의 당연한 풍속
도라고 해야 할까?  예전에 제사 음식은
가장 귀하고 좋은 것들의 집합체였고, 한 오라기도 버리지 않았다. 빈부를 떠 나서  소중하게 장만한 설 음식이나 제 사 음식은 어떻게든 먹었다. 추석음식은 쉬기도 했으나 그래도 버리지 않았다. 전은 다시 구워서 먹고 그래도 남으면 고춧가루를 넣어 찌게를 끓여 먹고 말리 기도 했다.소쿠리에 떡이며 전을 담아 바람과 햇빛에 말려서 먹었다. 나물은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었고, 약간 쉰 듯한 느이 들었으나 아무도 탓 하지 않았다.그렇게 먹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으니까.

개수대에 나오는 것은 밥풀 하나도 드물
었고 생선대가리도 깨끗이 발라 먹었다.
누이가 남긴 밥을 동생이 먹었고 아버지
나 손님이 남긴 찬도 다 먹었다. 그것으 로 인해 탈이 났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더우기 제사 음식을 버린다는 것 은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었다.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반쯤 마른 정구지전을 들고 맛나게 먹었고, 오징어산적을 찢어 먹는 아이 옆에서 얻어 먹기도 했었다. 종구라기에 밥과 전 쪼가리와 나물을 넣 고 마구 비벼서 숟갈 하나씩 넣고 먹어 도 밥톨 하나 남기지 않았다 .엄마는 특히 그렇게 비벼 먹는 것을 좋아했는데 보름이 지나면 많이 남는 묵은 나물과 오곡밥도 비벼서 시장 사람들과 같이 먹었다.추석, 설날, 보름, 중에 엄마가 마 음먹고 음식을 제 때 해내는 날이 보름 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엄마는 무슨 마음인지 보름 음식은 원도 한도 없이 만들었다. 오곡밥을 밤새도록 몇 솥이나 쪄내고 묵은 나물을 볶았다.

나누어주고, 먹고, 그래도 많이 남았으 나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큰 양푼 이에 밥과 나물을 비벼서 가게로 가지고 나오면 사람들이 모여서 다 먹고 여기저 기서 음식들을 들고 나와서 매일이 잔칫 집이었다. 남은 음식이란 말 자체가 없 없 시절이었다. 뭐든지 풍족한 음식은 잔칫마당을 만들었고 거기서도 남으면 누군가가 그릇에 담아가지고 갔다 . 음식을 버리는 것을 큰 죄로 여기던 시 절이었고,음식물에 쓰레기란 명칭이 붙 을 줄 상상조차 못 하던 그 때였다. 집에서 키우는 개밥을 주기 위해 가족들 은 한 숟갈의 밥을 남겼고 그 밥을 먹는 개나 고양이는 진정한 의미의 식구였다.
남동생은 몸이 약한 데다가, 먹는 것에 까탈이 심해 엄마의 애간장을 녹였다.
그 남동생조차도 먹다가 남긴 밥을 버리
지 않았는데 그 때의 아이들은 누구나 다 그랬었다.

요즘의 모든 음식은 남기게 되고,버리는 음식물은 쓰레기가 된다. 천하의 세프가 만든 음식이어도 그 자리에서 남는 것은 가차없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코비드 때문에 오고감이 불편해도 시골 을 찾아가는 가족들이 그래도 많이 있다. 시골집을 지키는 어머니들은 구세 대의 마지막 사람들이고 신세대의 며느 리들은 싸주는 음식들이 너무나 싫다. 돌아오는 길의 휴게소에서 보따리채로 버리고 가는 일이 잦다고 한다. 아파트 경비실 입구에 버리고 가는 예도 있어서 집에 가져와서 잘 먹는다고 헛헛하게 웃는 지인도 있다.아예 들어올 때 차에 서 꺼내주면서 해결해 달라고 하는 새댁 도 있었는데 집에 가져와서 열어보니, 참기름,들기름에 김치,고추부각, 깻잎 장아찌까지 있더란다.다음날 그 새댁에 게 말했더니 시골 음식은 안 먹는다고 손사레를 쳐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고 했다.

참기름 들기름까지 안 먹는다는 것은 집
에서 음식을 전혀 안 해먹는다는 말이니
시집간 딸이 그럴까봐 너무 걱정이 되더
라면서 표정이 굳어졌다. 신세대 부부는
사 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그것이 당연한 추세이니 이제 뭐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남의 일이라도 이렇게
씁쓸한 것은 우리 세대에게 음식이란 아
직도 먹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기에 그렇다.좀 더 윗 세대에게 명절 음식은 가족과도 같은 개념이고 명줄로 이어지 는 더없이 소중한 것이다 .음식을 여투
어 준다는 것은 자신의 명줄을 떼어 자
식에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어미의 간절
함이라는 것을 모른다.시골집에서 명절
을 보내고 돌아오면서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보따리를 보면서 내 집 일 처럼 좋
아하던 아지매들의 목소리가 귀에 선하
다. 기차 타고 버스 타고 걸어오던 그 시
절에, 머리에 ,손에 손에 들고 이고 오면
서도 환하게 웃던 모습들은 이제 다시는
못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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