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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1-27 18:20
ㆍIP: 58.xxx.42
기적시리즈
-기적 -        -10-2  -

     권영심

그런 말을 하는 ㅅㅁ언니를, 울아버지는 얼마나 기특하게 여겼는지 모릅니다.
-두고보라마,저 아이는 반드시 복을 받을끼야.어려운 사람이 오면 쌀되박을 후하게 되어주고 언제나 웃지 않네?
어찌 복을 받지 않캈네?-
그랬습니다.
그 시절은 쌀됫박쌀을 매일 사다 먹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ㅅㅁ언니의 됫질은 언제나 후해서 소문이 났었지요.
그 일로 치도곤을 당해도 여전히 변하지 않고 그랬습니다.
ㅅㅁ언니의 나이 스물이 되었을때, 그 집은 싸전을 경매당하고 잡화점만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싸전과 함께 붙어있던 집과  땅을 몽땅 날린 것이지요.
새엄마는 가게고 집이고 ㅅㅁ언니에게 맡겨 놓고 그 시절에 유행한 춤바람이 났었던 겁니다.
도깨비같이 화장을 하고 나가던 새엄마 를 보고 동네 사람들이 혀를 찬지 오래 되었었습니다.
카바레에서 제비를 만났고 뻔한 수순대 로 홀라당 털린 것이지요.

좁은 잡화점의 창고방 두 개로 옮긴 새 엄마는 정신을 차린듯 보였습니다.
정말 웃기게도 혼자 술을 마시고,ㅅㅁ 언니에게 -야! 이 년아! 니년이 재수가 없어 이리 되었는기라!니는 절대 시집 몬간다!니 동생들 다 공부 시키고 시집 장가 다 보내고 해야 된다.평생 내 종으 로 살아도 니 죄는 못갚는기라 -
세상에...이 세상에는 그런 기가 막힌 인종도 있다는 것을 그 때 알았습니다.
그저 묵묵히, 때리면 맞고 그 욕설을 다 듣고 있는 언니를 보고 동네 사람들이 펄펄 뛰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어릴 때 부터 그렇게 커서 이제 는 바보가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ㅅㅁ언니가 얼마나 슬기롭 고 바른 사람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도울 방법이 없어 그저 안타까울 뿐이 었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것은 어느 해 추운 겨울 이었지요.
큰 시장으로 물건을 하러 갔던 언니가, 무거운 물건을 머리에 이고 빙판길을 건너다가 자동차에 치인 것입니다.
언니는 크게 다쳤습니다.
처음에 차주에게 그악스럽게 대들어서 보상금을 받으려던 새엄마는 ,언니의 잘못이 커서 잘못하면 병원비도 못받을 수 있다는 경찰관의 말에 두 번 다시는 병원 근처에 가지 않았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자동차의 잘못은 아니라 고 병원에서 언니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발 밑이 미끄럽고 너무 힘들고 어지러워 서 쓰러진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언니 의 얼굴은 오히려 평온해 보였습니다.
갈비뼈와 오른쪽 다리가 대퇴부부터 부러지고 ,그외 여러 곳을 다친 언니는 최소한 병원에 반 년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언니가 울아버지를 대리인으로 부탁했 기 때문에 아버지는 병원과 경찰서를 왔다갔다해야 했습니다.

-난 모립니더.아저씨가 나섰으니 알아서 하이소! 난 한 푼도 치료비를 못냅니더.
그 년이 뱅신이 된다카이 인자는 우리 집에도 모립니더!아저씨가 시집을 보내 든지 팔아 먹던지 알아서 하이소!-
우리집에 쳐들어와 소리지르는 새엄마 에게 아버지는 무슨 각서를 받아 내었습 니다.
나중에 아버지가 말씀하셨지요.
-만약에 치료비를 물어내라면 다 물어 내고 ㅅㅁ이를 시집 보낼려고 했다.
상처를 했으나 아주 좋은 사람이 있었 거든 -아버지는 그런 마음까지 먹었었나 봅니다.
그러나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나는 자주 병원엘 찾아 갔는데 언제부터 인가 병실이 일인실로 바뀌어져 있었습 니다.
참 예뻤지만 ,모진 고생에 시든 장미같 았던 언니의 얼굴이 놀랍게 달라지고 튼 상처로 가득했던 두 손이  희어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왠지 자꾸 웃으며
-암  복을 받구 말구...복을 받는기야 -
알수없는 중얼거림을 했지요.

그 남자를 본 것은 명절이 지난 즈음의 오후였습니다.
병실 안에 들어가자 웬 남자와 언니가 함께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크게 웃었 습니다.
긴 머리를 뒤로 가지런히 묶고 앉아있는 언니의 웃는 얼굴은 너무나 어여뻐서 내가 놀랄 지경 이었지요.
의자에 앉아있던 남자가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잘생기진 않았으나 듬직한 체격과 함께 아주 보기좋은 모습 이었습니다.
그는 나를 반기면서 의자에 앉으라고 하고 탁자 위에 있던 바나나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일이 있다고 나갔지요.
그를 바라보는 언니의 얼굴은 발그레 물들어서 마치 한 송이 도화꽃 같았습 니다.
-저 사람이 나를 치었어.그리고...내가 나으면 결혼하잔다.내가 국민학교 밖에 못나온 것도,어떻게 살았는지도 다 알아
마리야.나 너무 행복해.
일을 하지 않고 이렇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나 그동안... 참 힘들었나봐.
아저씨(울아버지 )가 다 알아 보셨어.
비록 부모님은 안 계시고 나이도 나보다 열세살이 위지만 국제시장에서 자수성 가한 아주 좋은 사람이래.
나 결혼할꺼야 -
오늘도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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