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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1-25 16:27
ㆍIP: 58.xxx.42
우리 집엔 셋방살이 요정이 사나 보다
우리집엔 셋방살이 요정이 사나 보다

        권영심 (2022 , 1 , 25 )

어렸을 때 부터 책읽기를 무척 좋아했 는데 글자는 무조건 읽었다.내 수준에 맞고 안맞고는 상관 없이 책은 무조건 보는대로 읽었다.그 중에는 만화도 포 함되어 있었다.어른들은 만화책을 읽는 것은 무조건 싫어했는데 아버지는 달랐 다.단, 만화방에는 가지 말라고 했고 빌 려 와서 읽도록 했다.그 때는 만화 대여 가 없었다는 것을 커서 알았고, 내가 만 화책을 수 십권씩 빌려 와서 읽을 수 있 었던 것은 아버지 덕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만화 작가들의 이름은 다 까먹었 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해로 운 내용은 거의 없었음을 기억한다.
전설의 고향 비슷하게 공포 만화를 그린 작가가 있었는데 그 그림은 한국화 수준 이었다.한 컷 한 컷이 마치 수묵화같았 다.암튼 수없는 만화를 섭렵했는데 나와 성이 같은 권★★ 작가의 작품중에 -셋방살이 요정-이란 만화가 있었다.

이 제목이 확실한지 모르겠으나 셋방살 이 요정이란 이름이 들어간 것은 분명 했다 .권작가는 순정만화 전문이었는데 캔디 수준의 그림에 내용들이 참 재미있 었다.셋방살이 요정은 옴니버스 형식으 로 계속 이어졌던 것 같다.각 집 마다에 는 우리가 알수없는 비밀스러운 공간이 있는데, 그 곳에서는 셋방살이 요정 가 족이 살고 있다는 내용.요정들은 식구들 이 없을 때, 잘 때, 온 집안을 조용히 돌 아다니며 자신들에게 필요한 물건들과 일상품, 그리고 식량을 아주 조금씩 가 져갔다.그리고 빌려쓰는 것은 반드시, 소용이 끝난 다음에 그 자리에 얌전히 돌려주었다.그것이 셋방살이 요정들이 인간들의 집에서 살아갈수 있는 규칙이 었다.

내용들이 단편적으로 기억나긴 하지만
까마득하게 잊고 있다가 셋방살이 요정 을 기억해낸 것은 이십여년 전이었다.
분명히 그 자리에 물건을 두었는데 깜쪽 같이 사라지는 일을 가끔 겪곤 했는데, 어느날 나도 모르게 -셋방살이 요정들이 가져갔나?왜 없지? - 이렇게 중얼거리 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뒤이어 밀려 오는 온갖 그리운 감정들... 아버지에 대한 미어지는 듯한 보고픔과 어린 날의 무지개 같은 추억 들.. 나는 오랜 동안 그리움에 사무쳐 소리없이 울었다.그 뒤 셋방살이 요정은 내 마음 속의 친구로 살아나 오늘까지도 살아있다.꼭 있어야할 물건이 안보이면, 아무리 찾아도 없으면 -셋방살이 요정아
잘 쓰고 돌려줘 꼭  - ㅎㅎㅎ 누가 보면 정신병원에 데려갈지도 모르는 말을 혼자 하고는 한다.

그런데... 신기하기도 하지!
그렇게 말하고 잊고 있으면 어느날 뜻밖 에 그 물건이 엉뚱한 곳에 있었다.
그러면 나는 또 - 요정들아  고마워.다음 에도 빌려가면 잘 쓰고 돌려줘-  이렇게 속삭인다.오늘 새벽에 가게를 마치고 집으로 와서 물건 정리도 할겸, 무언가 를 찾는 작업을 했다.앞 베란다가 공간 이 꽤 넓어서 창고 대용으로 쓰고 있는 데 대부분이 꽃꽂이 용품들이다.바구니
에서 플라워 철사까지 모두 그 곳에 있다.얼마 전에 어린이날 사탕 부케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사오면서 각색 리본 을 많이 사왔다.
보통 테이프로 만들지만, 이것은 완제품 인데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두 줄 을 당기면 순식간에 예쁜 리본이 되는 것이었다.
봉투 하나에 오 십개 씩, 총 15개를 구입 해서 쓸 것만 빼고 나머지는 잘(?) 놓아 두었다.

사탕 부케를 만들다가 실패하는 것도 있 어서 리본이 좀 부족하기에 며칠 전에 찾았는데 없었다.나는 약간의 편집증 비스무리한 성격이 있어, 정리 정돈은  좀 하는 편이어서 다른 곳에 놓아 둘 리 가 없었다.찾지 못해서 모자라는 것은 일반 테이프로 리본을 만들었고, 오늘 마음먹고 수색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없었다.그렇다면 이것은 셋방 살이 요정의 소행이다!그 많은 리본들이 왜 필요했을까?요정들도 모여서 잔치를 했나?찾기를 그만두고 나는 또 조그맣 게 속삭였다. -셋방살이 요정들아, 잘 쓰고 돌려줘  꼭  꼭!-리본은 어느날,분 명 나타날 것이다.제 자리를 잊어 먹고 엉뚱한 곳에 두는 것이 그들의 특기지만 분명 돌려주기는 할 것이다.
그럴 것을 믿는다 ㅎㅎㅎ.
이름아이콘 염규식
2022-01-30 00:34
회원사진 		네--저도 ㅎㅎㅎ 입니다
셋방살이 요정이 작가님 보고 되려 웃고 있습니다 --ㅋㅋ
수고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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