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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2-12 15:18
ㆍIP: 58.xxx.42
기도의 힘
#권영심의글
기도의 힘

        권영심 ( 2022 , 2 , 12 )

삼 십여년 전에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처음엔 믿지 않았었다.
분명히 뉴스에서 보는데도 저게 뭐지?
영화인가? 서로서로 자신들이 본 것이
실제의 일인지 확인하고 묻고 그랬었다.
시간이 흐르고 붕괴 현장의 참혹함과
그 많은 사상자,실종자들을 매일 보면서
제발 한 사람이라도 더 살아나기를 간절
히 빌었었다. 그 때 살아난 사람의 이야
기 하나를 알고 있다. 예전에 그 이야기 를 들었을 때는 그런 일도 있구나 감탄
하는 정도였다.그러나 새삼 그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우리는 누구의 무슨 힘으로
살아가는 가를 깊이 생각해 보았다.
그는 고교 때 부터 서울에서 혼자 자취
를 하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곧 바로 삼풍백화점에 취직했다. 그가 그렇게 되
기까지 뒷바라지를 한 것은 시골의 홀어
머니였다.  남편이 남겨 놓은 얼마 안 되
는 논밭에 죽어라고 매달려, 외아들의
앞길을 열어 주었다.
글자 한 줄 모르는 어머니는 부처님을 믿었으나 초파일에도 남의 집 일하느라 초 한 자루 올리지 못 했다  .

그런 어머니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 년 내내 빠지지 않는 것은, 새벽에 일어
나 정화수를 떠서 장독대에 올리고 기도
하는 것이었다. 다른 것은 빌지 않고 오로지 아들이 험악한 서울에서 무사하
기를, 무병하기만을 빌었다.  출세하고
돈 많이 버는 기도는 아예 입에 담지
않았고, 그저 무사히 살아가기만을 빌고
기원했다고 한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
던 그 날, 아들은 그날따라 풀리지 않는
업무 때문에 지하의 서류보관실에서 씨
름하다가 사무실로 잠시 올라갔다.
사무실의 다른 직원이 시골의 어머니에
게서 여러번 전화가 왔다고 알려 주었
다.어머니가 사무실로 전화를 한 것은 처음이어서 놀란 아들은 시골로 전화를 걸었으나 어머니는 받지 않았다.  일이 급해 다시 지하로 가려는 찰나, 전화가 울려서 받았더니 어머니였다.  놀랍게도 어머니는 서울에 와 있었고 물어 물어서 아들의 직장 근처의 다방에서 공중전화 를 한 것이었다. 지금 바로 나오라는 어머니의 말에, 아들은 업무 한 가지만 마치고 갈 테니 다방에서 기다리라고 했단다.그러나 어머니는 울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지금 바로,제발 바로 와달라고 애원했다 .

그런 어머니의 전화는 처음이었기에 아 들은 모친의 신변에 큰일이 생겼다고 짐
작하고 바로 사무실을 뛰어 나갔다. 아들이 다방을 들어선 그 시각 삼풍백화
점이 무너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백화점 내부에선 오전부터 붕괴의 조짐이 있었
고 귀금속을 비롯한 비싼 물건들은 대피 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을 비롯한
일반 직원들은 전혀 모른체 업무에 열중
하고 있었으니,그는 모친의 부름이 아니
었으면 무너지는 백화점 안에서 죽었을
것이다.어머니는 다방에 들어와 앉는 아
들의 손을 쥐면서 오늘 절대로 어디 가
면 안 된다고 했단다. 엄마 옆을 절대로
떠나지 말고 꼭 붙어 있어야 한다면서, 그저 우는 어머니를 달래면서 아들은 영
문을 몰라 했다. 그러나 곧 백화점이 무너졌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고 어머니
의 부름이 아니었으면 자신이 죽었을 것
을 알았다.어머니와 아들은 서로를 부등
켜 안고 울면서 기가 막힌 뉴스를 들었 고 억장이 무너졌다.

어머니가 새벽에 기도를 하는데 그렇게
잠이 오더란다. 그 잠은 이길 수 없어서
그대로 쓰러져 잤는데 아들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어둠속에서 울면서 어머니를 그
렇게 부르고 있었다. 살려달라고 울부짖
으며 어머니를 부르는 목소리가 없어지
는 그 때 눈을 뜬 어머니는 누가 시킨 것
처럼 그 길로 집을 나서서 아들을 찾아 간 것이다.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
도 없이 그저 아들을 봐야 한다는 마음
뿐이었다는 어머니의 말에 아들은 울고
또 울었다.그리고 알았다.자신이 서울의
매몰찬 삶을 견디고 무사할 수 있었던
모든 것이 어머니의 기도 덕분이었음을.
자신을 도와주고 배려해주던 모든 사람
들 또한 어머니의 기도 덕분이었음을.
그는 그렇게 삼풍백화점의 붕괴를 피해
살았고 고향으로 내려가서 어머니의 곁
을 지키며 가족을 만들어 다복한 삶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
기도는 그런 것이다.바라고 원하고 달라
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삶의 길을 걸
어가게 해달라고 신에게 속삭이는 것이
기도이다.

매일 기도를 한다.  나는 어떤 것도 빌지
않고 다만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
며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라고 말한다.
앉으며 걸으며 잠들면서 언제 어디서나
기도하는 습관이 든 것은 오래 되었다.
어떤 부르짖음과 간구도 결국은 나의 미
련한 욕심임을 깨달은 순간부터 나의 기
도는 단 한 줄이 되었다.내 삶에 대한 신
의 자비, 내가 염려하는 그 누구에 대한
자비만 있으면 되는 것임을 알게 된 것
또한 신의 자비이다.무엇을 성취하고 얻
고 내게 주어지는 모든 것이 신의 자비
이다. 무신론이고 유신론이고 따지며 말
할 필요가 없다. 나 자신이 신임을 이미
우리는 긍정하고 있지 않은가?
나 자신을 긍정하고 자비로울 수 있는
것이 가장 옳은 기도임을 알기에 매일
매 시간 기도한다. 그리고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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