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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2-13 13:57
ㆍIP: 119.xxx.38
치유의 기도
치유의 기도

       권영심 ( 2022 , 2 , 13 )

오늘 수술받는 ㅇㄱㅅ에게 병을 이길
힘을 주십시오.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의
손에 치유의 성령이 함께 하시고 도와
주는 모든 의료진의 마음에 환자에 대한
연민과 치유의 확신으로 함께 하게
하소서.
지인이나 누군가가 수술을 받는다는 말
을 듣거나 가게 되면 나는 위와 같은 기
도를 되풀이 한다. 기적의 간구나 병의
완치를 빌어 본 적이 없다. 지금은 병문
안을 못 가지만 병실에 가서도 환자의
손을 잡고 나는 이렇게 기도한다.
내가 병원에 내원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하나 덧붙인다면 지금 병원에 있는 많은
환자들이 소망하는 치유의 기쁨을 허락
해 달라고 한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이 기도가 주는 위안의 힘은 참으로 놀랍 다. 나 스스로의 영혼까지 정화되면서 용기와 힘이 생성됨을 느낀다.
명의이거나 훌륭한 의사가 아니라, 지금
나를 진료하는 의사에게 치유의 성령이
임재하고 의사로서의 연민을 가지고 나
를 대해줄 것임을 믿게 된다.

몸과 마음이 아프고 힘들면서 세상의 빛
이 어두워 보일 때가 있다. 다른 곳은 환
한데 내가 있는 곳만 춥고 어둡다고 느 껴질 때가 살아가다 보면 많다.그 때가 치유의 기도가 필요한 시간이다.
누군가의 위로와 격려가 있으면 좋겠지 만, 그것이 없다고 해서 내가 내 자신을 위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고통의 눈 물이 내 심장을 채울 때, 나는 두 손을 모우고 진정으로 기도한다. 잠시나마 이 아픔을 치유할 성령을 보내 주십사 기도 한다. 이 기도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한 번 해보면 알게 된다. 내가 무엇을, 어떤 신을 믿는지 그런 것은 따질 필요가 없 다 .성령은 나의 심연에 존재하고,그것 을 이끌어내어 나의 언어로 속삭이며 간구하고 만나면 된다. 언제인가 지인의 병문안을 가서 기도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건너편의 환자가 우리를 집중 해서 보는 것을 느꼈다. 지인은 힘든 병 은 아니었으나 우울증까지 겹쳐서 나름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족에 대한 원망이 특히 많아서 그것이 병을 키웠다.

지인이 말하기를 지금 우리를 보고있는
환자가 교회의 권사인데, 믿음을 가지라
고 해서 힘들어 죽겠노라고 작게 속삭
였다.교회에 나가면 다 해결이 된다고
하면서 꽤 집요하게 권면을 하고있는 모
양이었다. 그런 차에 내가 와서 하는 이
야기가 그녀의 관심을 집중시킨 듯 했다.  교회에 가고싶으냐고 물었더니 지인은 강하게 거부했다. 차라리 절에 가서 조용히 명상하고 불경을 듣고싶은 마음은 있다고 했다. 나는 지인의 손을 잡고 그렇게 하라고 했다. 마음속 깊이 있는 길을 찾아 평안을 얻는 것은,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이며 종교의 허울 속에 갇히지 말라고 말했다. 절이든 교회이든 내가 바라는 신을 만나는 형식일 뿐이라 고 말하는데 뒤에서 큰 목소리가 울렸 다.듣자 듣자 하니 이단을 믿고 있다면 서, 권사는 침대에서 일어나 다가오기까 지 했다.나는 돌아앉아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여긴 병실이지 신앙을 전도하는 곳이 아니니 목소리 낮 추라고 했더니 삿대질까지 했다.

다른 환자들이 술렁거리고 나는 지인에
게 병실을 옮기고 싶냐고 물었다.
지인은 며칠 전부터 그렇게 하고 싶었다
면서, 기도고 찬송이고 다 싫어서 미치 겠다고 소리쳤다. 간호사들이 들어오고 소란은,지인이 병실을 바꾸는 것으로 종 결되었으나 다른 환자들도 병실을 바꿔
달라고 하는 듯 했다.  나도 입원 생활을
많이 했지만 안하무인으로 병실을 장악
하려는 환자들이 있다. 경험으로 개신교
인들이 그런 성향이 강한데 본인들은 전
도의 사명감이 너무 커서 큰 소리의 기 도나 찬송이 다른 사람에게도 기쁨을 준
다고 여기는 일이 많다. 특히 문병오는
신자들도 목사까지 올 경우엔 그런 난리
가 없다. 모든 환자에게 치유의 안수를
를 하고 큰 소리로 오래 기도한다.
다른 환자들이 괴로워 하리라고는 생각
을 아예 안하는 듯 하다. 작년에 입원했
을 때 옆 침대의 환자가 말하기를, 코로
나 때문에 문병객이 없어서 좋고 교회에
서 안 와서 너무 좋다고 웃었다. 치유의
기도는 침묵 속에서 이루어지고 입으로
나왔을 때는 더없이 고요해야 한다.

오늘 어느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입원해서 세 번 째의 수술을 한다
는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암이 전이 되어 두 번의 수술을 받았고, 몇 년이 지
나면서 아무런 증상이 없어서 너무 감사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 몇 달 전이
었다.그런데 또 전이가 발견되어서 수술
을 해야한다는 말에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지인은 수술을 할수있는 것만으
도 다행이라고 하면서 지금부터 녹음할
테니 치유의 기도를 들려 달라고 했다.
나의 기도가 너무나 간절하다면서 그녀
는 흐느껴 울었고 우리는 함께 울었다.
그 간절함으로 성모송과 함께 진심을 다
해 치유를 간구했다.지인은 이 수술을
견뎌내고 무사할 것을 믿는다. 암이 다시 재발한 것을 원망하지 않고 수술할
수 있는 것을 감사해하는 그 마음이 치유의 기적을 불러올 것을 믿는다.
나는 나를 위해 매일 치유의 기도를 한 다. 내가 달리기를 할 정도로 건강해지
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아픔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잃지 않기를 소망
하며 나를 스스로 일으킨다. 내가 나를
일으킬 때,그 손을 잡아 서게 하는 것이
치유의 기도인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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