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정찬열
ㆍ작성일	2020-04-29 06:26

ㆍIP: 211.xxx.27

산나물 캐러 가는 날

산나물 캐러 가는 날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는 30년 전 아파트를 지을 때 들어오는 50여 m 입구 양쪽에 심어놓은 벚꽃이 그 어느 곳보다 따뜻한 도심 속 남향 탓인지 가장 먼저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올해도 햇볕을 가장 많이 받고 따뜻한 곳에 몇 그루가 꽃망울이 곧 터질 듯 부풀어 이번 주말 봉대산을 가보면 어떨까? 그곳은 아내와 함께 가장 으뜸가는 봄나물도 캐고 햇고사리도 캐기 위해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시기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집사람과 함께 2010년 무렵부터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걷기 산행도 함께하고 봄나물 캐는데 함께 하는 것은 2008년 일이었다. 사지가 멀쩡한 건강한 사람이 전기 감전 사고로 2년 가까이 병원 생활을 하면서 다 죽어가는 나를 살려내는 대는 내 옆을 지키며 간호해준 은덕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아내의 고생이 따랐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고생의 보답 차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끝내 한쪽 팔을 잃은 장애인이 되고 나서다.

처음에는 한 손으로 광주에서 거리가 75km 거리의 전남 무안군 해제면에서는 시중에서 접할 수 없는 질 좋은 고사리를 캐는데 산속의 무서움에 동무도 되어주고 산속을 헤매고 나서 돌아올 때 내가 운전을 해주는 것이 시초가 되었다. 사고를 당하기 전에는 공휴일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낚시를 가지 않는 날이면 골프나 치러갔다.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은 어쩌다 아내와 골프를 함께할 때를 제외하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역시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고 살아가는 것이기에 내 사지가 멀쩡했을 때야 내가 하고 싶은 취미에 시간을 허비했다. 지금 내가 문우님들과 교감을 갖게 된 동기 역시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문학에 발을 들여놓을 시간도 없이 예전처럼 바쁘게 살아온 나였다. 이렇게 문우님들과의 인연 또한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기에 대한 문인협회 회원님들과 교감을 갖지 않았는가.

그렇게 무안 해제면 봉대산은 해안에 인접한 해발 198m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산 정상에는 공원처럼 꾸며진 곳에 헬기장이며 각종 운동 시설 그리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경치와 일출도 볼 수 있는 일해정(日海亭)이라는 8각 정자도 자리하고 있다. 또한, 산을 중심으로 면 소재지에서 한 바퀴 자동차로 일주할 수 있는 포장도로 이곳저곳에서 봉대산에 오르는 길이 있다. 10여 년 전에 걷기 운동 목적으로 그곳에 갔다가 그곳 주민들이 캐오는 질 좋은 고사리며 초봄의 두릅 순 등을 보았다. 시골 태생이며 나주의 산골에서 자랐기에, 품질이 가장 뛰어난 고사리가 그곳에서 캐 올 수가 있다는 것을 그때 알고 부터서이다.

물론 그곳 넓은 산속에 전부가 질 좋은 고사리가 나온 것이 아니고 몇 군데 품질 좋은 고사리가 자라는 곳이 따로 있어서다. 몇 년 전부터 광주에서 너무 많은 백수가 요일을 가리지 않고 찾아가기 때문이며 고사리 또한 첫물 고사리가 가장 탐스럽고 맛이 좋기 때문이다. 그 타임을 맞추는 데는 경험으로 비추어 우리 동네 입구 아파트에 처음 꽃망울이 터질 무렵이 가장 좋은 타임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모두에서 말하듯이 처음에는 운전만 하고 산속에 대기하는 것이 지루해 비록 한쪽 손일망정 허리에 망태를 차고 숲 속을 끼어 다니며 고사리 채취를 하다 보니 그 재미 또한 시간도 잘 가고 쏠쏠해서다. 그런데 올해는 조석으로 날씨가 변동이 심해 조금 추우니 아직은 빠를 것이라는 판단에 지난 3월 19일쯤에나 갔어야 할 봄나물 채취를 28일에 갔다. 그것도 조금 일찍 그곳에 당도했으면 좋았을 텐데 11시쯤에야 도착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보다 조금 앞서 온 일행이 일찍 고사리가 나온 곳을 다 채취해 버렸다.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질이 좋지 못한 고사리 약간과 질 좋은 쑥부쟁이만이 캐왔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고사리를 꺾는다고 하지 고사리를 캔다고 하는 것은 “사기(史記)에 나오는 채 미가(采薇歌) 고사리 캐는 노래” 가 있어 고사리를 꺾는다고 말하지만, 은나라 속국인 고죽국(孤竹國)의 군주의 아들들이 수양산으로 쫓겨 들어가 먹을 것이 없는 산속에서 주나라 땅에서 난 것이라 하여 먹지 않고 굶어 죽게 되었을 때 채미가(采薇歌)를 지었다는 내용을 따랐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 서산에 올라가/ 고사리를 캐네 / 무왕은 포악한 보장법으로 주왕의 포악함에 대신하였건만 슬프다. <중략>이 노래를 볼 때 고사리를 ‘캐는’백이 와 숙제는 이 세상 되어 가는 것을 원망하였다고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할 것인가? 사마천은 <史記>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어떤 이가 말하기를 , “하늘의 도는 공평무사 하여 친하고 소원함이 없이 항상 선인(善人)의 편에 있다.”라고 했다.

역시 모든 취미 생활이 그렇지만 뜻하는 목적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시간도 빨리 가고 피로도 덜하다. 고사리를 캐야 할 장소를 놓쳤기에 더 많은 숲 속에서 헤맸다. 그러니 요즘 숲 속을 오르고 내리며 걷는다는 것은 사막 모래밭을 걷는 것보다 더 힘이 든다. 땔감이 부족한 시절이 아니고 산속에 칡넝쿨이며 가시넝쿨이 엉켜있고 해마다 떨어진 나뭇잎이 쌓여 발이 푹푹 빠지기 때문이다. 그런 숲 속이 아니면 질 좋은 자연산 고사리는 구경하기 힘이 든다. 나는 두릅 순 따기에만 눈이 멀어 많은 산속을 헤맸다. 아내는 차분하게 돌아다니며 나보다는 3/2 이상을 더 많은 고사리를 채취했다. 멀리 간 값은 했다지만 돌아오면서 식당에 들러 점심을 오후 4시경에야 배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힘이 들어도 아내는 돌아와 캐온 고사리며 쑥부쟁이를 다듬고 젖은 옷을 세탁하고 역시 여자는 강하다. 그렇게 고생했어도 아내가 즐거워하는 것에 나는 위로를 삼는다.
20200330. 기(記)

전병일

2020-04-29 08:45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사모님과 나물캐러 나들이 하고 왔군요
산 나물은 시기가 있는듯 합니다
저도 주말에만 가다보니 어느해는 시기를 잘못 맞추어
나물 채취하는 시기를 노칠때가 있습니다
이번 년도에는 휴일과 시간이 맞아 적기에 채취하였습니다
고사리는 자세히 보아야 보입니다
그냥 막 지나가다보면 지나간 자리에 고사리가 여기저기 보이거든요
아무튼 조기에 고사리 넣고 지져드시면 맛나지요
4월의 끝자락 입니다
마무리 잘하시고 행복가득한 5월 맞이하세요~~^^


정찬열	항상 산림과 인연이 깊은신 존경하는 전병일 작가님 ! 그간도 무탈하시고 잘 계신지요 역시 관심깊은 답글 고마움을 전합니다. 가정의달 5월, 가내 건안과 행운을 기원 드립ㄴ이다.	5/3 06:26

한영택

2020-04-29 13:12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화사한 봄을 알리는 건 역시 벚꽃이군요.
누구에게나 생활의 큰 변화를 가져옴은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하나 봅니다.
어쩌다 감전 사고를 당하셨는지 모르겠지만, 2년 동안 작가님을 살리시려 지극한 정성으로 수발하신 사모님이 사랑이 있었군요. 비록 한쪽 팔 잃은 장애인이 되었지만, 사모님이 계셔서 축복받으셨습니다. 봄이면 사모님과 산나물 캐러 무안 봉대산은 단골로 가시는 장소인가 봅니다. 고사리든 두릅이든 시기를 잘 맞춰야 좋은 나물을 채취하겠습니다.
사모님의 강하신 모습과 깊은 부부의 정으로 행복한 삶이 되십시오.

‘코로나19’로 일상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듯합니다
무심코 지냈던 날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합니다
5월엔 더 건강하시고 평안하십시오.


정찬열	신천지 교회의 불운을 받은 대구에 살으시며 대중을 상대하시는 업종에 계시여 무탈하시고 건강하심에 반가운 존경하는 한영택 작가님 ! 산나물 채취 경험도 있으시군요 가정에달 5월에는 가내 건안과행운을 기원 합니다.	5/3 06:32

김상화

2020-04-29 19:51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반갑습니다. 정찬열 작가님
산나물을 뜯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몇 년 전에 처와 함께 쑥을 뜯으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처가 나물 뜯으러 가자고 할 때 남자도 그런 것을
해도 되나요 하며 망설였습다.
막상 가서 나물을 뜯는 재미는 생각보다 훨씬 재미가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작가님
작가님께서는 글을 읽다 보면 금술이 대단 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 부럽습니다.
4월이 끝을 맺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19와 아직도 싸우고 있습니다
작가님 늘 조심하시고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정찬열	반가운 얼굴 귀한 발걸음 잊지 않으신 존경하는 루수 김상화 작가님~ 봄날을 망쳐버린 코로나 사태에도 이렇게 무탈하시고 건강하신 결과는 산행을 많이 하신 덕택일 것 입니다. 그렇습니다. 사고 이후 집사람과 함께 하지 않으면 일상 불편하고 힘들기 때문에 아마 말년을 부부와 함께 하라는 하나님의 게시 였나 봅니다. 5월에도 항상 건강하시고 뜻하시는 소망 이루시길 바랍니다.	5/3 06:40

정대수

2020-05-04 15:43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세요?
열심히 일하시다가 큰 사고를 당하셨네요.
한쪽 팔도 잃는 아픔을...
불운을 딛고 문단에 입성하시고 또 사모님과 함께하는 시간도 많아지셔서
나물도 뜯고 또다른 삶의 행복을 만나고 계시는것 같습니다.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있듯이 참 이겨내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잠시 생각해봅니다.
감동적인 작품에 머물고 갑니다.
앞으로 더 건강하시고 좋은 나날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정찬열	어서 오십시요 존경하신 정대수 작가님 부족함이 많음 글 다녀가심에 고마운정 간직합니다. 이제는 조금 안시되가는 코로나 정국에 항상 가내 건안과 행운을 기원 합니다.^*^	5/8 03:13

아내의 용기(勇氣)

무등산 삼지닥나무 꽃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