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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찬열 수필가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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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정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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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9-10-06 18: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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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 창가에서
고속버스 창가에서
그토록 무더웠던 지난여름과 달리 9월에 들어서서 아침저녁으로 시원해진 날씨다. 참으로 오랜만에 고속버스를 타기 위하여 아내가 광주고속터미널에 승용차로 내려다 주었다. 예전에는 자주 이용했던 고속버스보다 정시에 출발하고 도착하는 철도를 이용한 탓이다. 아니 어쩌면 5년 전에 개통한 KT-X 열차가 빠른 탓도 한몫한 것이다. 또 하나 변수는 2008년 사고 이후 장애 3급의 환자가 되니 동행보호자까지 50% 할인을 받은 혜택 때문이 더 작용했을 것이다. 오랜만에 광주 시내에 있는 유-스퀘어 종합 터미널은 많은 변화를 가져와 다소 생소하다. 버스 시간에 쫓기는 사람인지 쇼핑 빽 을 들고 뛰어가는 사람도 눈에 띈다. 나 역시도 매표소에 들러 09시 정각에 출발한다는 수원으로 가는 고속버스표를 예매하기 위해 여섯 번째 뒤에 줄을 선다. 지금 시각 10분 전인데 표를 구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었다.
수원행 고속버스표를 구매하니 탑승구는 10번이라며 매표원이 안내한다. 좌석 번호 역시 10번이었다. 고속버스 전면 TV 모니터에는 탑승자의 탑승 여부가 자동으로 기록되고 있었다. 그런데 손님이 탑승하면 진갈색으로 변하고 예매된 좌석은 푸른색이며 아직 구매하지 않은 좌석은 백색 그대로였다. 모든 탑승 좌석에는 진갈색으로 변했는데 10번의 내가 앉은 좌석은 푸른색으로 그대로 있다. 혹시 옆 좌석 11번에 잘못 앉았나 생각되어 확인하니 창 쪽이 10번이었다. 혹시 안전띠를 매야 하는가보다 싶어 안전띠를 찾았다. 11번 좌석 의자 옆 사이로 끼어있어 매려 하니 버클에 꼬여서 늘어나지를 않는다. 그래서 나 같은 3급 이상 장애인에게는 동반자가 있어야 함이 절실함을 느낀다.
한 손으로 무릎 사이에 끼고 어렵게 꼬인 벨트를 풀어 안전띠를 매어 본다. 그런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출발 2분 전 둘러보지도 않고 탑승 체크를 하는 여자 개찰원이 곧바로 내게로 다가온다. 표를 보자 하더니 회수권을 가져가더니 입구 쪽에 있는 체크 판에 나의 회수 표를 댄다. ‘그때야 진갈색으로 변한다.’ 그러니까? 탑승할 때 승차권을 그곳에 댄 후 탑승하는 모양이다. 정장까지 한 점잖은 체면이 일시에 촌놈이 되어버려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다. 모니터에는 탑승객 19명 잔여 좌석 9명 이렇게 체크아웃을 하고는 9시 정각에 고속버스는 출발을 위해 후진을 한다. 출발하고 나니 모니터에서는 체크 판은 사라지고 녹음된 방송이 안내를 한다. “승객 여러분 우리 고속버스를 이용 해주시여 감사합니다.
이 고속버스는 중간에 20분 정도 휴게소에 정차했다가 수원 종합터미널에는 12시 5분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승객 여러분 안전을 위해 안전띠를 매주시기 바랍니다.” 주말이지만 막힘없는 ‘빛 고을로’를 달리는 고속버스는 10여 분 후 고속도로에 진입한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길가에 무성하던 플라타너스 가로수의 넓은 잎사귀들이 까칠하다. 그 무더운 여름날의 뙤약볕도 아랑곳없이 초록으로 타오르던 열정이 시들해지는 걸 보면 가을의 입김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햇빛도 구름 속에서 낮잠을 자는지 먼 산으로 바라다 보이는 전경은 옅은 안개가 시야를 흐리게 한다.
평상시에 고속도로에 나들이할 때는 손수 운전하는 탓에 주위를 살필 겨를이 없었는데, 오늘은 차분히 도로변을 살피니 눈이 즐겁다. 멀고 가까운 산 능선이 에는 푸른 숲속에 군데군데 말끔하게 조상 묘소가 이발하여 단정하다. 그러고 보니 5일 후면 일 년의 농사를 지어 조상에게 바치는 중추가절(仲秋 佳節)이 아닌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관광을 오면 빼지 않고 유교 풍속으로 조상의 묘를 가리키며 안내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토록 서양 사람이 부러워하던 효(孝)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묘(墓)’에 대하여 인터넷을 찾아 ‘종교 대사전’을 보면 유해를 매장하는 장소, 또는 그 시설을 묘라고 한다. 형태적으로는 흙을 높이 쌓아 올린 분묘(총)에 대해서, 묘는 지하에 매장해서 분구를 가지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데, 일반적으로 묘라고 하는 경우, 분묘는 물론, 사체를 유기한 장소나 바위 등에 구멍을 파서 매장한 것, 또는 묘석 등의 비석 종류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글 정리를 하면서 한국에 묘소에 대하여 인터넷에 검색해본다. 산소, 묘소, 음택(陰宅) 이라고 하며, 산에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묘의 위치나 방향각은 풍수설은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전해졌는데, 조선 시대에는 일반 민중에까지 침투함에 따라서 청룡(향해서 오른쪽의 구릉), 백호(향해서 왼쪽의 구릉), 내 명당(전면의 평지)을 비롯해, 주산(후방의 산형의 지형), 안산(묘 전방의 약간 높은 지형) 등을 보고 지관(풍수사)이 정하였다. 땅에 매장하기 때문에 1명당 1기가 통례인데, 부부를 하나의 묘에 안치하는 경우도 있다. 묘는 산신에 간단한 제사를 지낸 후에 팠는데 이 작업을 산역(山役)이라고 한다.
광중(壙中)을 파서 바닥을 솔잎으로 깨끗하게 청소하고, 이 속에 관을 넣는데 지방에 따라서는 시체만을 빼내서 넣는 예도 있다. 관(棺)을 명성(사자의 성명이나 관 위를 기록한 조기로, 장렬의 선두에 선다)으로 덮고, 그 위에 판 또는 자른 대나무를 옆으로 나열해 놓으며 상주가 흙을 한 삽 떠서 놓은 후에 관을 메우고, 흙을 모아서 봉분을 쌓고 잔디를 심는다. 묘 앞에는 돌의 제상이나 비석을 세우고, 큰 것은 망주석이나 석상 등으로 장식하였다. 또한, 묘는 흙 두렁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손질이 필요한데 수리의 시기는 봄의 한식(寒食)(3월) 경으로, 이를 개사 초(改沙草)라고 하며 또 한 번은 추석(음력 8월 15일)의 준비로서의 벌초를 하는 것이 전통관습이다. [묘[墓] (종교학대사전, 한국사전연구사) 일부 인용(引用)]
이토록 오래된 문화와 전통으로 내려온 미풍양속이 서양문물이 들어와 바뀌면서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종족의 맥을 이어오기 위하여 반세기 전만 해도 아들이 없어 손이 끊기면 양자를 세워 대를 이어갔으니 말이다. 그런데 몇십 년 전에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가 내걸더니 그나마도 결혼하지 않으려는 시대가 되어버려 머지않아 조상의 묘소 관리마저도 살아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편도 2차로 고속도로를 한 시간 정도 달리니 넓고 넓은 황금벌판이 전개되며 그곳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저만치 바라다 보이는 조금 비탈진 언덕에는 코스모스, 구절초 꽃이 만발하여 가을바람에 흔들거린다. 농촌 들녘 농가의 울타리를 빠끔히 내놓고 주황 꽃송이를 내미는 능소화 꽃이 아름답다. 가을볕에 홀랑 몸체를 드러낸 늙은 호박이 열린 농촌을 바라보니 아마도 호남의 곡창 김제 평야가 나오는 모양이다.
유례없는 무더위였지만 더위 속에서도 무럭무럭 잘 자란 벼는 올해 들어 태풍도 지나지 않아 대(大)풍년이든 것이다. 알알이 영글어가는 풍요의 들녘을 달리는 한국의 농촌 풍경은 비록 내 것은 아니지만 보는 마음이 푸근하다. 모처럼 만에 차창 밖 시골풍경을 마음껏 만끽하면서 받는 행복일까? 차창 밖으로 전개되는 시선이 자꾸 끌린다. 높고 낮은 건물들이 빼곡히 도심을 이루는가 하면 한창 개발되어가는 곳을 바라다보니 창밖의 전경이 지루하지를 않다. 달리는 고속버스는 천안 논산 간 중간쯤 지나서 있는 정안 휴게소에 20여 분 정차를 하고 다시 출발한다. 얼마를 달렸을까? 경부 고속도로를 벗어나더니 요금소가 나오면서 화성 시가지를 진입한다. 20여 분 후 목적지 수원 종합 터미널에 도착한다. 이제는 오늘의 목적지 수원시 영통동에 있는 홈플러스에 김경렬 시인님에 고희(古稀)를 맞아 “날개를 달다 노래에” 첫 시집 출판 기념식장을 찾아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탔다.
2016년 09월 10일
수원행 고속버스 창가에 비친
산천은 진초록 초야에 묻혀
추석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아
조상 묘는 깨끗이 단장을 했다
김제평야
들녘은 황금색 계절에
늦깎이 시인님에 고희를 맞아
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시고
지인들의 한자리 축복과 사랑받는다.
자손들의 감성 깊은 재롱과 공연
창작문학 예술인협회 문인들 축복 속에
‘그렇다.’ 내공 깊은 초심에 ‘여행길’
박영애 낭송 가 주옥같은 낭송이 좋았고
경기문학 ‘민요 창’ 축가가 경이롭다.
김경렬 시인님에
“날개를 달다 노래에” 첫 시집
출판 기념회가 부디 날개를 달아
부디 축복받으셔 문운 창대 하소서!
[김경렬 시인 출판기념회]
20160910, 수원 가는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기(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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