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 평균
ㆍ작성일	2007-07-11 23:25

ㆍIP:

내 꽃밭들(큰 꽃밭)
밖에는 칠월의 늦은 오후인데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요즘은 어쩐 일인지 기상 예보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하면
실제로 비가 별로 안 오고,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없으면 이처럼 비가 많이 쏟아지니
하늘이 청개구리 하늘 되어 버린 것 같다.
오늘은 오래된 나의 옛 군대시절을 회상해본다.

70년대 말부터 근무한 나의 군복무 부대는 의정부시의 변두리인
가능 동에 위치해있으며 의정부에서 울대고개를 넘어
송추로 가는 초입인 철길 이웃에 경민 고등학교가 위치 해 있었는데
요즘에 가보니 이제는 의정부 시내 속에 존재 하고 있고,
특히나 울대 고개는 아침 출근길 교통 방송의
단골 정체 구간이 되어 존잔하고 있다.

우리 부대는 미국이 월남전 패전으로 파견 장병이 철수를 하여
미군들이 인수 인계하고 떠난 병영을 차지한
통신을 주 담당하는 신생 독립 대대이었다.

그래서 시설이 여타 부대와 비교해 참으로 좋아
내무반 안에는 그 시절에도 양변기에 샤워 시설이 갖춰져 있었으며
내무반 한 가운데 연못과 독서실, 그리고 옆 건물 체력 단련 실에는
일반 체력 단련 기구와 탁구 대가 두어 개 놓여 있었다.
이곳에 배속 받은 장병들도 비교적 상류층 자녀들인지라
그 중 한 선배의 부모가 기증한 고가의 오디오가 내무반에서
우리들의 음악 감상을 도와주던 그런 부대이었다.

병영 곳곳에는 멋지게 휘어져 자란 백 년 송이 심어져 있고,
연병장은 잔디로 깔려 있었으나
애석하게 내가 그 부대로 배속 받았을 때는
연병장 가운데 잔디는 없어지고 CP쪽 관중석 같은 공간은
아름다운 금잔디가 곱게 깔려 있었다.

그 주위에 도로를 따라 밤나무가 열을 맞춰 도열 하고 있어서
가을이면 인사계 지휘 아래 밤을 따서
전 부대원의 추석 디저트로 중식에 찐 밤을 내 놓기도 했었다.
이곳에는 몇 그루의 앵두 나무도 있어
여름이 익어갈 무렵 앵두도 빨갛게 익어서
우리는 열을 맞춰 도보를 하다가 맨 끝에 남아(물론 고참병시절)
살짝 앵두 나무 뒤로 숨어 달콤한 앵두를 따 먹기도 하고
밤나무를 전투화 발로 걷어차 떨어지는 생밤을 까 먹고
내무반으로 내려 오곤 했었다.
이 때문에 본부중대 인사계와 주임 상사는 눈을 부라리며
이 서리꾼들을 잡으려 했는데, 설사 잡아도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 서리꾼들이 모두 그들의 자식 같은
본부중대 고참 병사들이라 영창도 못 보낼 터이니 …ㅎㅎㅎ

나는 이 부대의 설립 특성상
너무도 빨리 본부중대 내무반장을 맡아
일년이 넘게 하고도 제대를 서너 달 남겨 둬야만 했다.
후배 하사관에게 내무 반장의 자리를 물려 주고
전역을 기다리며 커다란 업무나 훈련이 없던 시절이다.

내가 어릴 적 고교 시절에 사과 궤짝을 꾸며서 만들었던
작은 꽃밭이 이불 속 울음소리를 문상 삼아 추억 속으로 가 버린 후,
십여 년 만에 나에게 그 시절 정말로 커다란 꽃밭이 생겼었다.

그 절 나는 옛날의 작은 꽃밭도 생각이 났지만
남은 군 생활의 마지막을 무의미 하고 아깝게
소비할 수 없다고 생각한 끝에 커다란 꽃밭을 만들기로 했다.
커다란 이 병영을 내 꽃밭으로 만드는……
생각해 보라.
개인 꽃밭으로 그 시절 대대급 부대의 본부 지역을
내 꽃밭으로 가꿀 수 있다면 얼마나 큰 꽃밭인가.

그 봄에 매주 외박을 나갔다 오는 후배 사병들에게
귀대 시 꽃집에 들려서 꽃씨를 한 봉지씩 사오라고 명령했다.
그 시절 외박을 나갔다 오면 담배를 몇 갑씩 사와서
부대에 남아 있던 내무반원 들에게 두어 가치씩 나눠 주거나
여유가 있는 병사들은 LP판을 한 장씩 사가지고 들어 와서
내무반원들이 같이 음악을 즐기던 전통이 있었는데,
나는 담배를 안 피우니 대신에 이번 한달 동안은
나를 위해 꽃씨를 사오라고 명령 아닌 부탁을 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한달 반 가량 모은 꽃씨를 본부중대 사무실 곁에
조그만 비닐 하우스를 만들고 파종하여 애지 중지 관리 했다.
파종한지 한 달여가 지나서 내 비닐 하우스에는
많은 어린 화초들이 다투어 자랐다.
한 달여 후에 후배 사병 몇 명을 데리고 어린 화초들을
본부 중대에서 CP(군에서 부대장의 사무실과 주요 부서가 있는 곳)를
돌아 나오는 길과 부대 연병장 빙 돌아,
그리고 정문으로 가는 길 양 옆으로 적당히 간격 맞춰 모종하였다.
꽃의 종자는 피었을 때 부피가 커지고 무성해서 꽃 길을 만들 수 있는
몇 가지 종으로 그 중에 백일홍도 그 한가지였었다.

그 후로 인사계의 허락 아래 지정된 도우미 사병 한 명을 데리고
아침 점호가 끝나서 식사를 하기 전 다른 사병들은 부대의 청소를 할 때면,
나는 양동이에 물을 가득 길어 넓은 내 꽃밭에 물을 주는 일로
그날 아침의 일과를 시작 했었다.

처음엔 중대장이나 인사계는 혀를 차며
대한민국 육군이 계집애처럼 뭐 하는 짓인지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일 년여를 내무반장을 하며 중대를 위해 열심히 일한 나 이기에
그에 보상인양 달리 뭐라 말하지 않았다.
그때는 작은 화초들을 줄을 세워 심어 놓으니 꽃도 안 피어
초라하고 , 모두들 무덤더미 내 꽃밭을 쳐다 보았다.

아마도 나를 보며 그냥 편하게 있다가 제대를 하지
뭐 하러 사서 고생 하냐고 대대장 이하 모든 장병이
비웃고 혀를 끌끌 차며 미친놈이라 생각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들에게 물을 주었고,
피치 못할 외출이나 외박을 나가는 날이면
후배 병사에게 지시를 하여 꽃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후임 내무반장이나 더욱이 후배 사병들은
전직 내무반장의 영을 거역할 수 없어 그 일을 게을리 하지 못했다.

그렇게 전역하기 전까지 약 3개월을 공들이다 후배 병사에게
그 일을 맡기고 나는 결국 내 꽃밭의 개화를 보지 못했다.
참으로 아쉽지만 내 꽃밭의 개화를 위하여
내 전역 시기를 늦출 수도 없는 노릇이니….
후임 내무반장에게 그 일에 한 명을 전담해 주라고 당부하고
개구리 복을 입었다.(그 당시 전역 할 때는 모든 피복을 반납하고
얼룩무늬 전투복을 주는데 그걸 입어야 전역을 했었다.)

전역 후 취업을 하고 사회 초년생으로 바쁘게 살며
내 큰 꽃밭은 뇌리에서 점차 잊혀져 갔다.
그 후 2,3년 지난 겨울에 업무 차 들린 의정부 시내에서
근무 시 친했던 동년배 선임 하사를 우연히 만났는데,
차를 한잔 하는 자리에서 내 커다란 꽃밭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초라하던 화초들이 7월이 되어 다 자라서
도로 양 옆으로 무성해 지고 다투어 꽃을 피우니
정말 장관이었고 멋있는 꽃 길이 되었었단다.

정문을 지나 CP로 올라 가는 길은 황홀한 꽃 길이 되었고,
덕분에 부대를 방문한 장교, 장성들이나 손님들도 감탄을 하고
대대장도 즐거워하여 중대장과 인사계에게 칭찬도 많이 하였으며,
그 당시 나를 도와 꽃밭을 가꾸던 사병은 대대장님의 특별 휴가로
칠 박 팔 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최병장의 정성에 고마워 했다는 말도 빠트리지 않았다.
그것이 아마도 내가 더 이상 갖지도 못하고 가져 본적 없는
유일한 나의 커다란 꽃밭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5년여 전의 아름다운 자태를 다투어 피었을
내가 보지도 못했던 꽃들을 상상하며 서재 밖의 빗소리로
그 시절 내 꽃밭의 영상을 떠 올려본다.
이제는 문 앞 공간에 화분을 놓고 분꽃과 봉선화,
그리고 여주 두 포기를 모란시장에서 사다가 심어 놓고
그 잎 파리에 떨어지는 정겨운 빗소리에 옛 추억이 그립다.

2007년 7월 11일 비가 몹시 내리는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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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옥: 최평균시인님 ! 화려한 나들이는 잘 다녀오셨지요? 좋은 추억 많은 행복 담아오셨으리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좋은 날씨 보다는 비를 좋아하는 제 입장에ㅅ ㅎㅎ참 행복한 나들이가 되었으리라 감히 말씀드립니다. 먼길에 몸은 상하지 않으셨는지 안부를 살짝 놓고 갑니다. -[07/15-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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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진: 잘 다녀가셨는감.....
나는 요즈음 서울서 친구들이 내려와 잠간 쉬고있네.....
광주로 부산으로 바삐 다니는 자네모습이 눈에 선하구먼...
우리 경남모임도 잘들 다녀갔지.
하여간 건강하시게..... -[07/17-07:46]-

'불낙'

평창 동계 올림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