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 평균
ㆍ작성일	2007-06-1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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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인연 찾아 떠난 사찰순례(2)

몇 일 전에 이어
일요일에는 또 다른 인연을 찾아 서대문구 영천동에 위치한
영천사를 둘러 보기로 했다.
이곳에는 지인 부부가 신도로 다니는 사찰로서
이곳에서 기거하며 글을 쓰는 분들이 꽤 있으며,
그 중에 조설우 수필가의 친필 사인이 있는
그녀의 수필집을 친구가 내게 빌려 줘서 읽다 보니 왠지 낯설지 않고
그 책에 나오는 배경과 작가의 마음을
더듬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금화산 자락에 있다는 영천사를 찾아서
지하철을 타고 서대문 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니
바로 서대문 독립 공원이 맞닿아 있다가 우릴 반긴다.
이곳은 많은 애국지사들이 고난과 핍박을 받고
더러는 생을 마감한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서대문 형무소를 철거하고 공원으로 조성하였다고 한다.
근세의 서재필 박사의 주도아래 건축된 독립문도 이곳에 서있다.

이곳은 서울의 한 복판인데
서대문 형무소가 잔존한 관계로 개발이 늦어져
얼마 전까지 달동네로 남아 있었다 하니
이 형무소는 일제시대에는 애국 선열들의 아픔을 먹고 살다가
현세에는 이곳 달동네 주민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먹고 버틴 꼴이다.

지금은 다 헐어 버리고 주민과 독립 유공 유족회의 기나긴 줄다리기 끝에
약간의 붉은 담과 몇 개의 망루가 남아 애국의 자취를 남기고 있으며
일부 건물과 다시 지은 몇 개의 건물로 구성 되어
서대문 역사 기념관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가는 길을 몰라 서대문 형무소 자리를 이리저리 맴돌다
기어이 그곳에서 쉬고 있는 주민인듯한 아주머니께 길을 물어
찾아 올라 가는 길은 도무지 절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건너 보이는 무악산과 키를 겨루듯
촘촘히 늘어선 아파트 무리들을 돌아서 들어서니
절 집의 머리가 간신히 까치발하고 나를 내려다본다.
가파른 길을 힘들여 올라가니
급격한 언덕을 지탱하고 들어선 암자가 나타난다.
마치 허술한 연립주택 같은 절 집엔
승용차만 몇 대 낮잠을 즐기고 도무지 사람의 그림자가 없어
이곳이 서울 시내의 절인가 싶을 정도로 적막강산이다.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니 나물을 뜯고 있는 아낙이 보여서
이곳이 영천사 본당으로 가는 길이냐고 물어 보니
조금만 더 올라가며 영천사 앞뜰이란다.

가만가만 더듬어 올라가니 책에서 읽었던
여영정(餘影亭) 인듯한 자그마한 정자가 보이고
부처님을 모신 법당이 보이는데 경내에는
엊그제 화계사나 조계사에서 보았던 연등은 하나도 없고
작은 법당에만 얼마간의 연등이 거미줄 벗 삼아 걸려있다.
텃밭 같은 경내를 둘러 보니
작은 연못에 얕은 물의 자비를 즐기는 금붕어 몇 마리가
한산한 영천사 뜰에서 오후의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법당 옆을 지나가다 보니
이곳 주지 스님인듯한 분이 쇼파에 앉아 계시는데
승복도 웃옷은 벗은 하얀 독립문표 메리야스 바람으로
무상 무념의 한가한 부처세계를 즐기고 계시는 듯 하다.

이 사찰의 아래층 몇 개 선방에서는
문객들이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리라.

오후의 여유를 즐기시는 스님께 말을 걸음이 실례인듯하여
여영정에 배낭을 벗어두고 뜨락을 돌아
커다란 암반에 이르니 절 앞에 없던 안내문이 이곳에 있어
궁금한 마음에 읽어보니 이 암반이 ‘악 바위’라고 한다.
이 바위는 악박골 약수가 나오던 곳으로
30미터쯤 아래에 있었던 영천이 지역 개발로 인해서 매몰되고
물줄기도 말라 버렸으나 물맛이 달고 차서 위장병에 특효가 있어서
예전에 이 약수를 많이 마시려고 단것이나 짠 것을 먹어서
이 부근에 엿장수와 굴비 장수가 번성 하였다고 하며,
이 동네를 영천이라 부르는 것이나 악발골 약수라는 이름은 모두
이 신령스러운 바위에서 근원이 되었고 영험 한 기도 처라고 한다.

약수를 많이 마시기 위해 단것과 짠 것을 먹었다 하니
작년에 전북 남원의 처갓집에 가서 그곳 가족들과 같이 시간을 보냈던
구정 설날의 추억이 떠 오른다.
대부분 전주와 남원에 사는 시골 아버지와 처남 동서들은
커다란 물통에 지리산 고로쇠 수액을 그득 채워 와서
짠 것들을 먹으며 물이 키면 연신 고로쇠물을 마시는 것이었다.
나에게도 권해서 몇 잔 마시며
참으로 내가 처음 보는 일이라 웃으며 물어 보니
고로쇠물이 건강에 좋아서 많이 먹으려고 짠 것을 먹으며
많이 마시고 소변을 보고 다시 또 마시곤 한다는 거였다.
심지어는 그 지방에는 고로쇠물 먹는 계모임이 있어서
짠 먹거리와 고로쇠 물을 잔뜩 준비해서 찜질방에서 모여
밤 세워 땀 빼고 물을 마신다고 하여 고소를 금치 못했던걸 생각하니
이런 풍습도 옛날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조상들의 지혜의 유산인 것 같다.

어쨌거나 오늘이 제등행사가 있고 석탄일이 몇 일 후인데
사찰이 이렇게 한가하고 지난 몇 일전 가 보았던 두 사찰에 비해
너무도 가난한 영천사를 보니 뭔지 모를 서글픈 생각이 든다.

그저 사찰 옆의 장독대가 사찰 손님들을 위한 공양 준비를 하고 있고,
앞에 늘어선 걸리버 여행기의 거인 같은 아파트에 존재가 묻힐까 봐
금화산의 옆구리를 부여잡고 자꾸만 키를 늘이는 영천사가 딱하기도 하다.

**서대문 영천사(靈泉寺)**

금화산 가파른 곳 기대 선 청빈 산사
고층건물 눈 가리고 도시소음 귀 막아도
손 모아 관세음보살 빌어 보는 호국영령

신령천 매몰되고 마른옥수 악 바위
무너진 벽돌담에 붉은 피 식었어도
악박골 서린 애국심 안식하는 영천사

인간이 사는 어디에도 빈부는 있다.
아주 부자인 조계사가 있고 화계사가 있는 반면에
이렇게 가난한 절이 있으니
부처님 세상에도 사바세계와 같은 빈부가 존재함이라.
영천사는 단지 가난해도
부처님 품 안에서 한없이 여유롭고 부자인 스님의 불심이 있었다.

그런 빈부는 부처님 세상뿐 아니라
예수님 세계에도 확실히 빈부가 있고
더러는 그 빈을 떨쳐 버리려
신과 신도들의 뜻을 반하는 행동을 하는 목자들도 있다.
어제 저녁에 잠시 본 MBC방송의 PD수첩은
빈을 청산하고 부를 쫓는 목회자를 만 천하에 고발하는 내용인데,
최근 철거가 예정된 재개발 지역에 개척 교회를 세우며
투기를 일삼는 일부 목사들의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서울시 뉴타운 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달동네 재 개발 지역에 갑자기 십자가가 여기저기 올라 가는 일인데,
동네가 곧 헐려 나가는데 얼마나, 언제까지
신자들이 찾아 올 거라고 그곳에 개척교회를 세운다는 말인가?
심지어는 경기도 어느 지역에서는
100여 평의 교회를 운영하던 목사님이 그 일대가 신도시로 개발되자
630여 평 종교 부지를 30억에 불하 받아 59억 원을 받고
다른 대형 교회에 바로 매각하여 차액을 챙겼다고 한다.
그는 이익금을 챙기고 목회자 임무를 접었다는 뉴스이었다.
이들 종교 부지의 매매에는
종합 소득세 등, 모든 대부분의 세금이 감면 된다고 하니
하느님을 대포 사장으로 내세운 불량한 투기꾼인 셈이다.

하지만 영천사 주지스님이나, 대부분 선량한 개척교회 목사님들처럼
가난도 부처님이 혹은 하나님이 주신 사랑의 전부이니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감사하는 목회자들이 대부분 인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빈부가 극심화 되고 있으나
그것도 자신들이 감내해야 될 일일 것이다.
부자인 사람은 과연 부자가 된 노력이 있거나,
선대의 노력이 현 손에게 전해진 것이니
선대의 노력의 산물인 부를 유산 받은 것이다.

그런 유산을 못 받아서 가난 하다면 조상을 탓 할 일이지
나보다 부자라고 헐뜯고 비아냥거려서는 안될 일이다
누가 가난을 부추겼다는 말인가?.
가난하더라도 기꺼이 받아 들이고 힘써 노력 한다면
굶어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노력을 안하고
주위의 도움만 바라는 게으른 노숙자가 아니라면
먹고 살수 있는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단지 삶의 질이 다를 뿐일 것이다.

정말로 불쌍한 건
내게 없는 복인데, 내게 없는 부 인데,
아니면 더 큰 부를 위해서 사람이 할 도리를 벗어나서 무리하다
세간의 질타를 받고 법의 처벌을 받는 생이
더 가엽고 불쌍한 삶 일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가난이 있다면
그것도 하늘이 주신 나의 복이라 생각하고
차라리 청빈을 즐길 일이다.

저녁에는
동대문에서 조계사 앞까지 제등 행렬이 이어 진다고 한다.
재 작년에 보았던 제등 행렬에도 부자 절에서는 화려한 제등 행렬이,
가난한 사찰에서는 작은 제등을 정성껏 준비하여 행사를 하였었다.
그렇게 연등 행사에도 빈과 부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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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석탄일 전인 셋째 주의 일을
이제 사 쓰려고 한 달여 전의 일들을 떠 올리며 잠시 살펴 보니
우리가 아는 4대 성인 중에 한 사람인 예수는
살아 계신다면 올해가 서기 2007년이니 이제 나이가 2007살인데,
석가모니는 BC563년에 태어났고, 공자는 BC552년에 태어났으며,
소크라테스는 그보다 백여 년 늦은 BC469년에 태어나셨다 한다.
모두들 예수님 보다 오백 여살 연장자 이시다.

BC500여 년 전후해서 우리가 존경하고 신뢰하여
신으로 모시기 주저하지 않는 4대 성인 중 세분이
이 땅에 태어나신 게 된다.
그렇다면,
다시 또 얼마의 세월 뒤에
그런 성인이 세계 곳곳에서 태어나시어 모든 인간에게 구원을 주고
마음의 질을 윤택하게 해주실지 …
어쩌면 이미 성인이 이 땅에 오셔서
인류의 구원을 준비 하고 계신지도 모를 일이다.
그분들이 이 땅에 오신지 적어도 이천 년은 지났으니 말이다.

2007년 6월 14일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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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되셨는지요?
ㅎㅎㅎㅎㅎ

긴 글을 읽다 보니 출출해서 저녁 먹고
다시 들어 와 읽다가
커피 한잔 마시며 천천히 둘러봅니다.

지난 달의 일들을 떠올리시며 정리하시느라
무척 고생하셨으리라 생각되는군요.

긴 글 만큼이나 뇌리 속 깊이
많은 가르침과 교훈이 남습니다.

비 온 뒷날이라 한결 시원한 것 같습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되시고
시원한 여름을 나시길 바랍니다. *^.^* (hirashi2000@yahoo.co.kr) -[06/15-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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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선경: 안녕하세요 최 작가님. 여행을 하면서 자신과 연류된 기억이나 추억이 있는 곳이면 더욱 애틋하기도하고,각별한 심정이 되곤 하지요. 어떻든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면 달라지는 배경속에서 자신과 자신의 생각들을 더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 여행의 매력 이겠지요. -[06/18-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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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진: 최 수필가님 안녕하시가?
청빈의 사찰 악바위 골 지탄의 붉은 십자가 4대성인의 유래까지
자네의 구수한 달변을 맘것 음유하며 간다네.
좋은 한주 맞으시고 건강하시게나...... -[06/18-11:33]-

열차 안에서

작은 인연 찾아 떠난 사찰순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