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 평균
ㆍ작성일	2007-05-12 22:37

ㆍIP:

나의 은사님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잘 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의 은혜는 어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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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이 콩 볶는 소리로 시끄러워
새우처럼 구부리고 선잠 자던 육신을 움직여 밖을 내다보니
희끄름 여명 속에 빗방울이 제법 커다랗게 호수에 떨어져
수없이 많은 동그라미를 그려 놓고 있다.

지난 밤에 지인들이 하나, 둘 모여 어느덧 다섯이 된 강화도의 낚시터에서
결국은 우려 했던 대로 술판이 벌어지고 밤 낚시를 일찍 접어야 했다.
그래도 찌불은 파랗게 빛을 발하며 밤새 붕어의 행방을 쫓고 있었다.

같이 온 아우는 어느새 배가 고픈지 나를 독촉하며 아침 낚시를 시작 하 잔다.
손목의 시계를 보니 어느새 새벽을 지나 7시가 되어 간다.
간밤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소주를 들이 켰는지
속이 매슥거리고 입은 깔깔하니 영 컨디션이 엉망이다.
낚시를 오면 붕어 입질에 전념을 하려고 극구 술을 사양해도
몇이서 만나면 그게 커다란 예의 인 양 자꾸만 술을 권해서
뿌리치기 참 어렵다.
내가 손수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쑥과 씀바귀를 뜯어서 넣고 끌인
부대찌개를 안주로 손 사래 치면서 마지못해 한잔 두잔 하다 보니
나는 어느새 차 안에 잠들어 있는 것이다.
앞에 보이는 야산 속의 해병대 병영에서 애국가가 들리는걸 보니
나도 이제 밖으로 나서야 될까 보다.

밖은 아직도 쌀쌀하여 옷 매무새를 단단히 하고 밖으로 나서니
비는 조금 잦아져서 간간히 펴 놓은 파라솔 위에 떨어진다.

끓여서 치즈로 마무리 한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몇 시간 붕어와 실랑이 하다 서둘러 살림살이를 걷는다.
다음주엔 스승의 날인 15일이 달력에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양지 바른 마을에 은사님께서 살고 계시다.
오늘은 음료수나 몇 병 사서 은사님을 뵙고 문안 여쭤야겠다.

은사님은 이곳에 정착 하신지 꽤 여러 해 되셨다.
나의 고등학교 3년을 줄 곳 담임 하셨던 선생님은
영등포 쪽에서 한강 대교를 넘어가는 곳,
옛날 노량진 수원지 건너편 산 말랭이에 아름답게 건축 된
노량진 교회 안수 집사님이시니 일요일엔 댁에 안 계시고
오늘 같이 토요일에 낚시가 끝난 날에는 내가 들려도 얼굴을 뵐 수 있을 꺼다.
부지런히 장비를 챙기고 선생님께 가는 길에
하늘은 아직도 게으르게 꾸벅꾸벅 졸고 있다.

낚시터에서 20여분을 달려서 선생님 댁이 있는 야산 길로 들어 선다.

“선생님~!”
“저 왔어요~!”
큰 소리를 앞 세워 작은 나무가 울타리인양 빙 둘러 자라고 있는 마당에 들어 서니
비닐 하우스 앞에서 자그마하고 머리가 하얀 사모님이
먼저 나를 보시고 깜짝 반갑게 맞아 준다.
“그간 평안 하셨어요?”
“선생님은요?” 하고
여쭈니 하우스 안에서 지금은 연세가 꽤 되신 선생님이
흙 장갑을 끼고 일 하시다 나를 맞아 주신다.
흰 머리가 듬성듬성한 나이든 제자와 나의 은사님이
이렇게 봄비가 오락 가락 하는 오월에 만났다.
하우스 속에서는 하나 가득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은사님 보다 사모님이 머리가 더 하얗고 많이 늙으셨다.
사모님은 젊은 날부터 병고로 고생을 하셔서
마치 선생님 누님같이 나이가 더 많아 보인다.
선생님도 예전의 생쥐 눈 같이 또릿또릿 하던 총명은 사라지고
이제는 허리도 구부정한 노인의 몸으로 변해 계셨다.

젊은 시절부터,
그러니까 나의 고등 학교 담임 이실 때부터
사모님은 관절과 위장병으로 갖은 고생을 다 했다.
그런 사모님의 병 수발을 위하여 선생님은 일찍이 교단을 떠나야만 했다.
그 후에 사모님의 병이 조금 호전 됐을 때 다른 직장을 다니시다
퇴직금으로 마련해 놓으신 이곳 강화의 한 마을에 집을 지으시고
이렇게 사모님의 병간을 하시며 곁에 커다란 비닐 하우스 두 채를 지어
하우스 가득 동양 난을 키우셨다.
그런 선생님의 희생적인 사모님 사랑은
우리 제자들 부부 사이에 무척이나 아름답게 각인 되었다.

선생님은 어쩌다 우리 동창들이 이곳에 모이면
자식같이 아끼며 기르시던 ‘천년 보세’라는 난을 한 화분씩 주시며
잘 키우라고 당부 하시곤 하였다.

그런데 몇 해전부터는 하우스 한 동을 비워 애완견을 길러 파시곤 하셨는데
오늘 오랜만에 들리니
그 많던 난은 얼마 안 남고 두 하우스가 모두 개판으로 변해 있다.
선생님의 동양란 하우스가 애완견 하우스로 바뀐 건
연세가 드신 선생님과 사모님이 하우스 난방을 위한 연탄 불 관리 등,
난 재배 하기가 이제는 벅찬 것도 이유이지만
난만 키워서는 생활 하는데 문제가 많아서였었다.

은사님이 난을 키우실 때는
참으로 선생님에게 잘 어울린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였었는데 이제는 개를 키우시니
내색은 안 했지만 선생님이나 나나 조금은 마음이 서럽다.
가난한 은사님이 먹고 사시면서
고고한 생활을 하시기엔 너무나 벅찬 일 인 것 같다.
난을 일년 내내 키워서 출하를 하여도 재료비를 제하면
선생님 손에 남는 건 불과 몇 푼이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그간 잘 계셨어요?”
“자주 찾아 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송구스러워 말씀 드리며 웃으니
같이 따라 웃으시는 선생님의 주름진 얼굴이
촉촉히 내리는 오월 봄비 속에서 정겹다.
“선생님! 고희가 얼마 안 남았죠?”
나의 머쓱한 물음에 선생님은 웃으시며
“아직 3년은 남았지!”하십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칠 년여 전
선생님의 회갑 때는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예전의 우리 반 동창 부부들을 불러 모아
이곳 앞 마당에서 기쁨을 같이 했었다.
선생님은 우리들을 위해 돼지를 한 마리 잡으셨고,
우리는 옛 이야기로 선생님 내외 분과 함께 밤을 세웠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신 선생님은 약주를 안 하시지만
우리 동창들이 댁에 모이면 술상을 내 오시며
“내가 다른 때는 절대 술을 안 하지만 너희들하고 하는 이 술은
아마 하나님도 허락하고 용서해 주실 꺼야.”
하시며 맥주 두어 잔은 거뜬히 같이 하셨다.

얼마 안 남은 선생님의 고희 때에는
옛날 회갑 때 보다 더 풍성한 자리를 만들어 선생님과 같이 술을 한잔하며
고교 시절 이야기와 함께 웃음을 나눠야 하겠다.

“선생님 아프지 마시고 내내 건강하세요.”
“다음주에 친구들이랑 다시 들릴게요.”

불편하신 몸으로 사모님이 타 주시는
커피를 한잔하며 잠시 근황을 이야기 하다
극구 더 있다 가라는 두 분의 말씀을 뒤로 하고
차를 돌려서 서울로 향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세월의 다그침에 촌로가 되어 버리신
선생님을 다시금 떠 올리며 강화의 초지 대교를 건넌다.

다시금 내리는 오월 봄비는
‘으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그 높고 높은 다리 밑으로 곤두박질 친다.
은사님과 사모님의 고단한 삶도 비에 씻어서 다리 밑으로 흘려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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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

2007년 5월12일 저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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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진: 최 수필가님 안녕하신가요. -[05/22-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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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진: 글쓰랴 .
세월 낚으랴 .
스승님도 찾아뵈오랴.
바쁘시고 부지런한 모습 보기좋네요.
늘 좋은 글에 머물게되어 감사하는 마음이요.
나는 요즈음 바쁜일이 있어서 휴면 중이오.
다음 주 부터나 글을 올리려하지
늦은 안부 미안하게 생각한다네
ㅎㅎㅎㅎㅎㅎ
-[05/22-14:46]-

지방자치단체 시대의 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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