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 평균
ㆍ작성일	2007-06-0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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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 동작동 산44-7번지
동작구 동작동 산 44-7번지

유월을 맞아 떠났다 돌아 오던 어제 오후 낚시 길에
주변 산야에는 아카시 꽃도 이미 저물고
이제는 밤꽃이 벌들을 유혹 하며 자손 번식의 미끼로 꿀을 지불할 때이다.
요즘은 어찌된 일인지
낮에는 바람이 심해 물가에선 외투의 따스함을 빌려야 할 정도고
밤에는 바람도 자지러 들고 차라리 따스한 게
야외 활동하기 위해서 두어 벌의 여벌 옷이 필요하다.

예전에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서울의 동작동 국립 묘지와 인접해 있어서 파란 하복을 입은 우리들은
초 여름이면 하루쯤은 전교 행사로 송충이 잡기를 했었다.
선생님의 지시로 미리 준비한 깡통과 나무 젓가락을 들고
오전 수업을 마친 우리는 열을 맞춰 국립 묘지로 갔다.
걸어서 삼 십분 쯤 걸리는 그곳으로 갈 때면
지겨운 수업을 빼 먹어서도 그렇고,
여름이 몰려오는 한강의 풍광도 그래서
우리는 한껏 들떠서 여자 애들처럼 재잘거리며 걷다 보면
국립묘지로 들어 서게 된다.
그날은 우리의 또 다른 소풍 길,
그러니까 반나절의 소풍날이 되는 셈이다.

우리 학교는 남자 중학교 이지만
그때는 인근 다른 여중이나 고등학생들도 그 행사에 참여했었다.
그때는 선생님이 개인 목표량을 정해 줬었는데
송충이는 우리들의 목표량을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많았다.
그 송충이는 소나무의 천적이라 솔잎을 온통 갉아 먹어서
어느 단체에 해악을 끼치는 사람을 빗대는 ‘송충이 같은 녀석’ 이라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산림청의 방재로 송충이의 극성은 조금 사라지고
대신에 외국산 재선 충이 소나무를 집단으로 전멸 시키고 있으니
‘송충이 같은 녀석’ 이라는 말도 이제는 ‘재선 충 같은 자식’ 이라고
바뀌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잡은 송충이는
선생님의 포획 수 확인 후 미리 파 놓은 구덩이에 던져 넣고
미리 준비한 기름을 뿌려 넣어 불을 지르면 그 열기가 초 여름의 바람에 섞여
주위로 퍼지면서도 송충이 단백질 타는 냄새가 그리 싫지도 않았다.
아마도 그때는 십대의 왕성한 식욕을 충분히 채워 주지 못했던 시절이라
그 냄새가 구수 했던 것 같다.

그때 갔던 서울의 국립 묘지를 이제 사 검색 해보니
주소가 서울시 동작구 동작동 산44-7번지 이란다.
이곳은 1955년 7월 15일에 국군묘지로 창설되어 1965년에 국립묘지로 승격되고
지금은 국립 서울 현충원이라고 이름표를 바꿨다고 한다.
어린 시절 송충이를 잡으러 가면
그곳 지형의 모양이 군인의 철모 형상이라고 선생님들이 말 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알아보니 풍수적으로 공작새가 아름다운 날개를 펴고 있는 ‘공작장비형(孔雀張飛形)’,
또는 장군이 군사를 거느리고 있는 듯한 ‘장군대좌형(將軍大坐形)’ 이라고도 하는데
어릴 적 사고에 부합되는 철모 형이나
풍수지리를 무척 중시하는 우리 나라의 관념적 ‘공작장비형’ , ‘장군대좌형’ 이나
모두 부합되는 말이라 생각하면서
어쨌든 그곳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을 호국 영령들이
편하고 안락하면 그만이리라.
그래서 어릴 적 조그만 손으로 그분들의 그늘을 파괴 하려던 송충이를 제거 했음이
지금도 우리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말 할 수 있어서 조금 기분이 좋다.

물론 대전의 제2 현충원과 4.19묘역이나 광주의 민주화 묘역도 있고
타 지역 국립 묘원도 있을 테지만,
이틀 후면 이곳에서 제 52회 현충일 행사가 열릴 것이다.
요즘은 국가 3부 요인들이 현충일 날 이곳에서 헌화 및 제 향을 안 하면
무척이나 심적으로 부담을 느끼는지
현충일 뉴스는 대통령 및 삼부의 수장들과 이름난 관료들이 들려서
헌화 제 향을 하는 그림을 볼 수 있는데,
이건 아마도 고급 관료가 된 것의 부과세 같은 연중 행사가 된듯하다.

현충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 선열과 국군 장병의 넋을 위로 하고
충절을 추모하기 위해 1956년 4월 19일에 제정했고
그 후 1970년에 년 1회의 현충 추모 식을 거행했으며,
1982년 5월에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 관련 규정 공표를 하고
공휴일로 제정 되었다 하니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엔 놀지 않는 기념일 이었던 것이다.

이 현충일을 굳이 6월 6일로 정한 건
우리 조상 24절기 중 손이 없다는 절기
즉,
악귀와 악신의 활동이 없다는 청명일과 한식 일에 사초와 성묘를 하고
망종에 제사를 지냈으므로 매년 ‘망종’ 인 6월 6일로 정하여
순국 선열에 대하여 추모하는 날로 지정 하였다고 한다.

나의 막내 동생은 군을 전역 한 80년대 후반기부터
한 십여 년 간을 현충일 날 이곳 현충원을 찾았었는데
그건 훈련 동기생의 묘역에 참배하기 위해서이다.

나의 막내 아우는 큰 키에 건장한 체격, 그리고 태권도 유단자라는 이유로
논산 훈련소에서 공수 부대원으로 선발 되었었다.
그래서 서울의 거여동 공수 교육대에서 훈련을 받았는데
그 훈련의 마지막 관문은 ‘점프’라고 하는데
훈련용 헬리콥터에서 낙하산을 타고 남한강변에 떨어지는 훈련으로
이 과정을 거쳐야 공수 마크를 달고 자대를 갈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교육 준비 과정에서 많은 병사가 골절상을 입어서
재 교육을 받거나 퇴교를 당해 일반 육군으로 재 편재 되기도 한단다.

내 동생도 이 과정에서 다리에 근육 골절상을 당해
마지막 관문인 점프 훈련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많이 아픈 다리가 나아서
재교육을 피하기 위해 같이 훈련에 참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해당 교관에게 눈물을 동원해 호소를 했단다.
정말 자신 있게 점프 훈련을 소화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엄격한 훈련소 규칙과 사고의 여지가 있어서
끝내 마지막 훈련에 참여를 거부 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동생의 동기생들과 교관을 태운 헬기가
낙하 투하 장소로 날아 가다 갑자기 고장이 나서
탑승한 40여명의 병사와 함께 추락해 탑승자 전원 사망한 사고가 났다.

당시 최 상급 부대에 장교로 근무하던 둘째 동생이 먼저 그 사고 소식을 접했고
나의 부모님은 영등포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거여동으로 달렸으며
둘째 동생은 근무처에서 차를 달려 거여동으로 갔다.
동생이 가기 전에 알아본 바로는 막내 동생 기수가 탑승했다니
동생이 꼭 죽은 줄 만 알았다고 한다.
달려가니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이,
막내 아들이 뱅그데데 웃으며 가족들을 맞이 하 더란다.
그 당시 나는 지방 출장 중이어서 나중에 그 소식을 접했다.
그때 그 교관이 내 동생의 저승길 동행을 거부한 것이다.

그 후 훈련소 취사반에서 근무하며 다리를 완쾌한 후에 재 교육을 받고
무사히 자대 근무를 마치고 공수 부대를 전역 하였다.
전역한 해부터 매년 현충일에는 현충원을 찾아서
먼저 떠난 동기생들 묘역에 헌화를 하던 동생은
십여 년이 지나서야 이제는 동기생들이 행복하게 잠들었을 거라고 하며
현충일 행사를 끝냈다.

이 현충일에는
우리나라에서 조금은 천시를 받는 직업인 술집 여자 종업원들도
이날만큼은 휴일이라고 한다.
전국의 고급 룸쌀롱이나 캬바레, 방석 집들도 일년에 한번 이날만큼은 모두 쉬면서
아예 이날은 종업원 아가씨들의 야유회 행사를 지원 한다고 한다.
지금은 술집 경기가 안 좋아 더러는 가게를 오픈 하는 집들도 꽤 있으나
예전에는 자발적으로 문을 닫고 종업원 서로간의 의리를 돈독히 하는
유익한 시간으로 활용하였다고 한다.
요즘은 그런 직업이 좋아서 선택하고 유흥업에 뛰어드는 여성들도 많이 있으나
옛날에는 먹고 살길이 막막한 여성이나
어려운 집안의 살림을 떠 맡으며 동생들 학비를 벌고
사랑하는 연인의 공부 뒷바라지로 유흥가에서 돈을 벌던
우리의 누나 동생들이 천하 없어도 이날만큼은 순국 선열을 추모하며
일년의 단 하루인 그들만의 휴식을 즐겼었다.

내일 모레 다가오는 52회 현충일….
그날도 국민의 눈총을 의식한 삼부 요인들의 현충원 참배가 있겠지….
밖에 바람이 심상치 않게 부는걸 봐서는 내일 비가 올 것도 같은데
올 비라면 내일 모두 와버리고
현충일인 모레는 날씨가 화창하여
자의던 타의던 전국의 현충원과 국립 묘원을 찾는 관리들과 영령들의 가족들이
조국을 위해 애쓰다 가신 분들을 기쁘게 만나고 오는 유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술집에서 마음에 없는 웃음을 팔면서 밤 세워 고생하다
그 날 순국 선열에 묵념하고 즐기는 그들만의 하루가 날씨가 화창하여
즐겁고 행복한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서 이 나라가 더 잘살고 세계 속에 제일이 되어
자발적이고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관리들이나 이 나라 지도층들이
현충원을 찾아 순국선열의 묘역에 헌화와 추모를 하고,
누가 뭐라고 안 해도
전국의 모든 유흥가가 이날만큼은 쉬면서 순국 선열에 묵념을 하며,
그들만의 즐거운 야유회가 될 수 있도록 여유 있는 삶과
살찐 우리 나라의 경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일 모레,
많은 젊은 여성들만 모여서 하는 야유회중에
혹 힘들게 밤 일을 하는 우리의 딸들이나 조카들이 있으면
포근한 미소와 함께 조용히 박수를 보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들도 역시 이 사회를 구성하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구성원이 분명하니 말이다.

그래 저래 유월은 대한의 모든 백성들의 호국 보훈의 달이다.

바람이 심상치 않은 2007년 6월 4일 저녁에…

김영진: 최 수필가님 안녕하시지요.
호국 보훈의 달 현충일을 맞아 깊은 애도의 뜻을 멋지게 쓰셨군요.
우리가 살면서 소중한 기억들을 다시찾는다는 건 큰 관심이고 배려이며 존중을
대물림하는 예도라 생각하네.
현충일의 의미와 내력을 상세히 전달하는 작가의 뜨거운 마음이 훤히 보여지네.
<좋은 글 좋은 의미를 빌어 호국 령령들께 묵념을 올립니다.>
몇일후 대전행사에 오리라 믿으며 그때 만나서 담소 나누기로 하세.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06/05-18:03]-

최 선경: 제가 학교다닐 때만 해도 자라나는 세대에게 현충일의 의미를 강하게 인식시켰던 것 같은데 이젠 다소 옅어진 것 같이 생각되네요. 기억할 것과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아져서 그런지... 6월6일을 현충일로 정한 내력을 알고 잘 읽고 갑니다. -[06/06-18:10]-

임정수: 안녕하세요. 최평균 수필가님! *^.^*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
송충이를 잡던 기억에 아직도 생생히 떠오르는 군요.

선생님이 몇마리씩 잡아오라고 할당을 해주셨고,
반친구들은 송충이를 잡느라 분주히 뛰어다녔었는데...
정작 저는 징그러워서 근처에도 가질 못했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

그대신 반 친구들이 송충이를 잡을 때에
저는 개울가에서 개구리 뒷다리를 구워먹었답니다.

먹고싶다고 좀 달라고 하는 친구들에게
송충이를 몇마리씩 달라고 해서 바꾸기도 했었거든요.
ㅎㅎㅎ

개구리 뒷다리가 안통하는 친구들은
메뚜기를 잔뜩 잡아서 구운 것으로 바꾸었고요.
ㅎㅎㅎㅎㅎㅎㅎ

그때 당시엔 학교 앞에 논이 있어서
잠깐만 잡아도 상당히 잡아서 구워먹었었거든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을
저는 어릴 때 부터 그렇게 활용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

근데...
국립 묘지가 서울시 동작구 동작동 산 44-7번지라는 말은 처음 듣

작은 인연 찾아 떠난 사찰순례(1)

대한민국 3대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