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 평균
ㆍ작성일	2007-06-1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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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인연 찾아 떠난 사찰순례(1)

지하철에서 내려 시내버스로 환 승하여 가는 길에
아차 하는 순간 내릴 정류장을 지나쳐 버렸다.
서둘러 내려서
지나쳐 온 타이어 자국 따라서 되돌아 화계사를 찾아 걸어 가본다.
이런 저런 준비로 오후가 되어서야 떠난 길에
이렇게 엉성한 확인으로 시간을 소비함은 참으로 아깝다.
화계사 사거리에서 이정표를 확인하고 들어서는 길에
예수님의 학당인 한신 대학이 입구를 지키고 있고
멀지 않은 곳에 동정녀 성모 마리아가 뜰을 지키시고 계실
수유1동 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산사로 올라가는 도로에는 평일이라 그런지
한 여름날의 한적함이 가로수 그늘에 쉬고 있다.
오늘은 석가탄신 일을 일주일 여 남긴 평일로
오랜만에 아내와 조그만 인연이 있는 화계사를 찾아 가는 길이다.
그 순례 길에 덤으로 있을 삼각산 산행을 지원하는 배낭이
‘신밧드’에 나오는 찰거머리 할아버지처럼 내 등에 찰싹 붙어 달려 있다.

사찰에 들어서니
평일이라 신도나 산 객의 방문이 뜸 한 게
우리네 명절 1~2주 전에
명절 당일 귀향을 위해 원행 길을 자제하는듯하다.

오히려 이번 주 일요일 제등행사와 초파일 손님 맞이 준비로
사찰 내에 구조물 공사와 주변 개울 청소 및 찬불가 연습으로
이곳이 부처님 세계가 아니고 내가 사는 사바 세계인 듯 부산하다.

불자의 수양도량과 외국인 승려의 대표적인 수양 도량답게
파란 눈에 코 큰 학인 스님도 더러 보인다.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 까지’란 작품을 쓰신
미국인 현각 스님도 이곳에서 정진을 하셨으리라.

이곳 삼각산 치맛자락 한곳에 자리잡고 있는
수양도량 화계사는
‘조계종 말 사로서 고려조 탄문 대사가 이 근처 부허동에 지었다는
보덕암을 조선 중종 때 이곳에 옮겨 짓고 화계사라 이름표를 달았다.’라고
살며시 엿본 대웅전 앞의 안내판은 나에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각 전각에는 아름다운 글씨의 현판이 저마다 내 걸렸는데
그 중에 추사체로 쓰여진 ‘화계사’ 와 ‘학서루’, ‘명부전’등은
그 옛날 한양의 사찰답게 대원군의 손을 빌린 작품이라고 한다.

옆 자락에 동국대학교 시험림이 있고
조계종단이니 불교의 가람 동국대와 인연이 닿은 이곳은
역시나 화려한 연등이 사찰 경내를 수없이 많이 피어있고
대웅전 한쪽 조금 그늘진 곳에
망자를 위한 하얀 등이 서럽게 피어서
삼각산 자락의 늦은 봄이 흘러 내림을 지켜보고 있다.

평소 글로서 인연이 있는
이 사찰의 원주거사를 찾아 보려 하였으나
얼굴을 모르니 머뭇거리다 바쁘게 일하는 보살 중에
그래도 친절히 안내해 줄 것 같은 사람에게 물으니
자신이 원주 거사란다.

이런,
내 작은 인연을 찾으려
그 인연에게 물었으니 쑥스럽기도 하지만 참으로 반갑다.
겸연쩍게 웃으며 인사하고
항상 여행길에 소지하고 이곳 저곳을 담던 카메라를 들이 대니
손사래 치시며 얼굴이 사바로 나가는 게 탐탁지 않다고 하신다.
하지만 개인 소장만 하기로 하고 셔터를 누르니
부처가 아닌 보살이지만 오랫동안 부처님의 집에서 공양한 탓인지
부처 닮은 얼굴이 카메라 안으로 웃으며 들어온다.

절 살림을 맡으신 분답게 행사준비에 바쁜 그를
오래 잡아둠은 결례라 생각되어
일각의 다향을 즐길 시간을 사양하며
초파일 연등 접수하는 종무소에 들려
내 주머니에 부스럭거리던 파란 사바세계 찌꺼기 지폐를 꺼내어
오늘도 오랜 병고로 고생하시는 어머님의 편안한 잠 자리와
병간 하시는 늙으신 아버지,
해병대에 자원해서 훈련을 받고 있을 작은 녀석의 무사 전역과 함께
아내와 큰 녀석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연등을 예약했다.

사실 나는 우리 집안의 유일한 기독교 신자이지만
그 아들의 무사 안녕을 위해 자신의 부처님에게
이교도의 신자인 아들을 기도하신 어머님에게
이제는 이교도인 내가 부처님 전에 불자이신 어머님과 가족을 위해
작은 시주를 보탬이 어찌 보면 이상도 하겠으나
시대도 변하고 종교관도 변해가는 세상이니
차라리 잘한 일 인 것이라고 변명을 해 본다.
어찌 보면 내가 장성해서 한 가족을 이루어 사회에 나아가서
남들에게 뒤지지 않고 건강하게 잘 살도록
그녀의 신께 빌어 드린 것에 대한 티끌만한 보답인 것이다.

잠시 돌아 본 요사체인 듯한 건물 앞뜰에 피어있는
보라색과 빠알간 꽃의 화초와 창백한 하얀 수국이
경내의 연등, 백등 인양 각기 피어서 삼각산 양분을 빨아 마시다가
연등 시주한 이교도인 나를 보자 삼각산 감로수 공양을 잠시 멈추고
계면쩍게 바라보며 입 꼬리 한쪽 올려 가만히 웃어준다.
나는 수첩을 꺼내 시조를 한 수 습작해 본다.

**화계사(華溪寺)**

삼각산 그늘 밟고 곱게 핀 연화세상
명부전 예불소리 망자 한 달랠 적에
종소리 풍경 흔들어 협주하는 찬불가

삼각산 맑은 옥류 대웅전 목 축여서
허기진 산객에게 수유하는 불심세상
구도승 혜안을 뜨는 수양도량 화계사

바쁜 사람에게 떠나는 인사도 부담이려니 생각하고 절 집 문을 나서
사찰의 옆을 훑으며 흐르는 계곡을 따라 작게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연두 빛 새순이 싱그러운 삼각산 줄기를 더듬어 오르다
화계사가 살포시 내려다 보이는 개울가에 짐을 풀고
준비한 탁배기를 한잔하고 허기를 채웠다.

화계사의 부처님은
이교도의 기원과 탁배기 공양이 그리 싫지는 않은지
삼각산 그늘을 빌려 불자들의 눈을 피해 슬그머니 돌아다 보며
눈가에 기분 좋은 주름으로 웃어 주셨다.

버스를 타고 내려 오는 길가의
여인네들 옷차림이 더욱 화사한 것이
계절은 이제 추위를 벗어 던지고 여름을 갈아 입고 있는 것 같다.
가로수의 어른 손바닥 같이 넓은 잎들도 햇살에 그을려
그새 진 초록으로 변해 있으니 말이다.

안국동에서 버스를 내려 조계종 총 본산인 조계사로 들어섰다.
이곳은 재 작년에 처음 들렸던 곳으로
내가 종로를 그렇게 많이 쏴 돌아 다녔어도 존재를 모르고 살다가
고층건물을 연 잎 인양 들어선 이 사찰을 보고
한없이 신비롭게 느꼈던 곳이다.
대부분의 고찰들이 명산 심곡에 자리하는 것에 비해
조계종의 본부인 이 큰절이 도심 복판에 피어 있음이 경이롭게 보임은
명산을 수없이 다니며 사찰을 둘러본 나에게는 당연한 일 인 것이다.

옛날,
오래된 고찰들은 대부분은
이 나라의 풍수지리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옥룡자 도선대사가 일러준 곳에 세워졌으며
땅의 기운이 센 곳이 절터라 불심으로 터의 기운을 눌러
백성의 행복한 삶과 나라의 안녕을 기원했다고 한다.

이곳 조계사는 도선대사가 지정한 곳은 아니더라도
역시 터가 센 곳인지 불교의 파란이 이곳에서 자주 있었다.

20여 년 전에 내가 즐겨 읽었던
수필집의 저자 이향봉 스님이 이곳에서 책상과 집기를 집어 던지며
젊은 피를 불태웠고,
그의 이복 형인 정다운 스님이 이곳에서
총무원장을 두어 차례 엮임 하였다고 한다.

나는 그 두 분의 수필을 읽으며
잔잔한 서정이 있는 정다운 스님의 글보다
이복 형의 대학 진학을 위하여 일찍 학업을 접고
불가에 귀의하여 정진한 이향봉 스님이 조금은 과격해도
희생적인 형제애 때문에 그의 글을 더 좋아했었다.
내가 이제 글을 쓰는 것도
그 두 분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것도 작은 인연이리라고 억지를 부려봄이
전혀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과연 조계종의 직영 사찰답게
경내에는 화계사보다 더 많은 연등이 가득 달려 있고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수시로 들락거린다.
북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한 스님이 전각에 메어 달린 북을 열심히 두드려
방문객의 옷자락에 달려 들어 오는 마구니를 물리치고 있다.

이 사찰은 근세에 지어진 절이며
각황사, 태고사를 거쳐 1954년에 지금의 조계사라는 명찰을 붙이고
조계종의 중심사찰로 수행과 포교, 교육 및 사회봉사활동을 주관하고 있다.
대웅전 경내를 들여다 보니 참으로 큰 자이언츠 삼존불이 모셔져 있고
많은 불자들이 다투어 경배를 드리고 있다.
좀 전에 보았던 화계사 삼존 불에 비하면 너무도 커서
차라리 내가 한 없이 작아 보여 친근을 못 느낄 정도다.

왜 사람들은 무엇이던 크게 만들어 위용을 뽐낼까?
그건 불교뿐만 아니라 내가 어려울 때 기도하는 교회들도 마찬가지다.
분명 성경에는 자리잡고 앉아서 하나님에게 기도하는 곳이
곧 성전이라 하였는데 기독교의 많은 신자들이 커다란 성전을 찾아
교통의 불편을 감수하고 예배 길에 나서니 이는 커다란 성전이나
일부 하나님의 종(목사님)을 섬기는 것 같아
신앙의 배움이 짧은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다.

그러다 보니 일부 하나님의 종인 목사님이나 장로님이
우쭐해서 교주로 나서서 메스콤에서 질타를 받는
교단들이 생기고 정교단체의 이단아로 지목 받고 있으며
국민의 대다수의 구설에 올려 지곤 하는 것이다.

잠시 상념에 젖어 있는데 여럿의 동자승들이
천진하고 개구진 얼굴로 대웅전엘 들어선다.
이들이 곱게 자라서 참 불교를 설파하고,
절 집은 작고 모시는 부처는 초라하나 한없이 넓고 깊은 불심으로
삼천 대천 세계를 섭화 하는 커다란 마음을 여름날 소나기처럼
중생들에게 뿌려 주는 스님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안국동 조계사(曹溪寺)**

빼곡히 빌딩 돌려 절집을 에워싸고
사바가 이웃이라 번뇌가 들 끓어도
불심계 고고한 독경 쫓기우는 마구니

회색빛 진흙천지 한떨기 피어난 꽃
낮은담 타고 넘은 노승의 북소리로
인간계 색정과 욕정 일갈하는 조계사

절 집이나 부처상이 크거나 교회나 종탑이 큰 것 보다는
불심과 도량이 크고, 믿음과 자비가 한없이 넓은
종교 지도자들이 필요한 혼탁한 이 시대인 것 같다.
단지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 피는 불화인 연꽃처럼
이 질펀한 서울 도심에 맑게 피어 사바세계를 정화하고
산소 같은 불심을 비춰주는 조계사로 남았으면 하고 기원해 본다.

옆의 문화와 예술과 전통이 살아있는 인사동 거리를 들려
몇 곳의 갤러리를 돌아 보다가
저녁 해의 조명을 받아 긴 그림자를 끌고 나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다음 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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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진: 최평균 수필가님 안녕하신가?
화계사로 조계사로 인사동 갤러리 까지
짧은 하루 휴일을 알뜰하게 다니시고 좋은 글 편안함을 올려주니
수양 도량이 한눈에 들고 자네의 하루 일탈을 앉아서 마주하네.
좋은 글에 머물다 간다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게나....... -[06/18-11:10]-

작은 인연 찾아 떠난 사찰순례(2)

동작구 동작동 산44-7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