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 평균
ㆍ작성일	2007-04-17 13:33

ㆍIP:

얼치기 농사 꾼
서울을 떠나서 원주로 가는 길에
날씨는 어둡게 내려 서지만
이천의 모 반도체 공장의 굴뚝 연기가 꼿꼿이 서서
하늘을 찌르는걸 봐서 바람은 없는 것 같다.

간밤에 아내와 올 농사일을 의논하며
이런 저런 일로 늦게 사 잠이 들었는데
서울서 잠깐 일보고 떠난 길이라 열 시가 넘었건만
얼치기 농사꾼의 어두운 마음처럼
날이 이리도 꾸정꾸정 한 건
무슨 하나님의 심보라는 말인가.

나는 3남 2녀 중 맏아들이다.
그런 나는 어려서는 잘 몰랐는데
어언 머리털이 회갈색으로 변해갈 즈음에는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급작스런 큰일이 항상 걱정이었다.

하긴 원체 낙관주의고 낭만주의라서
왠 만 한 일은 걱정이 안 되었는데
내가 겪어 보지 못한 두 분의 일은
항상 내 주위에 잠복하고 있다가
친구나 지인들의 어른들 문상을 할 때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고
나를 억세게 압박하곤 했었다.

"이러다가 어머니나 아버지가 덜컥 돌아가시면 어떡할래?’

아마도 이 땅에 장남들은 아니 자식들은
장 묘 문화의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이런 고민을 갖고 있으리라.
그것의 형태가 분묘든 화장이던 수목 장이던 말이다.

그러던 중 사촌 형님의 처가에
내가 살수 있는 땅이 있어
형제들이 얼마간의 돈을 모아
두 분의 유택 지를 마련하게 되었었다.
값은 그리 비싸지 않고
터가 좋아서 아버지도 흡족해 하시고
서울에서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
춘천 초입의 강촌으로 들어 서서
한 고개 너머에 있으니
평소 내가 좋아하는 낚시를
일년에 여섯 번 정도만 희생하면
주말 농장도 되는 그런 산밑의
아담하고 양지 바른 밭이었다.

하지만 땅을 구입해서 어머니 명의로 등기를 했건만
갑자기 어머님도 디스크로 고생을 하시고
나나 동생들도 IMF한파와
여러 가지 문제로 농사를 지을 엄두를 못 냈다.

하기야 농사 지으러 가는 한번의 경비면
재래시장에서 얼마던지 사먹을 수 있는 농산물인 바에야
그런 나들이는 주말 농장 행사 이거나
아이들에게 조상의 뿌리를 가르쳐 주는 행사 정도이니,
조금은 등한시도 했었겠다.

그런데 2000년 말에 나에게 찾아 든
한 통의 편지가 나를 당황케 했다.
발신자는 춘천시 모 부서인데
'구입한 땅에 농사를 몇 년간 안 지으니
아마도 다른 목적으로 구입한 걸로 사려되어
모일 모시까지 정당한 사유를 서면으로 통보를 못하면
강제로 그 지역 주민에게 헐값으로 매각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땅은 지목이 임야가 아니고 전답이니 농사를 지어야 된다고...

나로서는 정말로 힘들게 마련한
우리 부모님의 미래 유택인데
정말 황당하고 당황스럽기 까지 했다.

다음날로 현지를 찾아 사촌 형님의 장인 어른
그러니까 나하고는 사돈이 되는 어른께
상의를 하고 정식 문서를 송부하여
춘천 시청으로부터의 이해를 얻어 냈다.

그리고 돌아 오던 봄에
내친김에 포크레인을 부르고
지관이 뜬쇄를 놓고 한 끝에
부모님의 가묘를 세우고 그 밑 땅에는
작은 농사를 지었다.

처음 농사를 시작 했을 때는
온 식구가 다 참여해서
아마도 봄 나들이 같이 행사를 하곤 했었다.
형제들이나 조카들도 너무도 즐겁게 일을 하고
점심때엔 주변에서 갓 뜯어온
씀바귀에 산 취나물에
미리 준비해온 돼지 갈비를 싸서
소주 한잔에 밥상은 항상 풍성 했었다.
거기에 가족들의 우애와 행복이 더 해졌으니
정말 봄날의 하루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첫해에는
홍천이 고향인 친구의 조언으로
밭 전체에 그 친구가 전해 준 옥수수 씨앗을 심었다.
이랑도 필요 없이 호미로 구덩이를 파고
옥수수 알을 서 너 개씩 묻고
나중에 옆에 흐르는 실개천에서
물을 퍼다 듬뿍듬뿍 뿌려 주었다.

그래도 일꾼이 열 대 여섯 명은 되었으니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고 그저 즐겁기만 했다.
잘 자라거라.
그래서 너희를 수확하여 이웃과 풍성한 기쁨을 누리리라.
그리고 그 해
거리상, 그리고 업무상 자주는 못 가지만 항상 내 마음 속에는
푸른 옥수수 잎이 자라고 있던 봄날이고 초 여름이었다.
옥수수가 잘 여물어 수확을 할
한 여름날에 우리는 테마가 있는 그런 여름 휴가를 준비했다.
춘천의 서면에 있는 퇴골 이라는
주민들 자치 휴양지를 최종 목적지로 잡고
토요일 낮에 옥수수 수확을 하기로 했었다.

작은 아이와 조카 둘은 학교 수업 문제로
따로 경춘선 기차를 타고 합류 하기로 하고
떠난 그날.
우리는 삼형제 중에 업무상 춘천에 있는
막내 아우에게
미리 장작에 구워 먹을 오리 고기와
춘천역에 내릴 조카들을 맡기고 강촌의 밭으로 향했다.

북한강을 따라 오르는 도로는 차량도 한적하고
그저 물안개만 우리를 조용히 따라왔다.
신 새벽에 먹는 강촌 다다른 강가의 해장국 맛은
모처럼 길나선 우리 일행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아침 이슬이 자지러 들 즈음에
우리는 밭에 도착하여 아이들에게 옥수수 수확을 명했다.
인간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원초적으로 사냥이나 수확을 좋아하는가 보다.
아이들이 환성을 터트리며 옥수수 수확을 하였다.
언제 도회지에 살던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해 보았겠는가?
아이들의 웃음과 함께 가져간 비닐 봉지에는
봄이 그리고 여름이 빼곡히 들어 앉았다.

그런데 그 수확의 기쁨 중에 이게 왠 일인가
수확을 한 옥수수가 뭔가 문제가 있었다.
흔히 시장이나 도로변에서 파는 옥수수는
알이 꽉 차서 탱글탱글 한데
우리가 수확한 옥수수는 듬성듬성 완전 불량 옥수수였다.
아마도 옥수수 알갱이가 삼분의 일 정도 밖에는 안 붙은듯하다.
너무도 실망한 첫 수확에
그래도 몇 개를 즉석에서 쪄서 먹어보니
입에 쩍쩍 달라 붙는 게 찰 옥수수로 참 맛은 있다.

그러니 어쩌랴.
수확해서 팔 것도 아닌데 그냥 가족들끼리 심었던 봄을
여름에 먹으면 그만 이었다.
나중에 씨앗 옥수수를 주고 농사를 권유한 친구에게
그 불량 옥수수 이야기를 하였다.
그랬더니 그 친구 고개를 갸웃하며 내게 되물었다.

“그래?”
“한 구덩이에 몇 알씩 심었니?”
나는
“자네 시키는 대로 서 너 알씩 심었지.”
그 친구
“그러니까 옥수수 대는 몇 개씩 나오데?”
나 의기 양양
“그야 당연히 서 너 개씩 다 나오더라. 땅이 좋아서 인지 심은 개수 만 큼(으쓱)…”
그 녀석
“그럼 그 중에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싹은 다 속아 줬니?”
나
“ 앵? 뭔 소리? 그냥 뒀는데?”
그 자식
“아이구 임마! 싹이 나오면 실한 놈 하나 남겨 두고 나머지는 솎아 줘야지!”
“그러니까 옥수수 알갱이가 삼분의 일 밖에 안 영 그는 거야! 쯧쯧쯧”
나라는 녀석
“앵? 그런 거야? "
"그래서 그런 거야? 아이구 내가 무식한 농부 인 거 탄로 낫 구만!”

한 없이 창피해 하면서도 그 친구가 원망스러운 건
그러면 처음부터 끝까지 패케지로 알려 줄 거지.
씨앗 뿌리는 것만 알려주고 영농 과정은 생략했으니
이런 불량 수확을 하지…
그날 그 친구하고 술을 한잔 하며 나는 그 친구를,
그 친구는 나를 바보라고 놀렸다.
“에그 잘 좀 농사를 짓지~바보!”
“에그 잘 좀 가르쳐 주지~바보!”

그래도 그날 첫 수확을 거두어 춘천의 퇴골 유원지에서
우리 형제 전 가족이 오리 장작 구이와
불량 옥수수 찜으로 즐거운 여름 밤을 보냈다.
불량이면 어떠냐?
그래도 우리 얼치기 농사꾼들이 땀 흘린 첫 수확인 것을…

그 후에는 옥수수 심기를 포기했다.
다음 해에는
전년의 실패를 거울 삼아(그래도 얼치기 농사꾼이 노력 많이 했다.)

삼형제 얼치기 농사꾼이 힘을 모아 이랑을 만들고
검정 비닐을 덮고
아침 일찍이 양재동 모종 시장에서 사온
청량 고추와 일반 고추,
그리고 가지와 감자에 들깨를 모종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정도 밭엘 가다 보면
서너 번째부터 수확의 기쁨을 맛봤다.
그런데 고추는 그런대로 수확을 할 수 있었는데
감자는 피들피들 자식 낳기를 거부하고
가지는 수확 시기를 놓쳐서 다 물러 터지고
들깨는 너무 키가 커서 바람에 이리저리 쓰러져서
생을 달리해 버렸다.
겨우 건지는 게 실한 고추뿐이었다.

그것도 우리 식구끼리 다 못 먹으니
이웃에 듬뿍듬뿍 정을 나눠 줘서
참으로 우리 집 가훈인‘즐기며 베풀며 살자’ 의
한 목적을 이룬 것 같아서 좋았다.

그 후에 고추를 제외 한
다른 품종을 바꿔 가며 몇 년을 얼치기 농사를 지었다.
이제는 얼치기 농사꾼 팔 년 차라
어느 정도 맛을 알아간다.
어느 해 인가 주위의 밭들은 작물들이 토실토실 살이 쪘는데
우리 밭의 작물만 못 먹어 비틀어진
비루먹은 말처럼 되어 있어서
내려 오던 길에 그 골짜기 거의 반을 농사짓는
그곳 형님께 푸념처럼 물어 봤다.

“아니? 다른 밭에는 저렇게 작물이 잘 영글었는데
우리 밭에만 영 형편 없어요?”했더니
“아니~ 농사 라는 게 씨앗만 뿌려 놓고 수확 할 수 있다면
농사가 뭐 그리 힘들겠어요?”
“농작물도 농군의 손길을 많이 받고 사랑을 많이 받아야
윤기 있게 실하고 많은 수확을 주지요. 껄껄껄”
나는
“ 아~ 그래요? 그것 참! 하하하”

사실 겉으론 그렇게 호방하게 웃었지만
맘 속으로는 너무도 창피 했다.
우리 아이들 자식 농사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어야만
제대로 크고 방황도 안 하는 것처럼
농작물도 농부의 사랑의 정도에 따라
그 결과치를 결정 한다니.
내 눈에는 그 농부 형님이
골짜기 농작물에게는 예수고 부처님 같았다.
그에 비하면 나는 사랑도 쬐끔 주고 허황된 수확을 꿈 꿨으니
얼치기 사랑 전도사 일 밖에는…

아마도 세상사에 다른 진리는 없는가 보다.
가정에 충실한 가장은 가정에서 행복을 보장 받고,
직장에 사랑을 많이 베 풀면 사회에서 커다란 수확을 얻고,
농작물에 커다란 손길을 주면….

그러나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어
모든 것에 골고루 사랑을 주지 못해
항상 사랑의 그늘에 있는 것들이
반항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

아이들의 사춘기나
직장에서 부하 직원이나 상사의 질타도…
이제 나는 그런 생활을 이미 지나쳐 왔지만
아마도 사람이 사는데 있어서
어디에 얼만큼의 사랑을 나눠 줘야 할지
미리 살피어 골고루 불만이 없이
사랑과 관심을 나눠 줌이
가정을 잘 이끌고,
직장에서 인정 받으며,
국가를 잘 운영하는 싶고도 짧은 진리 인듯하다.

이 글을 읽으면
내 아내는 나에게 얼마 치의 사랑밖에 못 받았다고
볼멘 소리를 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내가 진작 알았다면 좀 더 아내에게서 귀염 받았을 텐데)

다시 봄이 와서 올해의 얼치기 농사를 시작 할 때이다.
사실 얼마 되지 않는 농사 이지만
몇 년에 한번씩은 덮었던 비닐을 걷고
이랑을 뒤집어 퇴비를 뿌려 주고
다시 새 비닐을 덮어서 단 도리를 하고
다음달 어린이날 이후에 어린 모종을 사다 심어야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밭 농사가
두 동생은 신경을 안 쓰고
나 혼자만 하는 봄철의 행사가 되어 버렸다.
아니 나 혼자가 아니라 아내와 나, 그리고 우리 애들만이 하는
농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건 아마도 내가 장남이고 잘 하겠거니 동생들은 믿고
추억 속이나 생활에서 지워 버린듯하다.

그런데 올해가 다시 비닐을 씨 워 주고 비료를 줘야 하는 해이다.
그래서 올해의 농사일로 아내와 잠 못 이루며
이런 저런 상의를 하다 잠을 설쳤다.
아내는 아무래도 동생들에게 한번 상의 하고
도움을 요청 하는 게 좋지 않느냐 한다.
하지만 나는 동생들이 알아서 참여해 주면 고맙고
아니면 힘 들어도 아내와 내가 되는대로
농사를 짓자고 하다가 늦게 사 잠이 들었다.

점심때가 가까워
평소 가는 두꺼비식당을 들려 밥을 먹고
동생들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내용은
‘올해 다시 이랑을 뒤집어 퇴비를 주고 비닐을 씨 워
오월에 모종을 해야 하는데 나하고 형수 힘만으로 하려니
엄두가 안 난다고.’
‘다른 해 같으면 모종만 하고 제초만 한다면 동생들 도움을 안 청해도 되지만
올해는 혼자 하기엔 너무 힘들다고’.
‘이제 작은 애는 군에 입대하고
큰 애는 시험 기간이라 학원 생들 보충 수업에 바쁘다고.’

내 아우가 저쪽에서 에어 라인을 타고 나에게 말을 한다.
“형님! 그러면 막내 아우와 상의를 할 테니
가능하면 주중에 시간 내어서 같이 가서 일 합시다.”
그 전화를 받으니 정말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 진다.

그렇지!!
거기에는 나의 아버지 어머니만 들어 가실 자리가 아니라
너희들 어머니, 아버지가 누우실 자리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흔쾌히 같이 가겠다는 동생들이 고마운 오늘이다.
그러면 아내의 일정에 맞추어
두 동생과 올해의 첫 삽을 기꺼이 뜨러 갈 준비를 해야겠다.

강촌을 넘어 선 고개 길에 사돈 어른의 집이
항상 나의 봄 나들이를 반긴다.
햇살이 영그는 뜨락에는
취나물, 방가지 나물, 가시 오가피, 돈 나물 등
풍성한 봄 나물이 충분히 준비 되어 있고
넉넉한 강원도 인심으로 나를 기쁘게 하는 그 집에
사돈 어른 좋아하시는
담배 한 보루와 국산 양 주 한 병 들고 찾아 뵈어야겠다.

그러고 나면 내 농지 골짜기는
한없이 많은걸 나에게 베푼다.
길가에 주렁주렁 달린 가지와 옥수수를
눈웃음 한번에 듬뿍 얻을 수 있고,
꼬부랑 호박과 오이를 한 상자 얻기도 하고,
내 어머니 좋아하시는 아욱도 한 아름 얻기도 하며,
감자나 고구마를 한 봉지씩 얻기도 한다.
때로는 사돈집에서 느타리 버섯 몇 박스를 선물 받기도 한다.

늦은 봄 날이면 밭으로 올라가는 길옆 무덤에 산 나리는
얼마나 이쁘던지 유혹을 못 이겨 꺾어서 꽃병에 꽃아 두었다가
몇 날 밤을 산 나리꽃의 흐느낌을 듣고 잠을 설치며 후회 하기도 했고,
할미꽃의 숨어 웃는 미소를 보면서
어릴 적 주름투성이의 할머니 품을
훔쳐 보기도 할 것이다.

봄이 지나서 여름이 산 모퉁이 돌아 들어설 즈음에는
길섶에 사철 쑥이 진한 한약 내음으로 나를 반기고,
씀바귀가 삼겹살 유혹을 할 것이며,
논두렁에 긴 다리를 걸쳐 누운 늙은 뽕나무 몇 구루는
보랏빛 오디로 내 발걸음을 잡을 것이다.
어느 해인가는 어릴 적 라디오 연속극의 노래가 떠 올라
한편의 습작을 해 봤던 뽕나무.

밭에서 풀을 뽑다가 시장기를 느끼면
바로 옆 산에 올라서 지천으로 널려 있는 산취를 뜯어
봄 향을 들으며 한 볼 테기 된장 쌈으로 허기를 채울 것이다.
뺨으로 흐르는 땀은 뒷산에 숨어서 우는 뻐꾸기 울음 소리가 닦아 줄 것 이고,
갈증은 밭 옆에 숨어 흐르는 수줍은 실개천을 손으로 걷어서
입가에 흘려 담으면 그만 일거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양껏
돌 미나리와 씀바귀에 산취를 뜯어서
동생들과 이웃들과 강원도의 봄을 나눠 먹어도 좋은 일일 것이다.

항상 내 손길만큼 만의 사랑을 주는
강원도 밭을 올해도 어김없이 사랑하러 가야 되는 봄이다.

그런데 어떡하지?
술도 사랑하고, 아내도 사랑하고,
친구도 사랑하고, 글도 사랑하고, 낚시도 사랑하는 나인데
올해는 또 얼만큼의 내 가슴을 할애해서
내 작은 농 심에 사랑을 줘야 할지
나는 잘 모르겠는데..

올해도 작년과 같이
고추를 심고 토란을 한 십여 포기 심어야겠다.
그래서 고추는 이웃과 나누고
토란은 거둬서 추석 제사상에 올려
조상님들과 나눠야겠다.
그것이 내 봄 농사의 전부 일 것이다.
그래 저래 봄날은 내가 살아가야 될 이유를 던져 준다.

내 봄아 잠시만 기다려라!
내가 조금 늦잠이 들어 너에게 늦을 꺼 같다.
하지만 너무 늦지 않게 너에게 갈 것이다.

2007년 4월 16일 얼치기 농사 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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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진 : 봄나들이 참 재밋게 읽었네. -[04/18-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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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진 : 나도 서울좀 다녀왔지.
우리 친구중에 괜찮은 놈이 하나있었는데 갑자기 폐암으로 사경을 혜매고 있어서 다녀왔지 사는게 일장 춘몽이야 자네도 건강 조심하게나
농사일 나도 어릴때 거들어 봤지.
도시의 일꾼들은 휴양을 즐기면는 전원을 꿈꾸면는 동경의 대상이지
나도 알곡을 심고 거둬 들이는게 말로의 꿈이지
자네도 즐거운 마음으로 얼치기 농사 경험했으니 이제는 어느정도 선무당은 됐겠네
실속있는 나들이도 하고 봄나물에 취하기도 하고 ㅎㅎㅎㅎㅎ부럽네.....
하여간 잘 심고 잘 키우고 알들히 수확해서 좋은 결실 얻으시길 바라네
늘 건강하시게나......
-[04/18-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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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평균: 어서 오시게 김영진 시인님!
나같은
돌팔이 농사 꾼이
괜히 봄만 홰까닥 뒤집어 놓고 있다네...ㅎㅎㅎ -[04/23-23:37]-

문향의 도시 강릉

나의 작은 아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