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쪽 바다 진도해역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사건이 발생한 지도 달을 넘겨 사십구재가 다가온다고 한다. 뉴스에서는 아직도 16명의 실종자가 남았으며 군관민이 마지막 실종자까지 찾아내려 애쓰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와 더불어 세월호 참사로 선원들의 추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교차하여 다루어지고, 관련 정부단체의 업무과실과 더불어 실질적인 경영주일가의 체포 및 처벌에 온 국민들의 귀와 눈이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자식을 저 아득한 심해에서 고통 속에 올 수 없는 나라로 보낸 유가족들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겠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말도 못하고 고통을 참으며 안으로만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들도 안타깝다. 요즘은 우리나라 지도층이나 예술인, 또는 공인들은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다. 의도와 관계없이 아픈 상처를 건드린다 싶으면 여론은 무자비한 벌떼가 되어 가차 없이 융단폭격을 쏟아 부으니 아예 말수를 줄이는 게 상책이다. 개그 예술인들이 그렇고 출사표를 던진 정치인들이 그러며, 사회 전반에 걸쳐 주저앉은 서비스업이나 관광업 종사자들이 모두 그 그림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못된 무리의 헛된 욕심으로 나라 전체가 발목 잡힌 형상이 되어버렸다. 어떤 면으로는 나처럼 터럭 같은 백성이 차라리 마음 가볍다.

입이 자유로운 모든 사람은 한결같이 이번 참사에 관련된 모든 단체나 소속원들의 불법에 분노하며 정부의 칼날도 그 불법에 창끝을 겨누고 있다. ‘불법(不法)’, 한 마디로 ‘법을 위반함’을 이르는 부정적인 단어가 이 ‘불법’이다. 그렇다면 합법은 어떤 것인가. 합법은 누구라도 곧바로 답할 수 있는 ‘법을 어기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법은 무엇인가? 법이란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온갖 사회규범’이라 하며, 그중 실정법과 자연법을 총괄하나 현실적으로 사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실정법을 가리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이해라고 한다. 법은 인간이 모여서 살면서 암묵적이든 제정하고 공표를 했던 대다수가 서로 피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정해놓은 약속이 법이다. 이 법이란 건 태곳적부터 왕권사회를 거쳐 이 시대에도 공산권은 공산권대로 민주주의 권은 민주주의권대로 나름의 법을 제정하고 공표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이 법을 정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예를 들어도 조선 시대나 그 이전의 시대에도 나라에서 권력의 가장 정점인 왕과 재상이나 그 이하 문무 대신들이 법을 정하고 모든 백성에게 지키라고 강권하였을 것이고, 또한 이 시대의 법들도 나라의 국회의원이나 고급관리들, 또한 지도층이라고 하는 각계의 내로라하는 수장들과 부를 바탕으로 하는 토호들의 머리에서 정한 게 법이다. 따라서 절대로 서민이나 나라의 최하층 국민들이 법을 정하는데 참여했다고 볼 수 없다. 1990년대 중반에도 전남 여수 인근에서 씨프린스호 좌초로 기름이 유출된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대통령은 어민들에게 법을 바꿔서라도 피해를 보상해 주겠다고 호언을 했었다. 하지만 온 나라 백성에게서 걷은 세금은 대통령의 돈도 아니고 법을 바꿔서 반대급부로 피해를 볼 계층은 생각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힘 있는 자들이 법을 정하고 또 편리에 따라서 법을 바꿀 수 있다. 당신들이 만들고 바꾸고 주무르는 필요보다는 편리를 중시하는 게 그들의 편법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법이란 있는 자들이 안전하게 권력이나 재산을 지킬 수 있게 정한 것이 더 많을 것이다. 그들을 위한 법을 만들면서 서민이나 하층계열을 위한답시고 사이사이 끼워 넣은 게 법이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왕권시대에도 백성을 위한답시고 법을 만들고 보호해줘야지만 세금을 거두고 왕권을 포함한 나라를 지킬 수 있지 않았는가? 지금도 사업가를 보호하고 상인을 보호해줘야만 더욱 많은 세금을 거두고 그 세금 중 일부로 관리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군을 육성하여 외세에 맞서 나라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토호들이 만든 법을 토호들이 지키지 않는다. 서민들은 먹고살려고 불법을 한다면, 법을 만든 토호들은 더 잘살고 더 큰 권력을 득 하려고 법을 어긴다. 다만, 나 같은 서민이나 하층 계열의 국민들은 힘이 없어 그들이 만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지만 그래도 끼리끼리 모인 사람들은 작은 힘들을 합쳐서 힘을 부풀려 단체의 이익이나 소속원의 이익을 위해 그 법에 맞서 종종 거리로 나선다.

대한민국의 최고 기본법인 헌법은 당시 선출된 국회의원들에 의해 1948년 7월 17일에 제정되어 공표되고 지금까지 10여 차례 부분 개정하여 적용하고 있으며, 이 헌법에 민법, 사법, 형법, 선거법 등 모든 법률이 속해 있다. 하지만 1948년에도 순수하게 당시 국회의원들의 바람으로 헌법이 정하여졌다고 볼 수는 없다. 당시 초대 대통령이나 각 권력기관, 이익단체들의 입김이 철저히 차단됐다고 보는 국민은 아마도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적어도 성년이 된 국민이라면 이 법을 한 번도 어기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불법의 종류가 많다. 불법주차, 속도위반이나 신호위반, 무단횡단, 등산 통제구역 침범, 골목길에서나 산행 중 숲 속에서의 방뇨, 거리에 침을 뱉거나 담배꽁초 투기 외에도 나도 모르는 불법이 우리 주위에는 넘쳐난다. 또한, 나라에서 모르는 척 눈감아 주는 불법들도 많은데 대표적으로 명절 연휴에 재래시장 주변의 도로에 주차허용은 아주 공개적으로 허용해 주지만, 개인 소유의 대지에라도 식당 밖에 야외용 상을 깔고 음식을 제공하는 행위, 한 영업장에 한 개 이상의 간판들, 식당 바깥에 돌출 시설된 수족관, 상점 앞 도로에 물건을 진열 하는 것, 허가 받지 않은 전단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불법이 있다. 그 많은 불법 중에 한 건도 범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나설 사람이 우리나라 국민 중에 과연 한 명이라도 있겠는가?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크건 작건 불법을 저지른 전과자인 셈이니 누구한테 큰소리칠 형편은 안 된다.

불법에 대하여 관련 사례를 찾다 보니 어떤 시민이 트위터에 올려놓은 ‘공권력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법을 집행하는 것도 불법이다.’라는 글이 내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근래에도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공권력의 불법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는 현실이다. 검찰과 경찰공무원들의 불법 중에 음주운전은 아주 미미한 불법이다.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어려운 공부 끝에 성공한 젊은 검사의 욕정에 의한 불법보다도 일부일처제의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법을 수호하여야 하는 검찰총장의 불법은 짧은 기간이지만 법의 수장으로서 저지른 불법의 극치일 것이다. 그런 연장선에 세월호의 불법들이 이번 참사를 이끌어냈다. 예전에 일어났던 굵직굵직한 사건 중에 성수대교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도 결국은 감독 관리와 사업주의 불법에 의한 검은 유착이 그 시초가 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일벌백계보다 우선 하여야 하는 게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더는 유사한 불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살피고 예방하고, 어쩔 수 없이 법을 주무르는 사람들이 알맞게 법을 고쳐주길 바랄 뿐이다. 한자어인 ‘法’은 물이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순리적인 것을 뜻하는 글자라고 설명하는데, 사실 ‘법보다 우선 하는 게 사람의 도리요, 도덕이 아닐까?’하고 나는 생각해본다.

2014년 5월 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