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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최평균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최평균
ㆍ작성일 2012-03-13 13:53
ㆍIP: 124.xxx.226
새벽 출근길 발걸음을 가볍게 하던 것들

**‘아저씨 저 혜인이에요’라고 시작해서 내가 떠나는 게 섭섭하다는 내용 뒤에 ‘아저씨 떠나도 저를 잊지 마세요. 아저씨 안녕히 가세요.’에 이어 눈물 흘리는 이모티콘을 그려 넣고 ‘저도 아저씨 잊지 않을 깨요.’로 맺는 글**  

봄을 기다리던 엊그제, 카메라와 간단한 세면도구를 넣고 종종 여행을 떠나던 가방을 정리하다 그 속에서 겨울잠 자고 있던 봉투를 꺼내 다시 읽은 편지내용이다. 그 글을 읽으니 경비원으로 1년 반쯤 다니던 아파트단지에서의 일들이 떠올라 싱긋이 웃음이 배어나온다.

새벽에 일어나 일터로 향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나 베이비부머세대의 맏형격인 나로서는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였다. 하지만, 경비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낮춰보고 24시간 격일교대근무로 여건이 좋지 않다. 때로는 취객이나 괜히 시비하며 막말하는 고약한 주민들도 있으나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그런 것이 있기 마련이고, 아직까지는 좋은 사람들이 월등히 많다고 생각하면 살아볼만한 세상인 것이다. 또한 아무리 척박한직장도 좋아하는 일로 가꾸면 어디나 비옥한 근무지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도로 건너에 관악산자락을 두고 있는 과천의 그 아파트를 내가 무척 좋아했던 것은 관악산에서 불어오는 상큼한 바람, 한밤에 사색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 피어 있는 각종 화초들, 아침에 퇴근하여 곧바로 산에 올라 서울대입구로 넘어오는 등산코스 등이 있지만 그 중에 제일은 나의 어린친구들이었다. 그 아파트의 후문은 초등학교의 정문과 도로를 건너 마주하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경비들은 아침마다 아파트입구에 서서 안전하게 아이들이 등교할 수 있도록 인도를 하였었는데, 나는 아이들과 “학교 잘 갔다 와!”나 “공부 잘하고 와라!”라고 인사하고 인사를 받고 했었다. 그렇게 1년쯤 지나다보니 자연스럽게 인사를 잘하는 몇몇 아이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그 아이들은 등, 하교 때는 물론이고 학원에 갔다 올 때나 놀이터에서 놀다가도 종종 내게 들렸고, 어쩔 때는 누가 등을 툭 치기에 돌아보면 “아저씨 이거.......”하고 귤이나 과자를 내밀며 웃고 있었다. 평소에도 아이들을 좋아하던 나는 그 녀석들을 보는 게 무척 좋아서 11월 11일에는 천 원짜리 빼빼로를 사서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하나씩 주느라 몇 만원이 지출되기도 하였다.

그중에 5학년인 혜인이는 나를 더 따랐는데, 이 녀석은 가끔 나에게 맛있는 걸 사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시험을 잘 봤다고 자랑하기도 하였다. 어느 날인가는 “아저씨! 내 생일이 00일 이예요.”라고 십여 일 전부터 날마다 제 생일을 통보했다. 나는 녀석의 생일날 조그만 키티인형과 앵그리버드열쇠고리를 준비해서 줬더니 매일 각인시키던 그 생일을 기억해주고 선물까지 줬다고 너무너무 좋아하였다. 그 당시는 격일로 새벽 6시 어름에 집을 나서서 출근하는 내 발걸음은 지난한 밤을 지나 졸고 있는 가로등 밑에서 그런 것들로 한결 가벼울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항상 좋아 하는 것만 가려서 일하고 즐기고 누리고 할 수는 없는 법. 나는 작년 말에 섭섭하지만 아파트를 떠나야 했다. 떠나기 전날, 엉성하지만 직접 만든 그 편지봉투를 내게 주고 “잘 가세요! 아저씨!”하고 막 뛰어가는 혜인이의 등에서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하고 부르던 어니언스의 노래가 흘러내려 내 귓전에 모이는 듯 했었다.

(좋은 생각 2012년 4월호에 실린 글 원본)
이름아이콘 감문주
2012-03-14 14:19
회원캐릭터 		최평균님! 진솔하게 열심히 살아가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건강하시고요. 아침일찍 출근하시는 그 모습이 장해 보입니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잁손을 놓치 말아야  됩니다. 저를 반갑게 맞이 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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