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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7-18 19:39
ㆍIP: 223.xxx.197
정도를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도를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

         권영심 ( 2020 ,7 , 15 )

언제 부턴가 02로 오는 전화,  또는 070 전화를 받지 않게 되었다
필요한 전번은 모두 입력해 놓기 때문에
실제 숫자로 오는 전화를 받을 일이 거의 없다
하루에도 십여통의 전화가 오지만 폰을 엎어 버리고 상대를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전화는 받지 않으면 톡이나 문자로 오기 때문에 사실 곤란할 것도 없다
보이스 피싱도 싫지만 요즘 너무나 힘든
전화는 따로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 지역 번호로 전화가 울리는 것이 많아졌다
032라는 지역 번호로 뜨니까 꼭 받게
되는데 90% 보험 권유다
대체 이름은 어떻게 알며 전번은 어찌 아는지 모를 일이지만 한 번 전화를
받으면 대부분 무척 집요하다
바로 끊어야 하는데 이 못난이는 다 받아 줘서 그런지 대화가 끝나야만 전화
를 끊게 된다

그러나 인지상정이라 백 명이 전화가 온다면 칠팔십 명은 내 말을 듣고 바로 전화를 끊는다
-미안해요
보험을 들고 싶어도 온 몸이 다 아프고 퇴원한지도 얼마 안 되고 현재 네 곳 병원 약을 먹고 있어요 -
힘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어머, 미안합니다
건강 관리 잘 하셔요 미안합니다 -
사과하면서 바로 끊는다
왜 대화를 해 주느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폰으로 무엇이든지 판매하는 일이 참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런 작은 친절조차 나누지 못한다면
세상이 더 삭막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때로 너무나 집요한 사람이 있다
오늘 오전에 그냥 누워 있는데 지역 번호가 울렸다
안 받을까 하다가 혹시 다른 연락일지도 몰라서 받았다
역시나 보험이었고 나는 말할 기운도 없어 안합니다 하고 끊어 버렸다
그런데 잠시 후 010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으니까 다짜고짜
-좋은 도움을 줄려는데 그렇게 전화를
끊으면 안 되죠
일단 들어 보세요 -
그러는 것이 아닌가?

순간 역겨움이 확 치밀어 올라 몸을 일으켜 앉으며 -내가 몸이 많이 아파 보험 회사에서 보험을 안 들어 줍니다
그러니 전화하지 마세요 -
-어디가 아픈데요?
아파도 들수있는 보험 있어요-
참 목소리가 그렇게 맹랑할 수 없었다
니가 아프거나 말거나 나는 꼭 보험을 팔아야 겠다는 의지로 가득한 목소리는
정말 몸에 소름이 돋게 할 정도로
야비하게 들렸다
웬만한 보험은 다 있다고 하니 무슨 보험이 있는지 이야기 해 보란다
순간 너무나 화가 치솟아 뭐 하는 짓이냐고 목소리를 크게 했다
사람 목소리를 들어 봐서 병색이 있고
아프다고 하면 인간적인 연민에서라도
전화를 빨리 끊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자신은 그런 사람에게도 도움을
주는 사람이란다
막강 무적이다!!!

만약 그대로 끊으면 바로 또 전화할 사람이었다
내가 기막혀 하는 사이에 그 여자의 쉼 없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치아 보험 , 치매 보험 , 무슨 보험...
세상엔 참 보험도 많고 들어야 할 보험
도 많구나
-미안합니다
전화 끊을께요
만약 한 번 더 전화하면 이 번호 신고할
겁니다
그런거 가능한 것 알죠? -
너무나 기운이 빠진 나는 전화를 끊고
쭉 뻗어 버렸다
폰을 붙들고 하루 종일 말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그것도 거절과 푸대접, 심하게는 욕설도
한다는데  그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짐작이 된다
십여분 통화를 하고 났는데 머리가 어질
어질, 구역질이 나면서 너무나 힘이 들어 기분이 무척 나빴다

정도를 지나쳤다 ...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해서 보험 권유가
먹혀 들었기에 그 여자는 그렇게 기세등등해서 굽힘이 없었을 것이다
매일매일 전투를 치루듯이 그렇게 살아
가는 일이 얼마나 피곤할까?
본인은 승리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그
전투의 포로가 되는 고객들은 도움이 되는 보험을 들고 나서도 기분나쁘고
힘들 것이다
그런 보험의 대부분이 몇 개월 안가
실효되어 버리고 고객들은 그동안 넣은
보험료는 찾지 못 한다
그럼 그 보험료는 어디로 누구에게 가는
것일까?
나는 보험의 진정한 위대함을 믿고 감사
하는 사람이다
일인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일인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 보험이다
몇 개의 보험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앞으로도 도움을 받겠지만 강요에 의한
보험은 인생에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발 정도를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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