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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2-09-11 14:25
ㆍIP: 223.xxx.85
아들의 손을 잡으며
아들의 손을 잡으며

        권영심 (2022 , 9 ,11 )

나는 이번 사고로 많이 다친듯 하다.
허리 골절도 문제지만, 입원 후 얼마
지나지않아서 왼 쪽 눈이 안 보이는 것
을 알게 되었다.    사고 후 얼마동안은
누가 손만 대어도 온 몸이 자지러질듯
아파서,앞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에 대해
신경도 쓰지 못 했다.   게다가 안경이 부러져서 쓰지 못한 상태였고,내가 할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모르고 지나갔 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해서 손으로 한 쪽 눈을 가리고 보았더니, 왼 쪽 눈이 아예 안 보였다.    간병인에게 말했더니 바로 간호사가 들어와서 문진을 하고 한 시간 후 누운 상태로 안과 진료를 했다.
결론은 피가 가득 차있어서 현 상태로는
진단을 내릴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안와골절이나 얼굴 주변의 미세 골절이
없다는 판명만 받고, 일주일이 지나서
다시 검진했다.   결론은 같았고 일주일
이 지나서 전문 병원으로 보내졌다.
지금 있는 대학병원은 수술을 할수있는
안과전문의가 없다는 것이다.    몇 시간
의 검사가 끝나고 의사는 뇌진탕으로
인한 시신경의 손상이 염려된다고 했다.

원래 망막 출혈이 있기는 했으나 일 년
가까이 아무 일이 없었는데, 사고의 충 격으로 인한 출혈이 너무 심해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다.    시신경 보호를 위한 약 처방만 받고 병원으로 돌아오면서
너무나 괴로웠다.   한 달 뒤 다시 검사
를 하고, 수술을 하든지 주사 치료를 하
든지 결정해야 하는데 대체 어쩌면 좋
은가?   양 쪽 귀는 독한 이석증이 발병 해서 오랜 시간의 치료가 필요하다.   허리 골절은 보호대를 착용하고 움직이 지 않으면서 누워 있으면 회복된다지만 나는 어쩌면 좋을까?   내 손을 쥐면서,

"엄마,걱정하지마.영구 장애는 절대로
안 될거야.   엄마는 하느님이 보호하시
잖아?  이렇게 손발도 멀쩡하고 머리도
깨끗한데 절대로...그렇게 되지 않아."

아들은 달래듯이 말했으나 그 목소리의
끝은 울음으로 젖어 있었다.
사고 후 처음으로 아들은 눈물을 보인
것이다.    내 눈에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나는 두 손으로 아들의
손을 꼭 쥐었는데, 우리는 그런 상태로
입원 병원까지 왔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아들이 두 손으로 내 손을 꽉 쥐었
다.   아들의 손에서 무어라 표현하기 어
려운 깊은 감정들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
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 손을 잡아 본
것이 아마 처음이지 싶다.   침대에 누워 서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연민과, 사랑일
수 밖에 없는 감정이 범벅이 되어 울었 다.   세상에 단 둘뿐인 나와 아들... 내게 의지만 하던 아들이 지금 겪을 고통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져서 미칠것만 같
았다.   그날 밤에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 다.   인터넷을 몇 시간이나 뒤져서 안과
명의를 찾아 본 모양으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는 가만히 들어주면서 아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슴이 미어져 왔다.

"제가 보호자입니다.  전데요. 제가 아들
이고 엄마의 보호자예요."

여러번 입원을 했으나 아들이 보호자로
나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언제
나 나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했고, 수술
동의서마저 내가 직접 했다.  
보호자가 없다고 말했고 아들에게 말하
지도 않을 때가 많았다.   아들도 그러려
니 했고, 심장 수술로 병원에 들어갔을
때도 그랬다.  나는 보호자가 없어요...
나는 아들을 내 보호자로 여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인해 아들은 자신이 보호자라는
말을 여러번 했고, 그 목소리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제 아들은 완전한
나의 보호자가 되었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 마음이 너무
슬프다.    이제 살아가면서 아들의 짐덩
어리가 되게 생겼으니 말이다.

아들의 손은 거칠고 딱딱하고 컸다.
일을 하면서 자잘한 사고는 밴드 하나로
처리해버린 흔적이다.    누구보다도 일
을 많이 한 손.   그 손의 감촉이 영원히
내 마음에 화인처럼 남아있게 될 것 같
다.   이 든든한 손이 연약해진 엄마를 보호할 수 있을까?   이제 건강이 회복
되면 우리는 단 둘.   서로의 보호자로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이번 사고가
천행이었듯이,나는 앞으로도 신의 가호
와 누군가의 보호로 이 세상을 잘 살아
가리라고 믿는다.   언제나 그랬었고 그
렇게 될 것임을 믿는다. 내게 닥친 일로 인해,원인을 따지고 분석하면서 스스로 를, 화의 구덩이로 밀어넣는 것은 어리 석은 일이다.    이정도에서 회복되는 것 을 감사해야 한다.    감사한 일이다.
그래도 보호자로 나설 수 있는 아들이
있어 감사하다.    감사합니다...
이름아이콘 염규식
2023-02-05 10:45
회원사진 		작가님 늦게 읽었습니다 어쩌면 좋죠?
멀리서나마 기도드리겠습니다  힘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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